메뉴 건너뛰기

후기 [리뷰동의완] 온전한 협주를 위해서 각자의 노래를 찾아야 할 때
878 5
2020.10.14 06:52
878 5
아침에 눈을 뜨고 습관 처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켰어
이제는 전생의 전생의 전생이 된 듯한 1회 연주가 떠올랐어
리허설룸에서 예민하게 메트로놈 소리를 듣고 있던 준영이도.

문득 준영이가 송아를 만난 후로 메트로놈이 등장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
그러니까 송아가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 것처럼
준영이도 서서히 자기 템포를 잃어버렸다는 걸 말야


준영이가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은
메트로놈 같은 외부의 기준과 소리에 맞춘 것이었겠지
준영이를 이해하려 마음을 맞추느라 길을 잃은 송아처럼
준영이도 15년간 외면하고 감내했던 현실을 감추느라 템포를 잃어버린 것 같아
늘 차분하고 고요했던 그 모습을 유지할 수가 없어
악보 속에서 길을 찾던, 그걸 펼쳐내던 피아노 연주자인데
이젠 박자도 엉망 스텝이 꼬여버려서 연주를 할 수가 없어
그토록 고요해보이던 그래서 그게 더 애닯던 준영이가
언젠가부터 초조하고 불안해보인 건
송아 말대로 흔들리고 또 흔들리던건
그래서 였을까 생각해봐

고요하게 통제되던 박자와 음이 뒤엉켜버렸을 때.
통제하고 있다고 믿었던 현실이 전혀 아니란 걸 깨달았을때. 그래서 모든 걸 잃게 되었을 때.

바로 지금.


먼저 이별을 고한 건 송아지만
난 송아도 자신의 음악을, 템포를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해
연주를 끝내겠다고 선언 하는 것 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으니까
소화할 수 없는 악보를 덮어버리는 것 말고.
송아의 이별과 성장은 이제 시작인 것 같아.

그리고 준영이는
준영이가 갖고 있는 수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의외로 한방에 풀릴 수도 있다고 기대해

누구나 약점이 있어
진짜 강한 건 그 약점을 인정하고 직면할 수 있는 사람.
도망치지 않고 그걸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
그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솔직하게 인정하고 다른 방법을 찾는 사람이 진짜 강한 거지.


자신만의 템포를 찾는 것.
자기 음악을 하게 되는 거.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스스로 찾게 되는 거.

그게 지금 준영이가 해야하는 일이고
하게 될 일이겠지

난 준영이의 행복을 간절히 원하니까
그렇게 되길 바라고 또 바랄 뿐이야

아니 난 그것만 되면 사실
준영이가 차콥 1등 안해도 될 거 같아
그냥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아마도 송아를 다시 만날 수도.



이수경 교수가 참 많은 실언들을 했지만
프랑크 소나타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모두 중요한 곡이라고
서로 교감하고 만들어 나가는 거라고 했던 그 말은 맞는 거 같아
그리고 그게 준영이 송아의 관계의 메타포인 것 같아

그동안 서로의 템포에 맞추느라 무너진
자기 박자를 찾고
자신의 길을 찾고
그래서 자기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완전한 협주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둘은 진심을 다한 좋은 연주자니까
반드시 악보에서 그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믿고 싶어.
자신의 길에서 행복해지길 쭌쏭.

아침부터 라피협의 선율에 몸을 맡기고 걸으면서 생각했어
목록 스크랩 (0)
댓글 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디어스킨 X 더쿠💛] 모!처럼 달!라진 일주일을 선사하는 <디어스킨 리얼모달> 체험 이벤트 180 06.21 61,420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497,042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320,91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746,409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주의] 16.05.21 22,997,512
공지 알림/결과 🖤🎹 단원들의 브람스 아카이빙 - 리뷰북 포인트 모음 🎻🤍 14 21.08.14 11,416
공지 알림/결과 🖤🎹 브레센도 : 브루레이 분초 모음 🎻🤍 22 21.08.01 17,689
공지 알림/결과 🖤🎹 정주행을 좋아하세요? 브람스 정주행 가이드 🎻🤍 33 21.02.07 23,399
공지 알림/결과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Guidebook 🎻🤍 36 21.01.31 21,948
공지 알림/결과 🖤🎹 안 놓쳤다, 단어장. 뉴단원 보내기 싫어서 왔어요.🎻🤍 36 21.01.09 15,208
공지 알림/결과 🖤🎹단원들 모여 인구조사 한다🎻🤍 470 21.01.03 15,124
모든 공지 확인하기()
145339 잡담 지난 주 토요일에 연주회를 갔는데 2 06.18 160
145338 잡담 브모닝🎹🎻 1 06.18 75
145337 잡담 송아시🎻 06.17 75
145336 잡담 송아시🎻 06.16 81
145335 잡담 송아시🎻 06.15 83
145334 잡담 송아시🎻 06.08 185
145333 잡담 경희궁에왔어. 1 05.25 520
145332 잡담 안녕👋 2 05.21 517
145331 잡담 송아시🎻+1 05.20 367
145330 잡담 안녕👋 3 05.18 512
145329 잡담 안녕👋 2 05.18 501
145328 스퀘어 준영 인스스 Happy JOONYOUNG Day🎹 3 05.17 666
145327 스퀘어 송아 인스스 준영씨 생축 3 05.17 643
145326 잡담 준영아 생일 축하해 🎹🖤🎂 9 05.17 594
145325 잡담 이 드라마가 아직도 있네! 1 05.12 620
145324 잡담 송아시🎻 1 05.10 615
145323 잡담 박은빈 05.08 598
145322 잡담 송아시🎻 1 04.23 735
145321 잡담 송아시🎻 2 04.20 802
145320 잡담 유툽보는데 브쳐서 왔어 5 04.05 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