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후기 가렸던 눈을 뜨고 이제 둥지를 떠나야할 때.
549 6
2020.10.06 21:36
549 6
눈을 가리고 현실을 알지 못한 채로 지내는 것은
드라마 내내 여러 형태로 등장해
송아가 직접 언급하기도 했고
민성이나 현호의 상황을 통해서 나오기도 했지

준영이도 부모님이 이사장님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걸 몰랐고
정경이는 자신의 재능이 끝났다는 걸 인정하지 않아
현호는 자신이 더이상 안주할 수 없다는 걸 귀국하기 전엔 몰랐지
트리오 셋은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눈을 가리고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감추면 그 세계가 지속될 거라고 믿었던 것 같아
결핍은 감춰지고 적어도 그 안에서는
자기가 보여지고 싶은 모습 대로 안전하게.

송아는....
송아야말로 스스로 눈을 가리고 살아온 거 아닐까
재능의 차이를 귀가 좋은 송아가 몰랐을리 없어
그게 무슨 의미인지 머리 좋은 송아는 애초에 알았을 거야
하지만
애써 외면하고 싶었을거야
너무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마음으로 된다고 노력하면 될거라고
이 마음만으로 행복하다고 행복할 수 있다고.
그 마음에 기대 응석 부릴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 하게도 송아가 기다려주는 좋은 부모님과 함께 하기 때문이란 건 너무 현실적인 생각일까.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눈을 가리고 살아온 사람들이야.
누군가는 스스로 가렸고
또 누군가는 타인의 눈을 가렸고
타인이 눈을 가려주기도 했어

아니 결국은
스스로 가렸건 타인이 그랬건
눈을 감고 둥지를 떠나지 않기로 결정한 건 자기자신이겠지
둥지의 온기에 기대
저 차가운 세상으로 나갈 시기를 미뤄온 것 뿐.

그리고 이제야
타의에 의해서건
더이상 미룰 수 없어진 시간의 힘 때문이건
스스로의 선택이었던지 간에
둥지를 떠나야만할 때가 왔어

지금까지 내가 되고 싶고 믿고 싶고 알고 있던 내 모습은
눈을 감고 그렸던 내 모습이었을뿐
진짜 내가 누구인지, 내 모습이 어떤지를
냉정하게 직면해야만 하는 때.

그래야만 저 세상으로 "자유롭게" "내 의지로" 날아갈 수 있으니까.


자기자신을 마주한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야
지금까지 자기가 믿고 싶었던 이미지를 부순다는 건
세계를 부수고 새로 올리는 것만큼이나 우주의 에너지가 필요해

그래서

이제 이 둥지를 떠나기 위해
용기를 그러모아 고통 속에 날개를 펴려고 몸부림치는 어린 새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그저 그 뒷모습을 응원하고
어디서든 단단히 두 발로 대지를 딛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를
그래서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배웅 하는 것 뿐.


이 청춘들의 고통과 배웅의 시간에 함께 하고 있어 나는 지금.
모두가, 결국은, 스스로의 삶을 살아 행복해지길 바래.
목록 스크랩 (0)
댓글 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유동골뱅이 X 더쿠🐚] 쩝쩝박사 덬들 주목😉 저칼로리 저지방 고단백 식품 유동 골뱅이 체험 이벤트 <@유동 골뱅이 요리 콘테스트> 142 00:06 5,320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964,157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704,28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102,481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2,294,688
공지 알림/결과 🖤🎹 단원들의 브람스 아카이빙 - 리뷰북 포인트 모음 🎻🤍 14 21.08.14 10,575
공지 알림/결과 🖤🎹 브레센도 : 브루레이 분초 모음 🎻🤍 21 21.08.01 16,156
공지 알림/결과 🖤🎹 정주행을 좋아하세요? 브람스 정주행 가이드 🎻🤍 33 21.02.07 22,001
공지 알림/결과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Guidebook 🎻🤍 36 21.01.31 20,617
공지 알림/결과 🖤🎹 안 놓쳤다, 단어장. 뉴단원 보내기 싫어서 왔어요.🎻🤍 36 21.01.09 14,131
공지 알림/결과 🖤🎹단원들 모여 인구조사 한다🎻🤍 469 21.01.03 14,118
모든 공지 확인하기()
151 후기 (뒷북 후기) 네! 많이 좋아합니다. 브람스 6 21.12.29 3,109
150 후기 준영이가 혼자 남겨진 그 정류장!!(ft.리뷰북팀지도) 3 21.09.17 2,840
149 후기 2화엔딩에 나온 그 식당 다녀왔어! 5 21.09.16 2,749
148 후기 남혈육과 같이 4화 본 후기 6 21.09.11 3,884
147 후기 예당 광고 또 보고 왔어(ft.어디에나 있는 단원) 5 21.09.09 2,701
146 후기 늦어서 미안해요 마지막날 안놓쳤다 - 예당 버정 7 21.09.09 2,649
145 후기 남혈육과 같이 3화 본 후기 8 21.09.06 3,186
144 후기 경희궁 다녀왔어 5 21.09.03 3,501
143 후기 9월 낮 상암 버정 5 21.09.03 2,542
142 후기 9월 아침 자연광 쭌쏭 보고가!!!! 목동버정 인증 3 21.09.03 2,516
141 후기 남혈육과 같이 2화 본 후기 8 21.09.01 2,971
140 후기 9월 첫날 시청역 8 21.09.01 2,647
139 후기 🎂🎹🎻210831 1주년 기념 홍대입구역 디지털포스터 다녀왔어 8 21.08.31 2,691
138 후기 상암버정 사진찍기 어렵구나 퇴근시간이라 사람 엄청많네 11 21.08.30 2,575
137 후기 내가 하도 브람스만 틀어두니까 혈육이 도대체 뭐길래 1년째(...)보냐고 자기도 궁금하다고 오늘 1화를 같이 봄 7 21.08.29 2,790
136 후기 210828 어제 지광 보고왔는데 진짜 아름답더라(+짤추가) 6 21.08.29 2,650
135 후기 브람스 정주행 후기의 후기ㅋㅋ 8 21.08.29 2,748
134 후기 드라마 다 봤다 8 21.08.29 2,908
133 후기 🖤🤍예당 버정 후기(밤)🤍🖤 8 21.08.03 2,473
132 후기 🖤🤍예당 버정 후기(낮)🤍🖤 10 21.08.03 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