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 3각에서는 '술'이 꾸준한 매개체로 등장한다.
처음 송아는 사람들과 있는 자리에서 술을 잘 마시지 않았다.
속에 담긴 이야기가 너무 무거워서, 혹여나 술로 채워진 마음에
그 이야기가 둥둥 떠서 입 밖으로 튀어나와 버릴까 봐
동윤과 있는 자리에서는 특히 술을 마시지 않았다.
동윤을 좋아하는 만큼, 친구인 민성도 소중했기 때문에.
송아의 이성은 3명의 균형이 안전하길 바라였고, 본능은 짝사랑과 짝사랑을 사랑한 우정이 있었다.
그래서 꽁꽁 숨기기로 스스로 마음먹었다. 술을 자제했다.
반면 민성은 술 마시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왜?
민성의 이성과 본능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동윤을 열렬히 사랑하는 마음 하나.
그렇기에 술을 먹고 이성이 잠들어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윤동윤과의 '술김의 사고'가 어쩌면 기뻤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윤동윤은 어떠한가.
생각보다 동윤도 술이 별 상관이 없었다.
민성과 다른 이유로 동윤 역시도 이성과 본능이 비슷하다.
송아를 좋아하지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넘치게 좋지 않아서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 싶었던 거다.
그래서 민성과의 술자리도 아무렇지 않게 했던 거였다.
본인 입으로 바이올린을 그만두고 공방을 차린 이유로 이미 본인의 성격도 드러냈다.
<아, 난 바이올린을 적당히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걔처럼 사랑하려고 애써봤는데 그게 안 되더라. 그래서 그만둔 거야 바이올린.>
<이 일 재밌어. 하면 할수록 잘하고 싶고, 최고가 되고 싶고, 평생 하고 싶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쿵쾅쿵쾅 거리는 거 뭔 줄 아냐.>
<내가 특별히 용감한 것도 아니고, 그게 다야. 심장이 반응하는데 어쩔 거야. 직진하는 거지.>
그리고 고백할 때,
<섣불리 고백했다가 친구로도 못 지낼까 그게 겁이 났었나 봐.>
생각만 해도 가슴이 쿵쾅 거리는 거, 특별히 용감하지 않아도 심장이 반응하면 직진을 해야만 했다.
결국 하지 못했다는 건, 그 정도였을 뿐이라는 말이다.
겁을 이기지 못할, 특별한 용감함이 없어도 될 만한 본능이 없었다는 것.
이런 미지근한 본능의 동윤과 열렬한 민성의 본능이 만났을 때, 사고가 터질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미지근한 이성의 동윤과 열렬한 민성의 이성이 만났을 때, 동윤은 송아를 겨우 떠올렸을지도 모르고.
그리고 오늘의 9화.
송아는 다시 술을 꺼내든다.
동윤에게 술 한잔하겠냐고 묻고 술 한 모금에 마음이 풀어진다.
송아의 이성과 본능에 이제 동윤은 없기에, 새로운 사랑이 가득 차서 매일이 벅차서.
본능을 깨우는 두 가지, 사랑과 술.
사랑을 하면 본능이 커져 그 사랑에 시야가 좁아지듯,
술도 마시면 시야가 좁아진다. 그래서 그 상황에만 몰입하게 된다.
송아도 처음부터 말할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처음은 속마음을 말해버릴까 봐 무섭다고 말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말하다 보니, 술기운이 돌다 보니 이야기에만 집중이 되고
송아는 동윤에게 해야 할 답이 있다는 걸 깨닫고 명확히 거절하기 위해 결국엔 말을 했는지 모른다.
민성을 생각하지 못한 건, 다시 처음의 이야기를 가지고 오면-
처음의 송아는 이성은 3명의 균형이 안전하길 바라였고, 본능은 짝사랑과 짝사랑을 사랑한 우정이 있었다.
지금의 송아는 이성에도 본능에도 오직 준영뿐이다.
민성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줄어들었다는 말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저울의 전제조건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실수라는 걸 부정하려는 말이 아니다.
술로 인해, 송아도 민성도 동윤도 모두 실수를 하였다.
그리고 실수로 인해 균열이 일어났고 모두가 원했던 방향과 어그러졌다.
민성과 우정, 동윤과 사랑, 둘 다 놓을 수 없던 송아의 마음,
동윤을 좋아하지만 아슬아슬 숨길 수밖에 없던 민성의 마음,
송아를 좋아하지만 용기는 없었던 그뿐이었던 동윤의 마음.
술은 그들에게 새로운 국면을 주었다.
언젠간 있어야 할 일이었지만 부디 모두의 마음이 많이 다치지 않게
청춘의 우정과 사랑이 좀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게
그래서 나중에 웃으면 술 한잔 하는 세명이 될 수 있기를 바라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