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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나뭇가지마다 쌓인 달빛의 검은 발소리.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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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4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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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덬이 인상깊게 읽었던 시집에서 몇 구절 발췌해왔엉
김현서 시인의 <나는 커서>라는 시집이야!!
0.
작가의 말

나뭇가지마다 쌓인
달빛의 검은 발소리

열 수도 없는 저 창으로
나는 무엇을 보려 하는가




0.
음역을 이탈한-간격

지금 하마단엔 햇빛이 쏟아지겠지
전혀 다른 그림자들이 매일 나를 따라붙고
알 수 없는 소리들과
부러질 것 같은 공원의 벤치가 기억나

예고 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난 바닥을 하얗게 만든 햇빛을 얘기하는데
넌 햇빛 사이에 낀 바바타히르 묘지를 떠올렸지첫차는 떠났고
네가 벗어놓은 체크무늬 셔츠는 색이 바랬고
홀쭉해진 배낭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전화벨이 끓어진다

모든 건 설정이었을까
유리 가루 같은 햇빛을 뭉쳐 내게 던지며
페르시아 장미를 만들던 그 시간
나는 아직도
네가 준 관광지도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물고기가 보이지 않는 바다와 싸우는데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를 들면 또 계절풍이 불고
난간에 올려둔 가이드북이 떨어지고
우산도 없이 빗속에서 비를 맞는 밤
추운 겨울이 내게 올까봐



0.
강물은 머리칼처럼 뒤엉켜 순조롭게 흘러가고
맥주 거품 같은 밤안개가
창을 들고 뿔뿔이 내 뒤를 따라온다
숨을 쉴 때마다 뚝뚝 떨어지는 은빛 물고기떼
붉어진 밤공기를 마시며
나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어둠으로 두 뺨이 불룩해진 사탕가게 앞에서




0.
봄, 너는 정신분열증 피아노
비가 온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0.수면제를 먹어도 아침은 너무 빨리 오고 말은 나를 뒤쫓는다 이름을 바꾸고 골목에서 돈도 뜯기며 10년을 넘게 쫓긴다






0.
그만이라고 소리쳐도
15년째 제자리를 빙빙 도는 솜사탕 기계 같은 시간을 위해
내가 한 건
꽃병 속에서 급성장한 아이비 뿌리를 잘라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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