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큰집에서 제사한다고 8시간을 달려서 내려가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인 나는 엄마랑 함께 큰집 주방에서 제삿상 차리느라 바쁜데
나랑 동갑내기 남자사촌은 자기 형이랑 깎아주는 배 먹으면서 거실에서 TV 보는걸 보고 묘하게 억울했을 때
남자들이 제사 지내는 동안, 5살짜리 조카는 장손이라는 이유로 남자어른들 틈에 끼어서 제사지내는데
여자인 나랑 언니, 엄마, 큰엄마, 작은엄마는 부엌에서 숨죽이고 제사 끝나기를 기다려야 했을 때
그렇게 제사가 끝나면 남자어른들은 큰상에서 제사음식 나눠먹고 우리는 개다리소반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밥 먹어야 했을 때
이미 그때부터 나는 페미였어
책이 나한테 알려줬을 뿐임... 그 억울함이 정당했다고 ㅋㅋ
책 읽는 여자는 책을 통해서 페미임을 깨닫게 된 여자거나 페미이기에 책을 읽는 여자로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