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덮고 약간 멍한 상태에서 머릿속으로 감상 정리하다가
시계보니까 한시간이 지났어
그런데도 무어라 딱 정의할 수 없는 기분이 가시질않네ㅜㅜ
한 사람의 삶을 온통 같이 살아낸 느낌이야
스토너의 인생이 허무하고, 비극적이라고 하는 독자들도 많지만
난 그 인내와 성실함이 숭고하다고도 느껴져
스토너가 로멕스한테 반항하면서 가르쳤던 37학번 학생들이
3학년 영어시험에서 가장 우수했다는 대목있잖아
난 그게 스토너의 진정한 유산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
그 중 몇몇은 스토너가 그랬던 것처럼 문학에 매료되어서 일생을 바칠 결심을 했을 수도 있고
또 몇몇은 교편을 잡아 다음 세대에 배움을 물려줄 수도 있는 거잖아
그래서 스토너 삶의 결실은 마지막에 손을 뻗었던 자신의 책 한권이 아니라
뒷마당을 가로질러가던 이름모를 젊음들에게 있는 거 같다고 생각했어
어쩌면 자신이 그토록 거부했던 농부의 길을 걸었던 거 같기도 해
밭이 아닌 강당에서, 씨앗대신 학문에 대한 열정을 심으면서..
또 묘사가 특히 훌륭해서 유난히 현장감이 많이 느껴졌었어
유리온실의 잔인할 정도로 뜨거운 햇빛 (그와 대비되는 스토너의 고요한 무력감도..)
끓는 주전자 증기가 어렴풋이 퍼져가는 캐서린의 좁은 지하방
아마도 스토너의 집무실은 두꺼운 커튼이 너풀거릴 때마다 먼지 냄새가 났을 거야
활자만으로도 오감을 다 쓰게 만드는데서 독서의 매력을 다시 실감한다ㅠㅠ
사실 오랫동안 책에 소홀했는데
그래 이거지! 이래서 내가 책을 좋아했지! 상기시켜주는 좋은 작품이었어
내친 김에 소설 몇권 더 주문해서 내일 배송오거든
흠뻑 빠져서 행복하게 주말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