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의 달걀형 윤곽이 그녀와 똑같았다. 그러나 석탄처럼 까만색의 헝클어진 머리는 공작의 것이었다. 기다란 속눈썹 밑에는 라임 색 눈동자가 숨겨져 있을 터였다. 제시카는 두려움이 물러나는 것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의 얼굴에 나타난 유전적 특징들이 갑자기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폴의 얼굴 윤곽과 눈매는 그녀의 것이었지만, 아이 속에서 어른이 자라 나오듯 그 윤곽에서 아버지의 날카로움이 엿보였다.
아이의 얼굴이 무작위 패턴으로부터 절묘하게 걸러진 정수처럼 느껴졌다. 끝없이 많은 우연들이 하나의 연결점에서 만나 이루어진 것이 바로 이 아이의 얼굴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아이를 품에 안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