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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아니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시한부 선고 받은 예술가가 죽어가는 자신을 전시하고 있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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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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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제목은 최근에 너무 재밌게 읽은 책이 있어서 소개하려고 어그로 끌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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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베 악바르라는 작가의 '순교자!' 라는 책이야

느낌표까지 제목임...

 

뉴욕 타임즈에서 '2024년 최고의 책' 리스트에도 들어가기도 했고,

실제로 내가 구독하는 해외 북튜버들이 작년 최고의 책 소개하면서 엄청 많이 이야기하던 책인데

당시 제목이랑 표지가 특이하고 강렬해서 기억해두고 있었는데, 소리소문없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더라고.

좋은 책인데 국내에서는 화제가 덜 되는 것 같아서 소개해보려고 글을 써보고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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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에 대하여

 

카베 악바르라는 이름이 굉장히 생소하고 들어본 사람이 없을텐데, 그게 맞음.

89년생의 이 젊은 작가는 시인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고, 어느 정도 주목 받는 시인이었나봐.

지금까지 시집은 두 개 정도 나온걸로 알고 있는데, 소설로는 이 작품이 첫 작품이라고 함! 

 

이런 책을 첫 작품으로 썼다는게 신기한데 작가 정보가 잘 없다보니 해외 인터뷰를 좀 찾아 보았는데,

작가는 이야기 하고 싶은게 뚜렷하게 있었는데 그건 시로 담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고 해.

그래서 일주일에 소설 두 권씩 읽고, 매일 영화를 한 편씩 보면서 '서사'를 다루는 법에 대해서 공부했다고 함.

 

한강의 ‘소년이 온다’나 앨리스 워커의 ‘컬러 퍼플’ 같은 우주대명작이 있긴 하지만,

사실 시인이 쓴 첫 소설이라는 타이틀이 그다지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던 것이 표현이 신선하거나 문장력은 좋은데

글이 현학적이거나 시적이라 읽기 힘든 경우가 많긴 하거든.

아무래도 시라는 장르가 서사에 집중하는 장르가 아니다보니?

실제로 이 책의 두 챕터 정도를 읽을때까지만해도 계속 튕겨져나가서, 나랑 안 맞나? 싶은 생각을 하고 그랬음…

 

그런데!!!! 아니었음!!!

 

세번째 챕터부터는 너무 재밌어서 절반까지 거의 단숨에 읽어버렸음.

 

 

2. 그래서 무슨 이야기인가? 

 

이 책의 주인공 ‘사이러스’는 이란에서 태어났지만 어릴때 미국으로 이민 온 젊은 청년으로

‘죽음’에 대한 남다른 집착이라고 해야할지, 걱정이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그 개념에 대해 굉장히 천착하고 있는 인물이야.

 

일단 그의 어머니 ‘로야’는 자신을 낳고 전쟁에서 돌아온 오빠(즉 사이러스의 삼촌)를 만나러 비행기를 탔다가 미국에 의해 격추 당해 죽게돼.

미군이 전쟁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민항기를 격추시킨 이 사고는 실제 88년에 있었던 사건인데, 이로 인해 해당 여객기에 타고 있던 탑승객 290명은 전원 사망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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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사건이 벌어진 이후 진상 조사와 군사 재판이 열렸지만,
관련 인물 몇몇은 오히려 포상을 받기도 하고 제대로 된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흘러가다

96년이 되어서야 보상금을 지불하는 형태로 마무리 되었다고 함.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여동생을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이러스의 삼촌은

안 그래도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PTSD를 안고 있었는데 거의 정신을 놓았고,

사이러스의 아빠는 평생을 형용할 수 없는 무거운 슬픔과 분노 속에 살게 됨.

 

사이러스의 아빠는 사건이 있고나서 아예 격추 사건의 원흉인 미국으로 건너와서 양계장을 운영하며 사는데,

아내를 잃은 슬픔과 분노는 안타깝게도 자신의 아들에게도 투영돼.

소설 속에서 사이러스는 어릴때부터 잠투정이 굉장히 심한걸로 나오는데 (커서는 만성적인 불면증에 시달림),

고된 양계장 일도 하면서 잠들지 못하는 아이를 홀로 돌보는게 고되서 오히려 쌀쌀맞게 대하게 됨. 

 

아빠는 사이러스가 대학생이 되자 급사해. 

 

사이러스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그다지 다정하지 않았던 아빠가 자신이 성년이 되자 급사한 것이,

진작 죽었어야 했던 사람이 책임질 것이 덜어지자 죽은것처럼 느껴지는 거지. 

 

자기를 낳자 마자 격추 사건으로 죽은 엄마는 허망한 ‘죽음’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하고 있고,

자신을 길러준 아빠도 삶을 견디다 ‘나’라는 짐을 덜자마자 죽고,

전쟁에서 너무 많은 죽음을 목격한 삼촌은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이렇다보니 ‘죽음’이란 무엇일까? 사는게 어떤 의미가 있나? 이런 생각을 하며 평생을 방황하던 사이러스는 어느 날,

그의 평생을 따라 다녔던 ‘죽음’이라는 질문으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됨.

 

순교에 대한 내용이 여기서 나오는데 비행기 격추 사건으로 인해 이란에선 국가 전체에 반미 정서가 깔리게 되고

이를 국가에서는 정치적 메시지로, 과격한 테러 단체에서는 명분으로 사용돼.

 

즉, 그의 엄마를 일종의 ‘순교자’로 보는 시선이 있는 셈인데,

사실 태어나기는 이란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이러스 입장에서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죽음은 ‘의미 없는 헛된 죽음’이 아닌가 싶은거지.

순교라는건 무언가를 이루고자 자신이 목숨을 바치는건데, 그의 어머니는 그런게 아니잖아.

하지만 그녀의 죽음에 의미가 없다면, 내 삶은 무엇이 되는걸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순교의 의미를 넓히려는 고민이 그가 쓰는 책에 담겨져있어. 

 

어떤 죽음은 순교라고 칭해지고, 의미를 갖는거라면

그 나머지 죽음은 정말 의미가 없는건가? 모든 죽음이 의미를 가질 순 없나? 의미를 가진 죽음은 어떻게 되어야하는가,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하면서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죽음에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책을 쓰는거라 나는 이게 일종의 '자기 치유' 같다는 생각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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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사이러스에게 한 친구가 지금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암으로 인해 시한부를 선고 받은 한 이란 출신의 예술가가 죽어가는 자신의 몸을 전시하고 있다는 소식이 떠올랐다며,

너의 글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그 예술가를 한 번 만나보라고 함.

 

오르테가라는 예술가는 ‘죽음-말’(DEATH-SPEAK)이라는 이름으로 죽어가는 자신의 몸을 전시하는데, 방식은 간단해.

매일 전시장에 와서 전시에 온 사람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는 참여형/행위 예술임.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나 오노 요코의 행위 예술이랑 비슷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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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어떤 계시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사이러스는 얼마 남지 않은,

미국이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보상금으로 한동안 브루클린에서 머물며 오르테가와 대화를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책을 쓰고자 하는데

 

 

3. 왜 좋은가?

 

일단 위에 쓴 것처럼 이 소설의 이야기 자체가 굉장히 흥미진진해.

미처 설명하지 않은 것도 많은데 (삼촌의 이야기, 아버지의 이야기, 사이러스와 친구의 이야기 등) 

이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이 다 신선하면서도 재미있어서 흡입력이 굉장해.

 

그런데 난 이 책의 두 챕터까지는 진도가 잘 안 나가서 힘들었었거든 ㅠㅠ 

그 이유가 뭐냐면... 이 책이 선형적으로 쓰여진게 아니라서 그럼.

사이러스의 이야기도 과거 이야기가 나왔다가, 현재(브루클린에 머무는) 이야기가 나왔다가, 때론 사이러스 엄마 이야기가 나왔다가 하는 형태로 나오다보니

조금 헷갈린다고 해야하나?

그러다보니 몰입이 될만하면 뚝 끊기고 다른 장면이 나오는 기분이라 처음에는 몰입하지 못했는데,

진짜 40페이지만 참고 읽으면 그 뒤에는 진짜 술술책임...

 

처음엔 몰입을 방해했던 서술 방식이 오히려 드라마나 영화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특히 드니 빌뇌브 '그을린 사랑'이 엄청나게 많이 떠올랐음. 주제면에서도 그렇고.

그 영화도 엄마의 죽음으로 시작하고, 그를 추적하는 쌍둥이 남매의 이야기와 엄마의 이야기가 서로 엇갈리며 나오잖아. 

이 책도 딱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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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서술 방식을 채택한 작가에게도 의도가 있다고 느껴져.

중간에 페르시아의 거울 조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작가가 택한 이 서사 방식에 대한 이유를 조금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해.

 

 

..

 

페르시아의 옛 수도 이스파한에서 사파비 왕조의 탐험가들이 유럽에 갔어요. 가서 온갖 곳에 그 모든 어마어마한 거울들이 붙어 있는 걸 봤어요. 사람들은 돌아와서 샤에게 그 얘기를 했고, 당연히 샤는 자기도 그런 거울을 잔뜩 갖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탐험가들에게, 사절들에게 유럽으로 돌아가 거울들을, 그 거대한 거울들을 가지고 오라고 했죠. 그래서 그 사람들은 그렇게 했어요.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거대한 거울을 가지고 세상을 가로지르는 동안에 거울은 박살나버리죠. 십억 개의 조그만 거울 조각으로 깨져버려요. 이스파한에서 샤의 건축가들은 커다란 거울 판 대신 엄청나게 비싼 깨진 거울 유리를 가지고 작업하게 돼요. 그렇게 그 놀라운 모자이크를, 사원과 벽감을 만들기 시작하죠. 

 

난 이 이야기를 많이 생각해요. (중략) 유럽의 허영을, 사실상 그들의 자기 반영을 베껴내려고 수백 년 동안 노력했던 페르시아 사람들을요. 그런 것이 우리에게는 파편으로 도착했고, 우리는 깨진 파편을 통해 우리 자신을 봐야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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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러스의 삶을 둘러싼 모든 죽음과 여러 이야기는 독자인 우리에게 '파편'으로 다가오는데,

작가는 이를 모자이크 형식으로 이어붙여 보여주고 우리는 그 파편을 통해서 그들을, 또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

이는 사이러스가 오르테가라는 미술가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후의 사건(사이러스의 인생을 통째로 바꾸는)을 겪으며 알게되는 것과도 맞닿아있는 이야기이기도 해.

 

스포할 순 없지만... 정말 대단한 반전이 중간에 등장하고, 이를 통해 사이러스가 느끼는 것을 묘사하는 부분이 정말 아름다워.

 

다 읽고나면... 결국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돼.

사이러스는 죽음에 대해서 쫓지만 결국 죽음은 삶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고, 

어느 순간 이 책은 우리가 삶을 삶으로 지탱하게 만드는 것들,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차.

 

사이러스가 너무 보고싶은 인물을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그 사람이 등장하는 순간에 대한 묘사가 결말부에 나오는데 정말 아름다워서 인용해보고 싶어.

 

..

 

사이러스는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발밑의 땅이 얼마나 뜨거워졌는지 점차 의식했다. 그는 웅성거리는 소리를, 진동을 들을 수 있었다. 땅이 말벌 집을 둘러싼 아주 얇은 종이인 것 같았다. 지가 멀리서 다가오는 것이 보였을 때쯤, 땅은 거대하고도 섬세한 무언가를 구워내는 가마, 모래를 유리로 구워내는 가마 같았다. 그를 보는 순간 사이러스의 심장이 가슴에 덜컥 걸렸고 그는 거의 동시에 깨달았다. 분명한 무언가가 함께 찾아왔다. 전에 없이 뚜렷하게. 달콤하고 분명한 것이. 호두와 나무 타는 연기 냄새가 바람에 실려왔다. 공기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

 

진짜 이 대목 읽는 내내 내 심장이 같이 터질 것 같았음... 이 둘의 관계도 이 소설의 백미이니 이 둘이 어떤 관계인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도록...

 

 

 

아무튼 이 이야기 외에도 이란인으로써 테러리스트가 아님을 끊임없이 증명해야하는 미국의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 전쟁에 대한 이야기 등

정말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가 폭넓으니 꼭 한 번 읽어보았으면 좋겠어~!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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