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오랫동안 책을 멀리 하다가, 이제 막 다시 독서에 재미를 붙이는 중인 사람이야.
사실 도서관에서 완독하고 반납한 책도 아직은 한 손에 꼽히는 정도라, 이 책의 두께 (824p) 는 나한테 꽤 도전적이었음ㅎㅎ
그렇지만 책 뒷면에 적힌 문구가 너무 매혹적이더라고. 어린 시절 책 읽기의 마법을 경험한 어른들을 위한 책 라니.
다 읽고난 지금은 이보다 더 공감할 수 없는 평이라고 생각함.
'클라우드 쿠쿠랜드'는 책 속의 책에 붙여진 제목이기도 해.
서기 1세기말 고대 그리스 소설. 아이톤이라는 양치기가 모험을 떠나 당나귀와 물고기와 까마귀가 되는 수난을 겪은 끝에 하늘에 떠있는 고통 없는 도시 클라우드 쿠쿠랜드에 도달하는 이야기.
그리고 이 '클라우드 쿠쿠랜드'란 책을 매개로 연결되는 <클라우드 쿠쿠랜드>의 주인공은 총 다섯 명이야.
15세기 콘스탄티노플 성 안의 고아 소녀, 성 밖의 언청이 소년. 21세기 미국 아이다호주의 동성애자 노인, 자폐스펙트럼 소년. 22세기 우주선 내부에 홀로 격리된 소녀.
다른 시대를 살지만 각자의 사회에서 소수자인 이들을 통해서, 약 700년의 세월을 가로지르면서 하나의 책이, 이야기가 어떻게 지켜지고 후대에게 전달되는지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야.
처음에는 주인공들간의 시점 전환이 빠른 템포로 이뤄져서 조금 정신 없을 수 있는데 읽을수록 정말 빠져드는 구성임.
(사실 중간중간 너무 뒤가 궁금한 채로 시점이 바뀌어서 뒷페이지로 건너뛰고 싶은걸 참은 게 여러 번이지만..)
학업 핑계로 책과 점점 멀어지긴 했어도 어릴 때-초등학교 고학년 때 특히-는 부모님이 걱정하실 정도로 매일 소설만 읽던 적도 있었거든.
책 후반부로 가는데 정말 별 것 아닌 장면 장면에도 공연히 막 눈물이 나는 거 있지. 이상하게 코끝이 찡해지고 눈이 뜨거워지고.
책이, 이야기라는 게 우리에게 주는 위안과 기쁨이 얼마나 큰지!
어릴 적 밤새워 읽었던 소설들과, 그 세계의 풍경이 눈 앞에 그린듯 펼쳐졌던 순간의 경험들이 되게 새록새록 떠오르더라.
책을 사랑하는 도서방 벗들이라면 틀림없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거야 ㅠㅠ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고 가슴이 벅차고 두근거려서,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너무나 행복한 마음에 두서 없이 추천의 글을 적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