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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10월에 읽은 책들 짤막한 후기 (스포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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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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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기호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 ★★

 

두 눈을 감자 다시 아내와 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내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잘했다고, 침대를 잘 샀다고, 당신 집에선 도통 잠을 못 이루지 않느냐고, 그러니 이제 구두도 벗고 한숨 늘어지게 자라고…….

 

앤솔로지도 아니고 같은 작가의 글만 실린 단편집인데도 어떤 건 마음에 쏙 들고 어떤 건 불호라는 건 신기한 일이야

굳이 따지자면 별 감흥 없이 슥슥 넘긴 이야기가 더 많았던 것 같네

 

 

 

2. 서보 머그더 <도어> / ★★★

 

그리고 지금은 알고 있지만 그때에는 알지 못했다. 애정은 온화하고 규정된 틀에 맞게, 또한 분명한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누구를 대신해서도 그 애정의 형태를 내가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문단문단의 볼륨이 엄청 두꺼웠던 것으로 기억하고... 굵직한 사건이 중간중간 터지긴 하는데 사건보다는 두 여성 인물의 관계에 집중해서 파고들고 있어

나는 둘 다 이해가 되질 않아서 이입은 안 됐고 남 일 보듯이 읽었는데ㅋㅋㅋㅋ 결말부 읽다가 맨 앞으로 돌아가보니까 거기 쓰인 문장이 이해가 되더라

소개글만 보면 같은 작가의 <아비가일>이 더 흥미로워 보이는데 우리 동네 도서관에는 없어서 아쉬웠어

 

 

 

3. 니시무라 교타로 <묵시록 살인사건> / ★★

 

사회파 미스터리라는데 내가 느끼기엔 사회 문제를 깊게 다룬 것도 미스터리가 흥미로운 것도 아니었어

그리고 여기 등장하는 집단이 와해되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 좀.. 별로..

 

 

 

4. 클레어 키건 <맡겨진 소녀> / ★★★★

 

내 발이 진입로 중앙에 풀이 지저분하게 자란 부분을 따라 달리며 울퉁불퉁한 자갈을 세차게 밟는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딱 하나밖에 없고, 내 발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다.

 

10월 들어 읽은 책 중 처음으로 '좋다..'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 준 귀한 책...

생각보다 엄청 얇아서 놀랐는데 내용이 빈약한 건 결코 아니고

짧은 분량 안에서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 사이의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올렸어

사실 뻔한 전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 장면에선 눈물까지 남ㅋㅋㅋㅋ 영화도 보고 싶더라

104페이지밖에 안 되니까 두꺼운 책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을듯

 

 

 

5. 이사구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 / ★★★

 

직장 상사가 이상하다. 누군가는 이 말을 두고 동의어 반복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직장 상사는 본디 이상한 존재인 것을 또 말할 필요가 있느냐고. 그럼에도 확실히 단언할 수 있다. 요즘 내 직장 상사는 정말로 이상하다.

 

위에 인용한 문장 때문에 궁금해져서 읽기 시작한 책ㅋㅋㅋㅋㅋㅋ

무당 유튜버와 어쩌다보니 그 유튜버의 편집자(겸 조수 겸 이것저것...)가 된 전직 회사원의 이야기인데 킬링타임용으로 좋았어

주인공이 너무 고생해서 짠해...

 

 

 

6. 외르케니 이슈트반 <장미 박람회> / ★★☆

 

지금 결혼 생활 17년을 되돌아본다면, 마지막 열흘 동안은 제가 그이의 부인이라고 느낄 수 있었어요. 아마도 이것을 얘기한다면 시청자들께 좋은 인상은 드리지 못하겠지만, 고백하건대 저는 남편이 죽어가는 와중에 처음으로 그이와 행복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려는 피디의 이야기

그런데 극적인 다큐멘터리가 되려면 출연진이 죽음에 가까워야 하잖아? 여기서부터 많은 것이 시작됨

미코 부인 파트가 감동적인데 씁쓸하고... 그랬어 미코 부인은 행복했겠지만....

 

 

 

7. 토르 에벤 스바네스 <물범 사냥> / ★★★★

 

예전에 후기 쓴 적 있으니 패스 (https://theqoo.net/book/3457331141)

 

 

 

8. 사데크 헤다야트 <눈먼 올빼미> / ★★☆

 

오직 죽음만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죽음이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가 모든 헛된 상상들을 물리친다.

 

이란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고 페르시아 문학에 한 획을 그은 소설이라는데 이걸 읽고 자살하는 사람이 많아서 금서로 지정됐었다나 뭐라나...

읽다 보면 정신 이상해지는 기분이긴 해 서술과 상황이 변주되면서 반복되고 화자도 정신이 분열되어 있고..(<이건 내 추측)

묘사보다는 서술 때문에 소름끼치는 책이었어

그리고 사철제본된 책이라는 점도 독특했어 책이 취향이었으면 인테리어용으로라도 한 권 들여놨을 것 같아

 

 

 

9. 이청 <지금 말하지 않으면 늦어버린다> / ★★

 

아빠는 지금 제가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된 건 아빠와 엄마의 막대한 희생 덕분이니 제 결혼만큼은 부모의 뜻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신문에 광고를 내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유언을 수집하고 그걸 엮은 책인데

읽으면서 든 생각: 와...... 불륜 징하게 많이 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죽음을 앞두고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고백할 일이라면 보통은 추악하고 고통스러운 것이긴 하겠지만 거의 하나 걸러 하나당 불륜이 나왔어ㅋㅋㅋㅋ

별점 두개인 건 불륜 때문은 아니고 그냥 내가 기대하던 방향에서 좀 벗어나 있어서?

 

 

 

 

이번 달 타율 무슨일이야.... 내 별점 기준이 좀 들쭉날쭉하긴 한데 그걸 감안해도 영 별로네

이 중 추천해보라고 한다면 평범하게 <도어> <맡겨진 소녀> <물범 사냥>으로 할게

11월엔 더 재밌는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길.. (그런 것치고는 이미 읽은 두 권도 별로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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