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생크 탈출 영화를 먼저 보고 재밌어서 원작 소설을 찾아 읽었어.
제목은 Rita Hayworth and Shawshank Redemption. 분량은 부담없이 111페이지.
영화는 원작에서 일부 디테일한 설정을 바꾸기 했지만 거의 그대로 살리려고 한 것 같아.
마지막 세 페이지에서는 눈물이 날 뻔 했어(울었음).
왜 제목이 영화처럼 쇼생크감옥에서의 탈출이 아니고 구원(Redemption)인지 궁금했는데, 마지막 페이지에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어.
앤디는 스스로를 구원하기도 했지만 레드까지도 구원했더라고.
수십년을 쇼생크에서의 정해진 루틴에 너무도 익숙해져 심지어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살다가("an institutional man"이 된다고 여러번 나옴),
막상 감옥에서 나오고도 일터의 매니저에게 화장실 가도 되냐고 (감옥에서 늘 그랬듯이) 물어보는 모습에 자괴감에 빠지고
감옥에서와는 다른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괴로워하는 레드...
이전에 가석방 된 감방 친구가 밖에 나간지 일주일만에 적응을 못해서 자살했다는 얘기도 앞에 나왔듯이,
레드도 그냥 죽어버릴까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을것 같은데, 레드는 27년간 벽에 터널을 묵묵히 팠던 앤디를 상기하면서
일 끝나고 남는 시간마다 앤디가 찾아보라고 알려준 바위를 찾아 나서게 돼.
레드는 앤디를 보며 희망이 어떤 것인지, 사람이 살면서 희망을 갖는다는게 무엇인지, 희망을 갖는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 깨달았어.
마침내 앤디가 말한 바위를 찾고 그 밑에 놓인 앤디(아니 이제는 피터 스티븐스)의 편지와 현금을 발견했을 때 나도 레드랑 같이 울었던 것 같아...ㅠㅠ
레드는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앤디가 살고 있을 멕시코의 한 바닷가 마을로 가고야 말거야.
그 끝이 불확실하고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긴 여행을 시작하려는 한 사람의 기분과 감정, 얼마나 설레고 두려울까.
영화에서와 달리 앤디를 만나는 장면까지 나오진 않지만(그래서 더 좋더라),
책에서의 레드는 결국 앤디를 만났을 거라 믿어.
왜냐면 레드는 이제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으로 거듭났거든.
그래서 이 이야기는 어쩌면 앤디의 감옥탈출기가 아니라, 앤디를 통한 레드의 구원 일기가 아닐까.
나도 나이들면서 좀 더 비관적이고, 현실적이고, 갖고 있던 걸 잃을까봐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자 내 속에 어떤 것이 꿈틀거리는게 느껴졌어. 어떤 희망이나 용기 같은 거..?
그리고 역경 속에서도(앤디 감옥와서 진짜 말도 못할 끔찍한 일을 많이 겪음ㅜㅜ) 묵묵하고 치밀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간 앤디가 정말 대단하고 나도 본받고 싶어.
나는 앤디가 맨 처음부터 '나 억울해 탈옥할거임' 하면서 계획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
앤디는 능력껏,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러나 이전에 누구도 하지 못한 방식으로 감옥 생활에 적응해 나갔고, 적응은 했지만 끝내 순응하지 않았어.
수십년을 매일 똑같은 루틴으로 기상-노동일과-취짐을 반복하면서도 결코 institutionalized 되지 않고, 맞서 싸울 건 싸우고, 똑바로 할말은 다 하던 앤디는, 그저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살아낸 것 같아. 나도 내 주관과 중심을 굳게 잡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정말 스티븐 킹은 소설의 왕이세요ㅜㅠㅠ 라고 흐느끼며 이 감정이 옅어지기 전에 후다닥 후기 남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