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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삼국지 책 잡설 (附. 추천담) (스압주의) (긴글주의) (줄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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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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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부터 삼국지 관련 글이 올라올 때마다 전직 삼덕(?)으로서 

  뭔가 게시글로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리기도 했고

  은근히 갈피를 못잡겠더라고.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써봅니다.

  게으른 나를 매우 치라 (....)

 

  여튼, 먼저 입문서가 될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하고 그 다음으로 번역서, 다음으로 만화책을 쭉 한번 봐 보는 걸로.

  처음에는 '추천도서'라는 이름으로 글을 쓸까 했지만 개인적으로 몇몇개를 제외하면 일장일단은 다 있는거 같아서

  읽어본 책들을 한번 쭉 적어 볼 테니 벗들이 보고 '아 맞겠다.' 싶은걸 골라서 읽으면 좋지 않을까 해.

 

   Ⅰ. 입문서

  

  삼국지는 그래도 전근대 서물(書物) 중에서는 상당한 장편에 속하고 그래서 책 수도 많아. 그리고 역사소설이다보니 소설과 역사를 두고서도 수많은 덕후들을 양산해 냈기 때문에 한때는 입문서 시장도 되게 컸어.(지금은 기본적으로 동아시아 전근대 문학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 삼국지를 무슨 '인생의 지혜를 알려 주는 책' 따위로 생각하는 사고가 많이 없어져서 - 삼국지 말고도 인생의 지혜를 습득할 수 있는 책은 천지에 널렸다. - 입문서 시장은 많이 축소되긴 했어.) 하여간- 맛보기를 좀 보고 싶다- 하는 사람들은 이런 책들을 읽어 보는게 좋지 싶어요.

 

  여사면 저, 정병윤 옮김, 『삼국지를 읽다』, 유유, 2012.

  근대 중국의 4대 사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사람이 여사면이라는 인물인데 그의 1943년 저서인 《삼국사화(三國史話)》를 번역한 것인데 역사'소설'로서 삼국지를 읽기 전에 역사적인 측면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책.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그러니까 삼덕질을 시작하기 전에 읽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책이기도 함.

 

  리동혁, 『삼국지가 울고있네』, 도서출판 금토, 2003

  이문열 평역본 삼국지의 여러가지 오류를 짚어낸 것으로 유명한 책인데 그것 이외에도 황석영 번역본의 오류 역시 함께 수록되어 있음.(정확히는 당시까지 한국에서 출판된 삼국지 번역본의 오류를 따져본 책이라고 할 수 있음.) 입문용-이기 보다는 사실 본격적인 번역본을 읽으면서 읽는 것도 좋을 수 있음. 나름대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자료들도 제시하고 있어서 좀 더 전문적인 입문서를 원한다면 이 책을 추천할 수 있음. 저자 리동혁은 조선족 작가이자 삼국지 연구자인데 후일 직접 삼국지 원문을 번역한 『본삼국지』를 내기도 했음. 관련해서는 후술 하겠음.

 

  바운드 지음, 미츠다 타카시 감수, 전경아 옮김, 『지도로 읽는다 삼국지 100년 도감』, 이다미디어, 2018

  사실 20세기에 수많은 삼국지 입문서들이 나온 이유 중에 하나는 저 복잡한 지리에 대한 것들 때문인데 그 점에서 장점이 있는 책. 이런거 구하기 힘들었을 때 진짜 지리 파악해본다고 개고생했던 기억이 새록. ㅋㅋㅋ (...)

 

  와타나베 요시히로 지음, 김용천 옮김, 『삼국지의 정치와 사상 : 역사적 사실의 영웅들』, 동과 서, 2017

  위의 여사면 책보다 조금 더 역사책에 방점을 찍고 있는 책인데 배경을 알기에 이만한 책도 없음. 특히 소위 '명사 집단'에 대해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추천. 이 명사 집단이 삼국지를 수놓은 수많은 모사들의 출신 성분이거든.(군주들도 명사 출신인 사람들이 당연히 있지.) 

 

  안노 미쓰마사 지음, 한승동 옮김, 『삼국지 그림 기행』, 서커스, 2016

  나는 '그림이 좋다!'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 1. 삽화, 일러스트로 보는 삼국지-인데 소설 속의 이런 저런 장면들을 이미지화하기에 좋음. 이런 류의 저작들은 사실 20세기 초반, 중국에서 '연환화'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것이고 삼국지도 당연히 연환화 버전이 있는데 지금은 아마 연환화 판의 번역본이 국내에 없을 것이고 그러한 전통을 새롭게 구현(?)한 것으로서 이 책을 꼽을 수 있을 듯.

 

  장동석, 『삼국지 : 천 년 넘어 새로워진 이야기』, 너머학교, 2021

  해설서-라는 이름으로 가장 적당한 책을 고르라면 근래 나온 것 중에서는 이것을 골라야 할듯. 연구자의 시선이기 보다는 독자의 시선이라서 더 이해하기도 쉽고 너머학교 책들이 상대적으로 이해가 쉽더라고.

 

  이 외에 세창에서 나온 『진수의 삼국지, 나관중의 삼국연의 읽기』가 좀 딱딱하긴 하지만 그럭저럭 또 읽을만한 입문서입니다.(입문서는 가급적 절판을 뺐습니다.)

 

  Ⅱ. 번역서 (1)

 

  이 목록에서 언급되고 있는 출판년도는 현재 판매중인 도서의 출판년도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초판년도를 기재하였음. 순서는 무작위. 생각나는 대로.

 

  이문열 본 (전10책, RH코리아, 2020)

  - 90년대 삼국지의 최고 화제작-이라고 하면 단연 이 이문열의 삼국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음. 가는 개인적으로 이 판본이 아니라 민음사 판본으로 봤었어. 원래는 1983~1988년에 걸쳐서 경향신문에 연재된 것을 1988년 5월에 민음사에서 출간한 것이 시초인데 이것이 2002년에 한번 개정을 했고, 다시 2020년에 '개정신판'을 낸 것- 이긴 한데 02년 개정판은 내 기억에는 88년판하고 대동소이했었음. 여튼- 이문열 특유의 문체, 그야말로 악마적이다 싶은 문학적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 판본인데 좋은 평역인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음. 더군다나 정사를 들먹이면서 자기 주관을 부연해 놓은 부분들은 자연스레 삼국지 팬들에게 있어서는 뜨거운 감자가 됐고 90년대의 수많은 삼국지 입문서 류의 출현은 이 책의 출현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기도 했음.(결국 이문열의 주관을 반박하거나, 혹은 이문열의 주관에 동조하여 논증을 덧붙이거나 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는 말.)

  - 전반적으로는 일단 모종강의 원본의 흐름을 따라가되 해석이 나 주관에 있어서는 크게 차이가 있음.

  - 이 RH코리아 판은 대만의 만화가 정문(1958~2017)의 삼국지 삽화가 들어가 있음.

 

  박종화 본 (전10책, 달궁, 2009)

  - 나는 이걸 1999년 대현출판사 판본으로 접했었음. 아마 이문열 이전에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를 꼽으라면 역시 박종화를 꼽지 않을 수가 없지. 특히 역사소설에 있어서는 아주 탁월한 필력을 자랑해서 수많은 역사 소설을 썼었고, 이 역사 소설들은 무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여러 사극의 원전 역할을 했었음. 이 삼국지는 그런 박종화의 작품이다보니 이문열 이전 세대에게는 '삼국지' 하면 으레 박종화를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많았음. 하여간 박종화의 삼국지가 68년 초판인데 그 뒤로 수많은 판본이 튀어 나왔음. 그 위상을 알 수 있지. 이 삼국지는 옛날 말투가 여과없이 드러나 있는데 이런 말투에 거부감이 있지 않다면 개인적으로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음. 이 옛날 말투-라는게 정확히 어떤 느낌이냐면 30대 이상 되는 사람들은 전래동화나 구비문학 같은데에서 본 적이 있는 표현들. 가령 '창을 꼬나쥐고' 라던지 '어마 뜨거라하고 달아났다' 같은 그런 표현이 등장하는 식.

  - 전반적으로 구성도 무난하고 문체도 옛스러운 표현을 제외하면 안 읽히는 문장이 아니어서 이걸 최고의 번역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음. 원본에 있는 시나 평도 번역을 잘 했으.

   

  박태원 본 (전10책, 깊은샘, 2008)

  - 박태원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로 유명한 바로 그 1930년대 모더니즘 소설의 대표자 박태원이 맞음.(이상 친구 그 박태원). 박태원은 1941년에 월간지 '신세대'에 처음으로 삼국지 번역 연재를 시작했으나, 1943년 적벽대전가지 기고 된 상태에서 중단되었고 이후 1950년 정음사의 최영해 사장(국문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장남, 정음사는 최현배 선생이 강의자료로 『우리말본』과 『소리갈』을 등사로 찍어낸 것을 계기로 만들어진 출판사. 이름이 '정음正音'인 이유가 있다.)의 권유로 1950년, 다시 번역해 착수해서 2권까지 출간한 바 있음. 그러나 그해 6월에 월북하면서 중단됐고 미완성이던 번역 원고의 후반부는 최영해 사장이 완성해서 1955년 10권으로 완간되었음. 당시 정음사 판 가운데 박태원의 분역 분량이 전체의 반인지, 3분의 2인지 설이 분분하지만 알 수는 없고, 박종화 본과 더불어 20세기 중후반 한국의 삼국지 시장을 양분한 책으로 자리매김함.

  - 이 책은 그와는 별도로 박태원이 월북 후인 1959년 다시 번역을 착수하여 1964년 6권 분량으로 완역, 출간한 판본을 기초로 하는 판본. 박태원 번역본은 1989년 북한에서도 재간행 된 바 있는데 이때 북한이 미친병이 들어서(...) 문학적 어휘를 전부 풀어버리는 개작을 단행해 버림. 아마 박태원이 이미 사망한 뒤라 가능했던 듯. 여튼 그래서 간행된 책인데 우리말 구사도 좋고, 원전에 포함되어 있는 시문의 번역도 아주 잘 되어 있음.(이건 박태원이 숙부에게 전통한학을 배웠고, 중문학자 백화 양건식에게 고전 중문학을 배웠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함.)

  - 개인적으로는 왜 불완전한 정음사판으로도 인기가 있었는가 충분히 알만한 작품이라고 생각.

  - 이 책은 근래에 길용우 배우가 낭독한 오디오북으로도 나왔는데(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나옴. 커뮤니케이션북스는 꽤 오래 전에 한국문학, 외국문학을 각 100선으로 해서 중견 배우들이 낭독한 오디오북을 내기도 했음.) 듣는 재미가 은근히 쏠쏠함. 길용우 배우가 1200명이 넘는 등장인물을 하나하나 연기하시는데 귀에 아주 잘 들어 옵니다.

 

  김구용 본(전10권, 솔출판사, 2017)

  - 나는 같은 출판사의 00년버전으로 봤었는데 17년 버전도 아마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임. 1974년 초판, 김구용은 정통 한학자이자 시인이기도 한데 이 번역은 한학자로서의 자의식이 좀 더 투영이 된 듯. 들리는 말에 의하면 20년에 걸쳐 번역한 걸 출간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공이 들어간 번역은 확실함. 다만 한학자로서 번역한 것이라 그런지 다소 문체가 딱딱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음. 아무래도 소설가, 특히 문학 표현으로 아주 세상을 풍미한 문인들의 번역과 비교하면 확실히 심심하긴 함. 그러나 그만큼 담백한 문장이 백미라면 백미. 원분의 번역도 충실해서 정말 나는 원문을 가장 정확하게 보고 싶다-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추천할 수 있음.

  - 한참 전에 교수신문에서는 이 번역본을 가장 최고의 번역으로 꼽은 바가 있음.

  - 단, 몇몇 단어의 경우 번역이 잘못된 경우가 있는데 이 점은 아마 역자가 봤던 판본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음.(대략적으로 획이 비슷한 다른 한자로 읽은 경우가 많음. 사실 미국 같은 곳이라면 번역 작업에 있어서 반드시 텍스트 비평과 고증을 했을 터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원본 텍스트에 대해 민감도가 올라간건 꽤 나중의 일인지라...) 그러나 김구용 선생도 이미 돌아가신 분이라 개정의 길이 없다.(...) 돌아다녀보면 정오표 같은거 따로 돌아다닐 수도 있을 듯.

 

  

  황석영 본 (전6권, 창비, 2020)

  - 원래 03년에 10책으로 나온 판이 시작이고 2020년에 리마스터본이 나왔음. 나는 03년 버전으로 읽었음. 문체 평이하고 정역을 표방한 것 가운데에서는 읽기에 딱딱하지도 않음. 교수신문에서는 김구용 본과 함께 최고의 번역으로 뽑았는데 개인적으로는 김구용 본보다 문학적으로는 확실히 더 나은 편이 있긴 하다고 생각함.

  - 다만 이 판본은 기본적으로 황석영이 총대(?)를 매고 번역하긴 했지만 황석영 본인이 밝힌대로 중문학/한학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 자문을 했고 그 과정에서 좀 어중간한 퀄리티로 번역된 부분도 없잖아 있음. 그러나 전투 장면 등 본인이 『장길산』을 쓰면서 갈고 닦은 문장력을 뽐낼 때는 또 재미가 있고 그러하다. 그러니까 정리해서 말하자면 이 책은 분명히 평역본이지만 나름대로 '정역을 지향한 평역본'이라고 할 수 있음.

  - 리마스터판은 교정을 좀 다시 하고 임형택 선생(한문학자, 다산 전공, 성균관대 명예교수)이 한시 번역 감수에 참여했다고 하는데 반영이 됐다면 아마 03년 판보다는 훨씬 좋은 한시 번역이 나왔을 듯.

  - 이 외에도 이 번역을 토대로 이충호가 그린 만화도 전 15책 분량으로 출간된 바 있음.(문학동네, 2018)

 

  김홍신 본 (전10권, 대산, 1997)

  - 현재 모두 절판. 소설적 재미로보아 무난하기 그지 없는 번역.

  - 어렸을 때는 이문열 본의 서두에 실려 있는 인물 그림에 비교하여 훨씬 멋있는 그림이 실려 있어서 이걸 더 좋아했ㄷ...(먼산)

  - 이 외에도 몇군데에서 간행이 됐었는데 모두 절판.

  - 심지어 기탄출판에서 나온 2009년의 만화판도 절판.(...)

 

 황병국 본, (전5권, 범우사, 1999)

  - 실제 제목은 '원본 삼국지'

  - 원작에도 충실하고 삽화도 적절히 들어가 있는데다 분량도 다른 책에 비해 많지 않아 초심자가 접근하기에는 좋음.

  - 개인적으로는 10권으로 개정되어서 출간된 93년 판을 좋아하는데 다시 5권으로 줄었음. 이건 10권보다 좀 못한듯. 책을 잘못만들었음. 나는 93년판도 읽어봤고 99년 판도 읽어 봤는데 93년 판이 더 좋은듯-하지만 요새 없는듯. ㅠㅠ

  - 그와는 별개로 범우사가 은근히 전통의 강호라 그런가 문장도 읽을만 합니다.(범우사에서 번역한 소설들이 은근히 우리말 문장이 좋다.)

 

  송도진 본 (전6권, 글항아리, 2019)

  - 모종강본 120회를 완역했고, 매 회차 마지막 부분에 정사와 연의의 내용을 비교하는 부분을 첨가함으로써 역사로서의 삼국지도 알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는 책. 권 수는 6권인데 각 권이 두툼해서 10권본들보다 더 많아 보임.(...) 역주도 매우 풍부하고 이 정도면 거의 '삼국지 학'을 공부하는 교재로 쓸만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송도진 선생은 글항아리에서 수호지도 2번이나 번역을 한 사례가 있고 하야 번역은 매우 믿을만 하다고 하겠음.

  - 원문에 대한 충실도는 아마 김구용본과 함께 최고로 꼽을 수 있을 듯. 아마 교수신문의 고전번역비평 시리즈를 다시 시작한다-고 하면 이 번역본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을거 같긴 함.

  - 다만 소설가가 아니기 때문에 현대 소설 스러운 그런 문체를 보기는 어렵다.

 

  정원기 본 (전10권, 현암사, 2008)

  - 삼국지 팬들에게는 워낙에 유명한 정원기 교수의 정역본. 정원기 교수는 중문과 출신으로 삼국지가 전공인 양반.

  - 기본적으로는 모종강본 정역인데 다 번역해 놓고 협평은 또 번역을 안했음. 협평 자체가 약간 농담스러운 부분이 있긴 한데 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을 것을 왜 하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겠음.

  - 사실 90~2000년대 정원기 교수가 번역했던 다른 삼국지 교양서들이 좀 더 가치가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하긴 함.(다만 이 양반의 이 작업들이 국내에 조조 '빠'들을 양산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음. 실제로 이 양반히 은근히 故 신동준이 밀었던 이종오의 후흑학에 대해서 긍정적인 스탠스를 보이는거 같다는 평도 좀 있음.)

 

  리동혁 본 (전4권, 금토, 2014)

  - 알아주는 나관중 빠(...) 리동혁의 번역본. 사실 이 책은 소설 번역본이기 보다는 번역본을 빙자한 '삼국지연의 판본 연구'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들어요. 특히 리동혁은 모종강본을 혐오(...)하는 인물인지라 더더욱.(리동혁은 나관중의 최초 저작 형태에 가까운 것이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 바람에 문체가 딱딱하고 가독성이 좋지는 않아서 글 읽는 맛은 없지만, 그래도 오역을 최소화 했다는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함.

  - 개인적으로는 『삼국지가 울고 있네』가 더 좋은 책이라고 보는 편.

  - 차라리 이럴 바에는 역자 본인이 언급한 12종의 판본을 모두 제각각 번역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가을 해 봄. 결국 나관중의 원본을 살린다-는 명목 하에 이것저것 짜깁기를 해서 안하느니만 못하게 된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단 말이지.

  - 더군다나 개정판인 14년 판은 전판의 장점을 모조리 빼버렸음. 특히 판본의 차이를 밝히는 기능을 했던 대괄호 표시를 빼서 가장 큰 장점이었던 판본 문제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지할 수가 없음. 초판은 원래 11책으로 마지막 11책이 부록이었는데 이게 또 백미였으나 14년 판에서는 짤없이 빠짐.(...)

 

  김광주 본(전3권, 서문당, 2020)

  - 느닷없이 서문당 본이 복각이 돼서 나왔는데 김광주 삼국지 2종 가운데에는 모종강 본 정역을 기반으로 한 번역임.(2종 중 나머지 하나에 대해서는 후술함.)

  - 1996년 판본도 나오는 걸로 아는데 별 차이는 없을 거임. 나는 96년 판본으로 처음 읽었으.

  - 사실 이래저래 김광주 삼국지는 특이한 구석이 있는데 이 서문당 본의 경우에는 이미 창조사에서 모종강 본 기준의 번역을 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창조사 본 본문은 확인 못하고 목차만 확인함) 왜 이걸 다시 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음. 기왕에 68년에 삼중당에서 다른 버전으로 냈던걸 생각하면 뭐 번갈아 출판하고 싶었나 싶은 망상도 들 정도.

  - 읽기에 불편하지 않습니다. 이래저래 모종강 본을 읽고 싶은데 볼륨 큰 거에 질린다- 싶으면 이 버전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음.

 

  이 외에 정소문 본, 조성기 본, 신복룡 본, 박기봉 본 등이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모두 김구용 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

  

  Ⅱ. 번역서 (2) 요시카와 에이지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는 일본에서 전래되어온 삼국지 소설 류의 전통(모두 삼국지연의를 토대로 축약되거나 개작된 것들임.)이 현대소설로 탈바꿈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20세기 한국 출판에서의 삼국지 번역에 많은 영향을 미친 판본이고 이걸 토대로 한 번역본들도 많음.(...) 엄밀히 말해서는 표절(...) 내지는 중역이긴 한데 빼놓자니 그래서 슬쩍 정리해 봅니다.

 

  정비석 본 (전6권, 은행나무, 2004)

  - 나는 이 책을 삼청동 초입에 있던 '진선 북 카페'에서 거기에 비치되어 있던 책으로 처음 읽었음.(...) 기억이 가물하긴 한데 양장본이었던 것 같아.(양장본이면 고려문화사 판본이었을 것이다.) 나중에 학교 도서관에도 있어서 읽었는데 그때는 몰랐지. 이 책이 원본이 아니라 요시카와 에이지 본을 참고(내지는 표절)한 것이라는 것을.(....) 사실 고려문화사본은 공명의 사망까지만 수록되어 있고, 고려원 판에서도 몇페이지 정도로만 다루었던 것으로 알고 있음. 현재 출간되는 이 은행나무 판의 경우에는 그래도 제대로 공명 사후 이야기가 나오는 듯?

  - 역시 일세를 풍미했던 문인인지라 문장은 좋아. 술술 잘 읽히면서도 고어투 표현을 과감히 당시의 현대 우리말로 잘 전환하여 표현했는데 괜찮아.

  - 다만 원전을 알던 입장에서 어릴 때부터 이상했던건 그놈의 '범강장달이같다.'는 표현.(...) 이게 가만보니까 정비석의 말버릇이었던 듯한데 (다른 소설에도 자주 나옴.) 아니 근데 그 표현을 장비한테까지 써 먹으면 어떡해-하는...(장비 죽인 놈들이 범강, 장달이고 거기서 비롯된 표현이다.)

 

  양주동 본 (전7권, 진현서관, 1976)

  - 자칭 '국보'였던 무애 양주동의 삼국지 번역도 있는데 이 양반 이름 값에 비해서 많이 묻혀 있던 번역. 나도 뒤늦게 알고 국중도 왔다갔다 하면서 (국중도가 동네에 있음) 읽을 수 있었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은 번역 자체는 무난하였고 양주동의 필력도 좋지만 요시카와 에이지 본이라는게 참 이래저래 씁쓸했던 번역이라고 할까?

  - 지금은 중고도서를 구매하거나 공공 도서관이 아니면 읽기 힘들긴 하겠으나 나름대로 1970년대 삼국지의 한 단면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번역이라고 하겠음.(참고로 이 책에 보면 각 권마다 부제가 붙은게 있는데 이게 바로 요시카와의 유산(?)이라고 하겠음.)

 

  김광주 본 (전3권, 삼중당, 1968)

  - 김광주가 참 신기한게 국립중앙도서관 기준 삼국지 번역본이 4종임. 1965년 창조사, 1968년 삼중당, 1972년 서문당, 1974년 계몽사 소년판(1985년 8권본으로 나온 것과 같은지는 모르겠음) 등 4종. 도대체 왜 이렇게 번역했는가 싶은데- 심지어 한 텍스트를 번역한 것도 아니야. 이 삼중당 본은 전형적인 요시카와 에이지 본을 중역한 것이고 서문당 본은 모종강 본 정역임.(창조사/계몽사는 확인을 안해봤는데 창조사의 경우 회차가 120회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모종강 정역에 가까운 듯.)

  - 하여간 이 번역은 요시카와 판을 번역한 것인데 문장은 좋음. 사실 지금이야 완전히 묻혔지만 김광주는 당대 최고의 문장 중 한 사랑므로 꼽히던 사람이고 춘원 이광수의 전집이 삼중당에서 처음 나왔을 때 그 글을 윤문해서 지금 현재 잘 알려진 형태의 문장으로 통행되게끔 했던 장본인 중 하나임. 물론 자기 기획은 아니고 출판사에서 시켜서 한거긴 하지만.. 여튼.(이광수의 원래 연재 원고 같은걸 보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이광수 문장이 아님. 심지어 무장의 경우에는 현대소설이랬는데 장회소설에 가까운 문투로 되어 있으.) 그래서 문장은 크게 걸리는 것 없이 무난하게 들어오지.

  - 이 책은 이후로 따로 복각된 적이 없는 듯함.

 

  바른번역 본 (전10권, 코너스톤, 2020)

  강성욱 본 (전10권, 문예춘추사, 2013)

  - 모두 요시카와 에이지라는 이름을 제대로 밝힌 번역. 종래의 요시카와 본 번역이 표절 내지는 중역으로 이루어졌던 것(요시카와 본을 번역해 놓고 원 저자에 나관중을 밝혀 놓았다.)과는 다르지. 개인적으로 두 판본 중에서는 강성욱 본을 더 추천드림.

 

  사실 이 외에도 수많은 무명 작가들이 요시카와 본을 기준으로 번역한 책이나 소년용 도서들이 많은데 일일히 소개할 수가 없어서 대표적인 것만 적어 봄.

 

  Ⅲ. 만화

  삼국지 시장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게 만화 삼국지-의 존재인데 역시 수많은 판본을 읽어 본 입장에서 그걸 다 적을 수도 없고 개중에 절판되어 전혀 구할 수 없는 삼국지도 많아서 아쉽지만 이 내용들은 거의 차치해 두고 지금 현재 살 수 있거나 전자책 등을 통해 볼 수 있는 책들을 기준으로 정리했음요.

 

  전략삼국지 (요코야마 미츠테루, AK커뮤니케이션즈, 2016)

  - 만화 삼국지 하면 우야든동 가장 유명한 판본인데 내용은 요시카와 본을 기준으로 하고 있음.

  - 나는 세대가 세대(?)인지라 대현출판사 판본으로 읽었음. 볼륨이 큼에도 불구하고 만화라 그런가 슈루룩 읽히는 장점(?)이 있는데 정작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일자눈 조자룡이랑 손오공 장비 말고 남는게 없ㅇ(...)

  - 이 판본을 토대로 한 애니메이션도 있었는데 그건 왜인지 모르겠지만 적벽대전에서 끝나미.

  - 참고로 우리나라에는 3편짜리 비디오로 출시 되었던 일본 tv 삼국지가 이 삼국지를 엔딩 크레딧에 올려놨지만 1도 관계가 없음.(애시당초 감독의 창작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이라... 무려 조조가 금발이고 우금이 여자고.. 기타 등등.....)

 

  이충호 삼국지 (황석영 글, 문학동네, 2018)

  - 위에 간략하게 언급했으므로 생략.

 

  천웨이동 삼국지 (전10권, 위즈덤, 2016)

  - 근래에 나온 만화 삼국지 가운데에는 꽤나 작화가 좋은 쪽으로 평가 되는 듯.

  - 천웨이동이 자기 제자 양샤오롱과 같이 한 건데 편의상 천웨이동 삼국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음.

  - 다만 원작을 각색한 부분들은 꽤 나오는데 초반부가 확 줄어 있고, 조조의 모사는 곽가 밖에 없는건지 다른 모사들의 공적이 죄 곽가한테 몰려가 있다는 문제가 있음.

  - 현재는 '중국 정통 만화삼국지'라는 제목으로 판매되고 있는 듯.

 

  이희재 삼국지 (전10권, 휴머니스트, 2016)

  - 원래는 2002년에 이문열-이희재 만화 삼국지-인가 해서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것도 어느새 개정판이 나온 모양이더라고.

  - 처음에 나올 때는 수꼴 이문열(...)과 좌빨 이희재(...)의 만남이라서 핫했다는 카더라가 있음.(....)

  - 이문열 삼국지 내용을 만화로 꽤 거부감 없게 잘 소화했다는 장점이 있음. 이문열의 주관이 많이 완화되어 있는데 이문열의 필력은 느끼고 싶지만 그 주관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는 사람들에게는 이 만화판이 꽤 좋은 선택일 수 있음.(나도 이문열 삼국지를 그놈의 주관 때문에 진절머리 내면서 읽었는데 이거 읽을 땐 그런 거부감이 없더라고.)

 

  김영규 삼국지 (전101권, 여원미디어, 2007)

  - 내용은 정원기 교수가 감수를 했고 작화는 만화가 김영수 씨의 작품인데 작화 훌륭합니다. 김영수 씨는 거의 역사 소설을 만화화한 서적의 작화를 많이 하시는 듯. 초한지도 한 적 있고 수호지도 한 적 있는 걸로 알고 있음. 그리고 이거 글 쓰면서 찾게 된건데 나를 김홍신 삼국지로 이끌었던 일러스트 작화가 이 분 것이었던듯.(...)

  - 문제는 이 거질을 언제 다 구해서 읽는가 하는 것.(...) 나는 진짜 시간을 죽이며 삼국지를 읽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 아닐까.(사실 박봉성 삼국지가 박봉성 화백의 급서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정도로 가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함. 거긴 번성전투까지만 완성된 상태고 그 뒤는 그냥 흐지부지 되어서 68책이거든.)

 

  고우영 삼국지 (전10권, 문학동네, 2021)

  - 만화 삼국지의 최고 걸작을 꼽으라면 역시 이걸 꼽아야 할 듯한데 역시 요시카와 본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걸 고우영 화백 특유의 위트와 냉소로 풀어가는데 은근히 재미있음.

  - 아마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가 이 이상가는 퀄리티로 복각될 일은 이제 없을 듯 싶음.

  - 나는 이걸 흑백판으로 읽었는데 아마 기억이 맞다면 07년 애니북스 판으로 읽었던 듯.

 

  요 정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 일단 내가 읽어 본 것만 기준으로 했고 여기 수록되지 않았더라도 내가 읽지 않은 것도 있을 수 있음. + 읽었으나 넣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것들은 언급도 안했음. 언급 정도 한 경우도 있는데 이건 위의 걸 쉽게 못구하겠으면 구해봐도 크게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임. 만화에서는 중고밖에 안나오는건 아쉽지만 뺐는데 중고 가운데에서도 읽을만한걸 골라야 한다면 故 신동우 화백이 삽화를 담당한 '소년소녀 원색드라마 삼국지'(전16권, 금성, 1983)를 추천. 이것도 요시카와본을 토대로 한거이긴 한데 그래도 생략도 적고 꽤 충실하게 그려진 작품임.

  

  이걸 세상에 이틀 걸려서 다 썼네 ㅋㅋㅋㅋㅋㅋㅋㅋ (...) 여튼 얼마나 볼진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봐주느라 고생했음요.

 

  나는 이만 물러갑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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