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정지돈 입장문 올라온 것도 봤고.
일단 기본적으로 기존 김봉곤, 김세희, 정지돈 모두 작가로서 성의없고, 잘못한거라고 생각해.
김봉곤은 아예 수정 없이 그대로 대화 내용 복붙이었고,
김세희는 본인이 함께 겪은 일도 아닌 명백한 제3자 이야기를 가져다썼고,
정지돈도 타인의 이야기, 특히 타인의 상처를 땔감으로 썼고, 제일 큰 문제는 그와 피해자 외 타인이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다는거지.
그런데 여기서 내가 정지돈의 입장문을 보고 자꾸 생각이 드는 부분은 그거야. 정지돈은 피해자가 야간경비원의 일기에서 언급한 내용이 본인도 함께 그 현장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각색한거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고 있지. 여기서 독자로서만 존재해온 나는 헷갈리는거야. 만약에 이번에 논란이 되는 스토킹과 같이 피해자에게 상처가 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평범한 이야기를 함께 겪은 얘기, 즉 작가도 함께 경험한 이야기를 각색해서 작품에 넣었다면? 그러면 괜찮을까? 괜찮은 것과 괜찮지 않은 것의 기준은 어떻게 되는걸까? 피해자의 수치심을 기준으로 보는 성추행처럼 도용된 피해자의 의견에 따라 달라지는건가? 작가도 그 현장에서 함께 경험한거라면? 그럼 기준이 어떻게 되는걸까? 작가가 자기 자신의 경험이라고 하는데?
예전에 멜로가 체질에서 그런 에피소드가 나오거든. 드라마 작가가 표절했다는 얘기가 나온거야. 그런데 알고보니 서로 연인이었던 사람이 각자 본인이 겪은 이야기를 시나리오에 넣은거였어. 시나리오에 반영한 연애 때의 상황과 대사가 겹쳤던 것이고. 이런건 괜찮은걸까? 둘 다 썼으니까 그냥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면 되는건가?
물론 이런 사건들이 사건 개개별로 사연들이 다르니까 뭉뚱그려 어떤 기준을 세우기는 어려울거라 생각하지만, 문학계에서 암묵적으로라도 통용되는 그런게 없으니까 김봉곤, 김세희 사건을 겪었음에도 학습없이 정지돈 사태도 일어난거라고 생각이 들더라고.
작가 본인이 타인과 함께 겪은 일을 작품에 넣을 때 모두에게 일일히 허락을 받기는 어렵겠지 물론. 허락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택시 기사라든지, 그냥 길에서 만났던 사람이라든지 등등)도 많겠지. 어떤 경우에만 허락을 받아야되고 어떤 경우는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는걸까? 이런거 문창과에서 배우나?
이번 정지돈 사태의 피해자께서도 더 많은 공론화와 많은 대화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걸 믿는다고 하셔서, 나 또한 그걸 믿기에 글을 적어봤어. 피해자께서 정지돈 입장문을 올리며 하신 말씀과 같이 평론가들, 문학관계자들 다들 깊게 생각하고 논의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문학계의 어떤 기준을 얘기해야한다고 생각해. 무턱대고 작가 감싸기만 하지 말고. 반성도 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