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500페이지..? 너무 긴데 다 읽을 수 있을까...? 했었는데
집중해서 읽다 보니 주말동안 후루룩 다 읽었어
제목만 보면 공포소설인가?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전부 사람에 대한 이야기야
소설은 타이완의 '용징'이라는 도시의 한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져
장마다 서술자(혹은 중심 인물)가 바뀌는데
아버지(아산) / 어머니(아찬) / 첫째 딸(수메이) / 둘째 딸(수리) / 셋째 딸(수칭) / 넷째 딸(쑤제) / 다섯째 딸(차오메이) / 여섯째 아들(톈이) / 일곱째 아들(톈홍) +@
이렇게.. 굉장히 많지ㅋㅋㅋㅋ 나도 너무 헷갈려서 인물 특징 메모하면서 읽었어
딸 다섯을 줄줄이 낳았는데 그 다음으로 아들 둘 태어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소설에는 당시 타이완의 남존여비 사상이 짙게 깔려 있어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아버지의 어머니, 그리고 다섯 딸들 모두 이런 사회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아찬을 아내로 맞은 뒤로 어머니는 확실한 질책과 욕설의 대상을 찾았다. 어머니가 아찬을 욕하는 것은 과거 할머니가 어머니를 욕하던 것의 완벽한 복제였다. (p. 82)
그때 그녀는 손이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손이 없으면 향을 들고 절을 올리지 않아도 되고, 세 끼 식사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돼지와 닭을 먹이지 않아도 되고, 마당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고, 밭에 나가 풀을 뽑지 않아도 되고, 어린아이들을 때리거나 품에 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p. 382)
아들들의 삶은 윤택하고 행복하냐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게
일곱째 아들 톈홍은 동성애자야
톈홍은 집에서는 어머니로부터, 학교에서는 담임 선생으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자신을 아는 사람이 없는 베를린으로 떠났어
소설은 베를린의 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톈홍이 용징으로 돌아오는 것에서 시작해
이 소설은 결국 살아 있지만 귀신과도 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꼈어
자신의 삶을 타인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그래서 위로받지도 못하고 귀신이 되어가는 사람들
타이완의 작은 시골 마을이라는, 어쩌면 조금 낯설 수도 있는 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타이완 전통과 관련된 어휘가 꽤 많이 나오는데 주석이 달려있어서 어렵진 않아)
동시에 소설 속 인물들과 동질감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어
타이완의 현대사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었고...
등장인물이 많다 보니 처음에는 좀 흥미가 덜했는데
점점 인물들의 과거나 인물 사이의 관계 같은 게 드러나면서 재미가 붙었던 것 같아
이런 가족/사람 이야기 좋아한다면 한번쯤 시도해봤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