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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최근에 읽은 책들 짤막한 후기 (스포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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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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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스카 와일드 <심연으로부터>


훗날 와일드가 지드에게 들려준 바에 의하면, 와일드는 수감생활을 한 지 6주가 지나도록 그 누구와도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고 극심한 자살충동에 시달렸다. 의례적인 산책 시간에도 재소자들은 서로에게 말을 거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뒤에서 걷고 있던 한 재소자가 조그만 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를 이해하고 동정한다는 말을 했고, 이에 와일드는 교도관의 눈에 띄지 않도록 주의하며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지 않소, 친구. 우린 모두 똑같이 힘든 겁니다.”

그리고 그는 그날부터 더이상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일로 와일드는 사흘간 징벌용 지하 독방에 갇힌 채 맨 빵과 물만 먹어야 했다.


오스카 와일드가 감옥에서 자신의 동성 연인이자 자신이 감옥에 갇히게 된 이유이기도 한(...) 앨프리드 더글러스에게 쓴 편지를 엮은 책이야.

그런데 내용이 생각보다 너무 길어서ㅋㅋㅋ 읽다가 중간에 '언제 끝나...?' 하고 마지막 페이지 확인하기도 했어.

다소 정돈되지 않은 결의 감정도 실려 있고, 와일드의 예술관이나 옥중에서 깨달은 가치 등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

하지만 내가 제일 인상깊게 기억하는 건 위에 인용한, 각주에 실려 있던 설명이야.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 있던 작가가 한순간에 추락하여 감옥에 갇히게 되었을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그리고 ‘당신이 우리보다 더 힘들어하는 것을 이해한다’라고 말한 다른 재소자에게, ‘우린 모두 똑같이 힘든 것이다’라고 대답할 때의 기분은?




2. 크리스타 볼프 <카산드라>


메모해둔 거 보니까 카산드라의 눈으로 보는 아킬레우스가 좋았던 것 같아ㅋㅋㅋㅋㅋ 내 그로신 최애가 아킬레우스거든...

적국 트로이의 공주의 시선으로 보는 만큼 이 소설에서의 아킬레우스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묘사돼.

“나는 전쟁이 만들고 전쟁 때문에 망가진 모습으로 그들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 이 문구가 어디선가 인용된 걸 봤던 것 같은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나네.




3.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그림자를 판 사나이>


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을 재미있게 봐서 책도 빌려 읽었는데 뭐... 뭐야? 뮤지컬에서 아예 결말부를 재창조했는데?

뮤지컬에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원작에선 주인공이 갑자기 무슨 바람 구두 같은 걸 얻었다더니 (한 걸음에 7마일을 날아간다고 함) 자연과학자가 되어 있어서ㅋㅋㅋㅋㅋ 뭐야? 갑자기요? 이러면서 마저 읽었어. 해설에 따르면 그 시대에는 이런 전개가 흔했던 모양이더라.

서술 방식은 좋았어! 페터 슐레밀(=제목의 '사나이')이 실존 인물이고 샤미소에게 이 책의 원고를 보냈다는 형식을 취해서, 1인칭 서술 중간중간 페터가 샤미소에게 말을 걸고 있거든.




4. 크리스타 볼프 <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


정치물...? 철학물...? 나한테는 좀 그런 느낌이었어.

서술자가 계속 바뀌고, 그런 만큼 상황을 다각도에서 보여준 점은 좋았어. 메데이아뿐만이 아니라 메데이아와 반목하는 입장에서도 서술하고 있었으니까.

메데이아와 남동생 이야기를 재창조한 건 좋았는데 벌써 결말이 생각 안 나는 걸 보면 그렇게 재밌게 읽지는 않았나봐. 외국의 공주 메데이아를 둘러싼 일종의 정치적 싸움도 재미있었어.




5. 실비 제르맹 <마그누스>


이 책에서 좋았던 부분을 쓰고 싶은데 그럼 거대한 스포가 되어 버리네...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헤매는 이야기인데, 주인공의 과거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좋았어. 별점 매긴다면 그 점만으로도 1점은 더 줄 수 있을 만큼.




6. 레오플드 폰 자허마조프 <모피를 입은 비너스>


- 여신이시여! 당신은 심장도 없나요? 나에 대한 동정심 같은 것을 갖고 있지 않나요?

- 없어요! 채찍은 갖고 있지.


대충 이런 스탠스가 중후반부를 장식하는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도 액자식 구성이야. 1인칭 서술자가 있는데 그 사람은 거의 공기고, 그 사람한테 이야기 들려주는 사람이 진짜 서술자. 남자들끼리 여자 하나 두고 비너스니 여신이니 하며 오만 대상화를 하다가 액자 밖으로 빠져나와서 멀쩡한 말을 하는데 엥... 갑자기요? 그런데 해설 읽어 보니까 이렇게 마지막에 갑자기 교훈 주는 서술도 당시엔 흔했다고 했던 것 같아ㅋㅋㅋㅋㅋ




7. E. M. 포스터 <모리스>


영화는 본 적 없고, 선물받아서 읽게 된 책이야. 초반부에 뭔 학교 묘사로 엄청나게 잡아먹길래 '너도냐...' 했는데 그 부분 넘어가니까 쑥쑥 읽히더라고. 더럼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해서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어ㅋㅋㅋㅋ

마지막 페이지 읽어놓고도 이게 끝이라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 책에 딱 어울리는 결말이었어. 그리고 난 이렇게 아련한 분위기의 결말을 좋아하기도 하니까ㅋㅋ

모리스는 (혹시몰라서 스포방지)가 자신과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스포방지2)에 대해서는 경멸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는데(어쨌든 너도 상류층이라 이거지), 결국 모리스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기로 한 건 누구였는지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지점이야.




8. 오스카 와일드 <텔레니>


이거 공공장소에서 읽지 마

지하철에서 읽지 마

나 분명 말했어...... 와진짜 평소대로 지하철에서 책 꺼내서 읽다가 식은땀났네


이 책이 뭘 말하려는지는 알겠거든?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의 책답게 문장도 유려해. 성서나 예술작품 같은 것도 많이 인용하고. 그런데........ 어디 가서 선뜻 추천은 못 하겠어.

아 그리고 결말 미쳤냐고 왠지 그럴 것 같긴 했는데 아니 그래도 그렇지!!!!!




9. 미하일 불가코프 <젊은 의사의 수기 · 모르핀>


젊은 의사의 수기 진짜 개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

트위터에서 알티탄 적 있는데 진짜 그 말 그대로야. 의과대학 막 졸업하고 시골에 부임한 젊은 의사가 기계에 다리를 다친 여자, 뱃속에서 태아가 뒤집힌 임산부, 디프테리아에 걸렸는데 병원에 너무 늦게 와서 관을 삽입해야 하는 어린아이 등을 치료하고 수술하는데 수기인 만큼 1인칭이라 의사의 멘붕이 생생하게 느껴져ㅋㅋㅋㅋㅋㅋ '의대 가지 말 걸... 내가 대체 무슨 깡으로 의사가 된다고 했지?' 'ㅇㅋ 이 수술 실패하면 자살한다!' 이러고 있으면서 또 잘만 해내ㅋㅋㅋㅋ

모르핀은 젊은 의사의 수기에서 좀 시간이 흐른 뒤의 내용. 우리의 젊은 의사는 드디어 시골을 벗어나지만 그에게 새로운 사건이 생기는데... 모르핀에서 확인하세요!

아 그런데 해설 읽으니까 이 의사가 겪는 일들이 당시의 러시아 사회를 비유한 거라고 하더라고. 난... 그것까진 아직 다 이해 못했어. 그냥 의사가 정신없어하는 게 재밌었을 뿐...




10.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아직 읽는 중!

로제가 자신이 젊은 여자를 만나는 건 보편적인(?) 일이라고 하면서도 폴이 젊은 남자를 만나는 건 은연중에 깔아보는 게 킹받네

제목의 의미는 한 번 나왔는데 뒤에 다른 의미로도 나올까? 어쨌든 지금 나온 의미는 마음에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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