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 있는 책들은 내가 읽어본 것들만 달아 놓은거야. 내가 읽지 못한 번역서들이 없는게 아니니까 혹시 본인이 읽고 있는 책이 없더라도 너무 실망안해도 돼 ㅋㅋㅋ
만약 본인이 읽고 있는 책들이 의심난다 싶으면 말해줘! 내가 읽은거면 괜찮은지 않은지 정도는 도움을 줄 수 있을거 같아. 물론 원하지 않는다면 그냥 스킵 ㄱㄱㄱ
이미 카테에 동양고전 번역서 추천글이 있지만(클릭) 벌써 3년 전 글이고 여러가지 고전에 대한 글이라 아무래도 좀 개별적으로는 소략하기도 하고
근래에 또 좋은 번역본들이 나오기도 했으니 보충삼아서 올려보는 글. + 또 이 글(클릭)에 대한 댓글 삼아서 새로 글을 파게 되었다고 한다.
들어가기에 앞서 : 『노자』 독서법
『노자』를 공부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전공자(적어도 간접적으로라도 유관 분야를 전공했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포함)의 번역 + 좋은 우리말 번역을 고르는 것이 중요해. 특히 좋은 우리말을 강조하는 건 원전이 워낙 짧고 함축적인 글이다보니 우리 말이 복잡하면 이해에 방해가 되기 때문.(단순히 문법적으로 복잡하지 않은 걸 넘어서서 개념 자체가 함축적임.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노자』의 성립연대가 전국시대 이후일 수 있다고 말하는 분도 계심.) 동시에 전공자~유관 전공자들의 번역을 찾는 것은 우리나라에 퍼져있는 '노장철학'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 때문인지 신비주의적인 해석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 그냥 '나이브한 잠언' 정도로 소비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걸 넘어서서 '노장'의 진리를 두루뭉술하게 기술하면서 '현대 문명에 대한 유일한 대안' 따위로 말하거나 '유교(儒敎)'에 대한 반동이랍시고 선악의 구도에 몰아넣은 채로 서술하는 것은 노장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길이라고 할 수는 없는것 같아. 어떻게 읽는지는 덬들의 마음지만 추천하는 내 관점은 그래서- 미리 설명해 놓는 것.
1. 김용옥, 『노자 : 길과 얻음』, 통나무, 1998 (절판)
현재는 절판된 김용옥 교수의 번역본. 함석헌 선생이 시도했던 '우리말 화'를 효과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김용옥 교수가 대만에 유학하면서 배웠던 진고응(陳鼓應, 1935~)의 연구 성과를 반영한 번역. 문장도 도올의 다른 번역서에 비해서 간결한 편이고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은 함석헌 선생의 글 읽기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첫 입문으로 쓸만한 책이라고 봐. 단 지금은 절판이고, 도올 자신이 새 번역서를 냈다는 것이 문제인데- 새 번역서는 정말 비추야. 이 책을 웃돈 주고서라도 사는게 더 낫다고 생각.
2. 오강남, 『도덕경』, 현암사, 1995
현재도 잘 나오고 있는 번역본. 아마 가장 대중적인 번역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음. 오강남 선생은 종교학자로 같은 출판사에서 『장자』 내편을 번역해 출간한 적이 있음.(개인적으로는 『장자』가 좀 더 읽을만 한듯.) 번역문도 간결하고 원래 종교학자로 종교학, 특히 기독교적인 시각으로 『노자』를 독해하는 입장이 두드러지는데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고 해야 할까? 다만 한문의 번역 자체는 좀 두루뭉술하게 하고 넘어가는 편도 있어서 비판을 받는 지점도 있음. 하지만 전공자가 아니라면 이 책으로 시작을 하는 것도 좋다고 봐.
3. 김시천, 『(왕필의 풀이로 읽는) 노자도덕경』, 전통문화연구회, 2020.
위진시대 인물인 왕필은 『노자』의 통행본을 성립한 인물. 백서본이나 죽간본이 나오기 전에는 왕필본이 가장 권위가 높은 판본이었음. 왕필은 텍스트를 정립하고 그에 따른 해석을 주석으로 남겼는데, 김시천 선생은 같은 출판사에서 그 주석본의 완역을 하신 적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대중적으로 쉽게 풀어 쓴 글이 이 책. 아마 왕필본 『노자』를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이 분만 봐도 충분하다고 생각 됨.
4. 최진석,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소나무, 2001
아마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노장철학 전공자를 꼽으라면 최진석 선생을 뽑을 수가 있겠음. 이 책은 통행본인 왕필의 주석본이 아닌 백서본과 죽간본의 성과를 종합해서 낸 책이야. 백서본, 죽간본을 다룬 책 중에서는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어. 바로 아래 소개할 이석명 선생의 번역본과 함께 읽거나 그걸 읽기 전에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
5. 이석명, 『노자』, 민음사, 2020.
백서본과 죽간본, 그리고 왕필의 주석 외에 하상공의 주석을 번역하기도 하신 분이 이석명 선생님. 개인적으로는 우리 학부에서 중국사 담당하시던 선생님이랑 서당 동기이신데(....) 박사논문은 『회남자』라는 책으로 쓰셨고 노장철학을 오래 연구해 오신 중견 학자이심.(이분이 이전에 청계에서 출간한 번역본 『백서노자』는 현재 절판인데 중고시장에서 웃돈 거래가 성행하는 물목임. 나도 울며 겨자먹기로 웃돈주고 샀던 적이.. ㅠ) 이 책은 근래 나온 번역서 중에서는 거의 결정판이라고 할만한 번역임. 다만 종래에 본인이 하셨던 연구를 종합하는 성격이 짙다보니 조금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6. 이강수, 『노자』, 길, 2007
노장을 전공하셨고, 오랫동안 노장철학에 천착해 온 노학자의 번역. 정년하신 뒤에 번역하신 거니까 그간 당신의 공부 성과가 잘 녹아 있는 번역 중 하나라고 생각해. 다만, 도서출판 길에서 나온 동아시아 고전 번역이 좀 다소 불친절하다는 평이 좀 있긴 한데 이 점은 선생님이 정년하시면서 내신 『이강수 교수의 노장철학이해』(예문서원, 2005)를 같이 본다면 상당히 커버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
7. 최재목, 『노자』, 을유문화사, 2006.
곽점초묘죽간본, 소위 '죽간본 노자'라고 불리우는 판본을 번역한 것. 이 판본은 현재로서는 가장 최고의 판본을 번역한 것인데 위에 김시천 선생의 책과 같이 읽으면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다만 가독성은 좀 떨어짐. 을유문화사의 세계사상고전시리즈는 다 좋은데 주석이 너무 방대해서 가독성을 좀 해치는 면이 없잖아 있음.
8. 리링 저, 김갑수 역, 『노자 : 실증적 노자 읽기』, 글항아리, 2019.
20세기 전반 『노자』 독해의 세계적인 전범이 진고응이라면 21세기 『노자』 독해의 전범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리링인듯. 일단 나는 되게 재미있게 읽었어. 다른 분야를 넘나드는 해석도 좋았는데 독해에 지장을 주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갔다고 해야 할까? 아마 가장 위 김용옥 교수의 책이나 최진석, 이석명 선생의 책과 함께 가장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음.
9. 김홍경, 『노자 : 삶의 기술, 늙은이의 노래』, 들녘, 2015.
최진석 선생 책이랑 비슷한 성격의 책인데 좀 더 요즘에 나온 책이니 만큼 연구성과는 좀 더 보충이 되어 있는 편. 이석명 선생 책 보다는 좀 덜 어렵긴 함.
10. 최재목 외, 『진고응이 풀이한 노자』, 영남대학교 출판부, 2008.
아까도 적었지만 20세기 『노자』 독해의 전범이 되는 사람이 바로 대만의 진고응임.(김용옥 교수가 욕먹는 이유도 바로 이 진고응의 설을 자기 설처럼 포장한 죄 때문.) 진고응의 해석을 알고 싶다면 이쪽을 참고하는 편이 나음. 다만 아무래도 대학 출판부 책이 거의 그렇듯 좀 어렵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본 것 중에서는 이렇게 10종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
덧) 왕필본, 죽간본 다 별도 번역서 쪽으로 추천했으면서 왜 백서본은 없냐? 백서노자 번역본은 이석명 선생의 번역본(청계)이 최고임. 근데 그게 절판됐고- 중고시장에서 웃돈거래가 빈발하는 물건이라 추천할 수가...ㅠㅠ (웃돈이 좀 심하게 붙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