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방 독서모임 한다길래
도서관 가서 하나 빌려와서 읽었다.
책 제목은 예전에도 많이 들었었는데
난 장편인 줄 알았어.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대성당 건립과 관련된 집념과 음모가 뒤엉킨 이야기인 줄.
그러나 알고 보니
현대인의 불안이 가득 담겨있는 단편모음집이었고요.
첫번째 작품 <깃털> 읽고서는
별로 적응이 안 되고 재미가 없어서
표제작인 맨마지막 작품 <대성당>으로 건너뜀.
하지만 <대성당>도 난 그닥이었어.
마지막이 좀 신선하긴 했지만
그 순간만으로 앞의 긴 부정적 시간들을 극복하기엔
나에겐 좀 부족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추천 많이 하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읽었는데
이건 또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라
그나마 희망적인 끝맺음이라는 작가의 말이
잘 와닿지 않았어.
어쨌든 그래도 그 작품 때문에
다른 나머지 작품들을 읽을 의지는 생겼다.
읽으면서 내내
깊은 강 위 얼음판에 서 있는 기분이었어.
발 밑에서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쩍쩍 나는데
섣불리 발걸음을 떼지도 못하겠고
다리는 완전 굳어서 달라붙어버린 듯한 느낌.
바로 다음 순간
얼음장처럼 차가운 겨울강물 속으로 처박힐 거라는 걸
아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느낌.
혹은 어쩌면
갈라지기 시작한 지점을 벗어나려
온힘을 다해 도망치고 있는데
바닥의 균열이 나보다 훨씬 빠르게 앞서나가는 걸
볼 수 밖에 없는 느낌,
그 무력감과 절망이 계속 내게 와서 부딪히는 느낌.
인생에서 너무나 일상적인 불행과 고난들
- 충동적인 결혼 혹은 임신, 죽음,
실직, 집을 잃는 것, 알콜중독, 배우자의 배신,
소통의 부재, 낯선 이에게서 느끼는 두려움-이
너무 나 같고, 내 주변인 같아서
전혀 환상이 생기지 않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펼쳐지는 걸 읽으며
조금은 괴롭고 조금은 무섭고 그랬다.
나로서는 마치 한 권의 공포소설을 읽은 느낌이야.
어쨌든 여기 독서방에서 독서모임 한다고 할 때마다
의견 내놓고 참여는 제대로 하지 못했었는데
처음으로 마음먹고 읽어서 숙제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함.
혹시 <대성당> 읽은 덬들 있으면 어땠는지 매우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