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제가 있는 학교에 졸업생이 와서 사상사를 전공하고 싶다고 말하면, 상당히 곤혹스럽지만 그만두라고 하는데 그때가 가장 괴롭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힘들게 공부해서 박사가 되더라도 전혀 취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연구자가 자리를 잡기란 쉽지 않습니다만, 어쨌거나 역사가 오랜 학문 분야는 대부분 대학에 강좌가 있기 때문에 아직으 사정이 좋습니다. 사상사의 경우는 결국 강좌가 없기 때문에, 설사 운좋게 자리가 있어도 애써 노력했던 사상사 공부를 잠시 접어 두고 다른 강의를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래서 또 사상사 전공자를 양성하기 어렵다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아마 역사학의 사상사에서도 사정은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마루야마 마사오 / 고재석 역, 「사상사의 사유 방식에 대하여 : 유형, 범주, 대상」, 마루야마 마사오 외, 『사상사의 방법과 대상』, 소화, 1997, 14쪽.
마루야마 마사오는 일본의 정치사상사 연구에 있어서 20세기 연구 성과, 경향을 상징하는 인물.(그래서 별명이 '일본 정치사상사 연구의 덴노')
동시에 일본 전근대 유교 정치사상을 연구하면서 '유교 정치사상'에 대해서 한, 중, 일 삼국에 여러모로 영향을 미친 인물이기도 한데
그런 사람이 첫머리부터 저렇게 사상사 연구자에게 현실의 팩폭을 던지고 중간 절망에 빠진 전공자 덬이었습니다 (...)
저게 20세기 일본 상황인데 여기 상황은 20세기 일본보다 더 심한 지경. (...)
사상사 전공, 거기에 지도교수가 프로젝트 따위 거들떠도 안보는 사람- 결국 같이 공부하던 다른 사람들(=타대)은 전부
박사 진학에 유학에- 근데 나는 석사 마치고 아무것도 못하고 근근히 입에나 풀칠한다고 잘난 '박사님'들 치다꺼리나 하고 있고...
몇번 읽었던 책이라 책은 다 읽었는데 첫머리에 나온 저 말이 아직도 뇌리에 박힌다.(....) 사실 읽을 때마다 그렇긴 했는데
근래 상황이 상황인지라 더 한숨에 짜증이... ㅋㅋㅋㅋㅋㅋㅋ (...) 응, 이젠 틀려먹은거 아닌가 싶은 생각을 요즘 하긴 하고 있어서
주절주절 좀 늘어놔 보았습니다 (...) 다음 책은 좀 말랑한걸로 갈아탈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