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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마음에도 휴가가 필요해! 명사들이 추천하는 '휴식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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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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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v.daum.net/v/20190809044254218?f=m


https://img.theqoo.net/rCEqa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친 일상과 고단한 삶을 견디기 위해서 ‘쉼’ 이 필요하다. 꼭 어디론가 떠날 필요는 없다. ‘지금, 여기’ 있는 곳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만 있다면 충분하다.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고 싶을 때 집어 들면 좋을 ‘휴식 같은 책’들을 소개한다. 문화ㆍ종교계에서 다독가로 소문 난 명사들이 고심해 골랐다.



https://img.theqoo.net/ZtEVO
문화ㆍ종교계에서 다독가로 소문 난 명사 11명이 고른 휴가철 읽기 좋은 책들. SF 소설부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다룬 사회과학 서적까지 취향대로 골라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한국일보.



◇북튜버 김겨울 ‘아픔이 길이 되려면’

개인의 몸이 사회의 구조와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를 ‘사회역학’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차별 받는 집단이 실제로 더 아프고, 사회적 약자가 더 일찍 죽는다는 사실은 마치 상식처럼 보이지만 상식만으로는 어떤 일도 해결되지 않는다. 실제로 연구하고 수집한 데이터가 모일 때 이 상식은 사실이 되고 깨달음이 되고 정책이 된다. 대중을 위해 이 데이터를 충실히 모으고 정리한 김승섭 교수의 성과가 눈부시다. 저자는 시카고 폭염 같은 외국의 유명한 사례부터 세월호 생존자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같은 우리나라의 슬픈 사례들까지, 다양한 사례를 누비면서 친절하고도 다정하게, 하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모두 건강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아픔은 점점 약자에게, 더 약자에게 쏠릴 것이라고. 저자의 연구자로서의 신중함과 일관된 태도를 통해 단단한 선함이란 무엇인가를 엿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사회를 살아가는 일원이라면 누구든지 한 번 정도 읽어보았으면 싶은 책.

◇개그맨 김준호 ‘유튜브 컬처’

친형이 최근 책을 한 권 선물 해줬다. 자필로 쓴 메모와 함께였다. ‘새로운 세상을 대비해 새로운 준비를 해 보자. 어제는 잊고 오늘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넌 계속 최고일 거야. 존경하는 동생 오늘도 파이팅!’ 쉬는 기간 가장 공감되고 힘이 됐던 글이다. 오랜 만에 완독했다. 책은 이렇게 써 있다. ‘단순한 1, 2분 길이의 비디오가 이제는 전 세계와 소통하며 인기를 만들고, 이를 넘어 문화를 형성해 가고 있다. 그 문화는 이제 패러다임의 생성으로 예고하고 있다.’ 콘텐츠의 다양성과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그리고 이를 준비하는 사람 모두가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구나 생각을 했다.

특히 코미디언 후배들에게 ‘강추’한다. SBS ‘웃찾사’나 MBC ‘하땅사’ 등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져서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이 중 급식왕이나 보물섬 등 유튜버로 전향해 현재 승승장구하는 친구도 있다. 더 많은 코미디언이 이 책을 읽고, 좋은 아이디어로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돈도 벌고 자기 홍보도 했으면 좋겠다. 코미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야기했지만, 연예인뿐만 아니라 방송 스태프, 취업준비생, 직장인, 전문가 모두 이 책을 읽으면 도전의식이 생길 것이다. 평소 생각했던 것을 실행한 덕분에 나는 지금 구독자 45만명의 유튜버이자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이 됐다. 여러분도 이 책을 읽고 머리 속에 있는 걸 실행해보길 바란다.

◇배우 박지영 ‘친일과 망각-살아 있는 친일의 역사’ ‘열정적 위로, 우아한 탐닉’

연일 뉴스를 통해 답답한 소식을 접하고 있는 요즘, 책장에서 ‘친일과 망각’을 꺼내 들었다. 이 책은 대한민국 친일파와 그 후손들을 추적하고 기록하고 있다.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한민국을 장악해 왔는지 담고 있고, 친일파가 받은 대한민국 훈장 440개의 명단까지 확인할 수 있다. 시국의 분노 위에 이 책의 상세한 기록들이 더해지니, 뜨거운 다짐을 다시금 새기게 된다.

마음이 너무 뜨거워졌다면, 시원한 팝 음악과 술 한잔의 끌림을 전하는 책으로 달래는 것이 어떨까. ‘열정적 위로, 우아한 탐닉’은 팝 아티스트들이 사랑한 술, 그리고 그것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술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음악을 워낙 사랑한다. 이 책에는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아티스트들이 어떤 술을 즐기며 영감을 얻었는지 유쾌하고 명쾌한 정보가 가득하다. 밥 딜런과 존 레넌이 사랑하던 음악과 술 이야기라니. 이 여름밤 일상과 뉴스에 지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해인 수녀 ‘바다의 선물’

미국 여성 최초로 비행 면허를 취득해 남편(찰스 린드버그)과 함께 북태평양 횡단 비행에 성공했던 앤 모로 린드버그(1906~2001)의 수필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이기도 했던 작가가 외딴 섬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면서 해변, 소라껍질, 해돋이, 조개껍데기 등 자연에 대한 잔잔한 단상을 시적으로 담아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삶과 이웃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등 삶에 대한 이야기부터 여성과 인권 문제 등 사회문제까지 다양한 주제가 들어있다.

여름에 휴가지로 흔히 선택하는 바닷가에서 우리는 어린이처럼 자기가 처해있는 ‘이곳’과 ‘지금’에 파묻혀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조가비 명상으로 창조를 위한 휴식, 자아발견을 위한 침묵과 고독을 배우는 법을 이 책은 우리에게 소박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일상의 소란에서 벗어나 소라고둥, 달고둥, 해돋이조개, 굴, 앵무조개 등의 조개껍데기를 통해 저자가 들려주는 잔잔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휴가를 보내는 건 어떨까.

◇건축가 유현준 ‘숨’

미국 브라운대에서 물리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과학도이자 ‘전세계 과학소설(SF)계의 보물’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세계 최고의 SF 작가’로 꼽히는 테드 창이 17년 만에 펴낸 두 번째 단편집이다. 총 9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야기들은 시간여행, 인공지능, 평행우주 등 새로운 기술이 인간 사회에 도래했을 때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뛰어난 상상력으로 그려낸다. SF라고 과학 문외한들이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다. 소설은 여느 소설처럼 인간 존재의 근본에 대해 얘기한다. 다만 과학적 소재를 사용했을 뿐이다. 어려운 과학적 용어는 읽어 넘겨도 크게 소설의 흐름에 전혀 방해 받지 않는다.

짧은 단편들로 묶여 여름 휴가철 여행 중에도 잠깐씩 읽기 좋다. 여행이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는 경험이라면 그와 마찬가지로 테드 창의 소설도 다른 세계로 이끌어주는 경험을 선사한다. 휴가철을 맞아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난 이들은 해당 장소를 읽어내느라 여력이 없다면, 여행을 미처 떠나지 못한 이들에게 이 소설은 더 적합하다.

◇가수 윤덕원(브로콜리 너마저) ‘지구에서 한아뿐’

올 여름은 언제나 그렇듯 예상치 못한 만큼 덥고 습하거나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들이었다. 기후변화가 이렇게 급격해져 가면 이 지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생각하게 되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책도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튼 그런 귀찮음을 이기고 정세랑 작가의 소설 ‘지구에서 한아뿐’을 읽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외계인처럼 정말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 SF 러브스토리의 모든 순간이 애처롭고 사랑스럽게 다가오지 않을까. 우주 저 편에 미지의 존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때로 공포스럽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희망과 설렘을 찾아낼 수 있는 건 우리에게 익숙한 세상이 이미 부정할 수 없이 쓸쓸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평론가 장은수 ‘생각을 빼앗긴 세계’

기계가 생각을 돕지 않고 종속시킨다. 기술이 인간을 보조하지 않고 지배한다.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애플 등 거대 테크기업들은 온갖 경로로 수집한 대량의 데이터와 행동과학에 근거를 두고 설계된 교묘한 보상 체계를 사용해 사람의 주의를 거듭 빼앗는다. 이 책은 테크기업들이 어떻게 한 사람이 남긴 삶의 흔적 전체를 무작위로 수집해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불법복제를 조장해 인류가 축적한 지적 자산을 파괴하며, 특정 이해관심에 사로잡히지 않고 공동체 전체를 우선하는 생각의 윤리를 무너뜨려 독점이익을 확보하는지를 폭로한다.

질 들뢰즈는 “정보는 명령”이라고 했다. 테크기업들은 수많은 추천 정보를 알림음과 함께 보낸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개입함으로써 인간의 선택을 자동화하려는 것이다. 편리를 빌미로 여기에 중독되면, 결국 생각을 빼앗긴 채 알고리즘의 노예가 된다. 휴가란 무엇인가. 회사의 알고리듬에서 벗어나 나 자신의 질서를 회복하는 시간이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선택할 권리를 돌려받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정재숙 문화재청장 ‘나는 너다’

작곡가 이건용 선생이 지난 5월 10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세계 초연한 ‘5월을 위한 장엄 서곡’은 시 한 편에서 음표가 튀어 올랐다. 황지우 시집 ‘나는 너다’의 첫 구절이다. “새벽은 밤을 꼬박 지샌 자에게만 온다./ 낙타야,/ 모래 박힌 눈으로/ 동트는 지평선을 보아라.” 곡 중간에 교향악단 주자들은 입을 열어 “아, 아흐, 아아아으…” 오장육부에서 끓어오르는 구음으로 탄식했다. 내년 5월에 발표할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오페라에도 ‘나는 너다’의 시어가 스며들 것이라고 이 선생은 말했다.

시인은 시집 앞에 ‘기억을 위한 부적(符籍)’이라고 썼다. 시는 기억술(記憶術)이다. 잊지 않으려 애쓴 말이다. 망각의 세월을 거스를 수 있도록 속 깊이 우는 징소리다. 함께 사막을 건너는 나와 너에게 시인은 말한다. “우리의 새날이다./ 만세,/ 나는 너다./ 만세, 만세/ 너는 나다.” 마음이 어수선할 때 시를 읊는다. “살아서, 여럿이, 가자.”

◇소설가 최은영 ‘항구의 사랑’

김세희의 첫 장편소설 ‘항구의 사랑’은 곧 항구를 떠나 대양으로 향할 십대들의 사랑에 대한 소설이다. 한곳에 묶여 정박되어 있는 것처럼 보여도 파도에 이리저리 떠밀리고 곧 다가올 출항을 준비하던 시기를 다룬 소설. 아직 어른이 아닌, 그렇지만 이미 사랑을 아는 나이의 이야기. 나는 이 소설을 어떤 과장도, 어떤 나르시시즘도 없는 솔직한 사랑 이야기로 읽었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언니들. 그 언니들을 향하던 마음이 일시적인 선망일 뿐이었을까. 그 나이의 곱절을 지나고도 여전히 삶에 그 존재감을 드리우는 사람, 앞으로 가다가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하는 사람, 그래서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나는 ‘항구의 사랑’을 읽으며 한참은 잊은 그 시절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 재미있고,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다.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현실을 잊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출판평론가 표정훈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스위스의 명실상부한 ‘국민작가’ 페터 빅셀의 산문집. 가장 편한 자세로 가장 편안한 장소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반려 삼기 좋은 책. 긴장된 정신을 풀어주고 급했던 마음의 속도를 늦춰주며 익숙했던 것을 새롭게 보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휴가 같은 책이다. 기다림, 외로움, 추억, 인생, 축구, 시장, 기차역, 선술집, 일요일, 소음,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에 관한 작가 특유의 관찰과 사색, 위트가 38편 글에서 펼쳐진다.

어떤 답을 준다고 내세우는 책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 과연 답이라는 게 있을까. 그 무수한 답들에 지쳤다면 이젠 질문을 해볼 일이다. 빅셀이 기다림을 묻는다. ‘우리는 왜 기다리는 걸까? 왜 기차가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복도에 서서 기다릴까? 아마 우리가 기다림만큼 고통스럽게 배운 건 없기 때문일 테지. 유치원과 학교 입학 기다리기, 졸업 기다리기, 은퇴 기다리기, 그리고 어쩌면 기다림조차 기다리기. 기다림의 기다림을 기다리기.’

◇가수 혜림(원더걸스) ‘나에게 더 잘해주고 싶다’

남을 사랑하기 이전에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대개 타인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감정노동을 하면서 정작 자신의 마음에는 소홀할 때가 많다. 표지의 예쁜 그림 그리고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책을 읽는 내내 친한 언니가 얘기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냥 듣기 좋은 얘기보다 현실적인 얘기들에 더욱 더 솔깃했고, 신뢰가 갔다. 저자의 솔직하고 진심 어린 경험담과 조언에 큰 위로를 받았다.

책은 사계절로 나뉘어 각 계절에 어울리는 내용으로 꾸려졌다. 우리는 저마다의 인생을 농작하는 농부라는, 농부를 빗대 이야기를 푼 접근 방식이 흥미롭다. 무엇보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자신에게 잘해주는 법에 서툰 우리에게 책은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면 된다고 토닥여주는 문장엔 온기가 가득하다.

내 마음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길 원한다면 누구라도 쉬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위로도 받고 다시 한번 일어설 용기를 얻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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