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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모래판에 발을 올리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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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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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판에 발을 올리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관중의 소음은 멀어지고, 눈앞의 한 사람만 또렷해졌다.

그는 상대의 허리를 감싼 샅바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올렸다.

거친 천이 손바닥에 닿았다. 땀에 젖어 미묘하게 따뜻했다.

샅바를 잡는다는 건, 허리를 끌어안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팔꿈치가 배에 닿고, 가슴이 스치고, 숨이 섞였다.

규칙대로라면 단순한 시작 동작일 뿐인데, 몸은 그걸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준비.”

심판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시선이 스쳤다. 눈이 마주친 순간, 심장이 한 박자 빨라졌다.

상대가 먼저 힘을 줬다.

허리를 끌어당기는 압력. 그 힘에 맞서기 위해 그도 팔에 힘을 실었다.

샅바가 조여 들면서, 둘 사이의 간격은 더 줄어들었다.

너무 가깝다.

숨이 그대로 느껴질 만큼.

상대의 호흡이 목덜미를 스쳤다.

의도치 않은 접촉이었는데도, 몸이 과하게 반응했다.

이건 승부의 긴장 때문일까, 아니면—

그는 고개를 낮췄다.

집중하자. 씨름이다. 경기다.

하지만 샅바를 잡은 손이 문제였다.

천 너머로 느껴지는 허리의 단단함, 미세하게 움직이는 근육.

힘을 줄 때마다 전해지는 진동이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상대도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았다.

샅바를 쥔 손이 잠깐 멈췄다가, 더 강하게 조였다.

그건 도발처럼 느껴졌다.

‘지금, 왜 더 가까이—’

다시 힘이 붙었다.

모래가 밀리고, 발이 흔들렸다.

넘어뜨리기 위한 타이밍은 분명히 왔는데, 그는 바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상했다.

머리는 계산을 끝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상대를 당기면 당길수록, 허리가 더 밀착됐다.

샅바를 사이에 둔 채로, 안아 올린 것처럼.

그 순간, 상대가 낮게 말했다.

“…지금 잡는 거, 너무 단단한데.”

귓가에 떨어지는 낮은 목소리.

관중에게는 들리지 않을 거리였다.

그는 숨을 삼켰다.

대답 대신 힘을 줬다.

도망치듯 공격으로 밀어붙였다.

둘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순간적으로 중심이 무너졌다가, 다시 맞섰다.

샅바가 팽팽해지며 허리가 더 가까워졌다.

심장이 귀까지 울렸다.

이건 분명 승부였다.

그런데 왜, 이토록 서로를 의식하고 있는지.

상대의 손이 샅바를 타고 미세하게 움직였다.

규칙 안에서 허용된 움직임이었지만, 그에게는 과하게 느껴졌다.

천이 스치며 생기는 작은 마찰 하나하나가 신경을 긁었다.

“끝내자.”

그가 먼저 말했다.

말과 동시에 허리를 틀어 올렸다.

순간, 상대의 몸이 들렸다.

그 찰나의 접촉.

샅바가 조여 들며 허리가 완전히 맞닿았다.

그는 그대로 밀어붙였다.

모래판에 몸이 닿는 소리.

경기는 끝났다.

승부는 그가 이겼다.

하지만 쉽게 숨을 고를 수 없었다.

상대는 잠시 바닥에 누운 채, 그를 올려다봤다.

눈빛이 여전히 뜨거웠다.

손을 놓아야 했다.

그런데도 그는 한 박자 늦게 샅바를 풀었다.

천이 느슨해지며, 둘 사이에 공간이 생겼다.

그제야 숨이 제대로 들어왔다.

“잘하네.”

상대가 웃으며 말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얼굴.

그는 고개를 돌렸다.

가슴 안쪽에서 남아 있는 이상한 열을 애써 무시하면서.

다음 경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이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걸.

샅바를 다시 매는 순간,

아까의 감각이 그대로 손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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