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예상과는 다르게 초반부 아셀이가 가난에 짓눌려서 비굴한 짝사랑을 하는데 이게 너무 적나라하게 속마음을 묘사하니까 이 부분이 읽는 게 너무 힘들었고(왜냐하면 이 때 내가 보기에는 너무 티나게 떠보고 이러니까 서진혁이 애진작에 마음을 눈치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후반부-말하자면 후회 부분-에서 드디어 서진혁과 최아셀이 사회적 신분을 걷어내고 다 터놓고 얘기하는 부분이 너무 좋았음
기본적으로 주제 파악을 잘해서 체념하는 캐릭터를 사랑하는데 아셀이도 이 카테고리에 속해 있지만 아직 너무 어려서 서상무에 대한 감정을 주체 못하고 결국 먼저 다가가는 그런 점이 내 취향의 궤에 살짝 동떨어져있었음. 물론, 아셀이 자기객관화 너무 잘돼서 그렇게 다가갔다가도 금세 체념하고 단념하는 캐릭터임. 아 근데 뒤에서 서진혁한테 받은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은인을 미워할 수 없어서 다 자기 탓으로 돌렸다는 대사가 내 마음을 찔렀음. 게다가 자기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도 몰랐다가 저런 감정을 나중에 깨달았다는게 아셀이 어릴 때부터 본인의 사회적 위치를 뼈저리게 인지하면서도 감정을 바로 정의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아직 너무 어리다는 모순이 보여서 참 좋았음. 아 그리고 막 아셀이 주제파악 잘한다면서 임신해서 서상무 찾아가는 게 좀 어긋나지 않냐는 리뷰 봤는데 걔는 겉으로는 씩씩한 애지만 아무 기반 없는 21살짜리가 임신했는데 그럼 누굴 찾아가ㅠ 세상이 혼란스러울텐데 지우는 건 뭔 애들 장난이냐ㅠ 무서워 죽겠으니까 얼굴이라도 볼겸 찾아갔고 은연 중에 서진혁이 책임질거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백퍼 확신하는 상태로 간 것도 아니잖음. 본인도 내심 서상무한테 정 떼게 애 지우라고 강요하기를 바라면서 찾아간 애인데ㅠ 게다가 본인도 어릴적 오점은 평생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닫고 서상무랑 이재석 대화 듣고도 서상무한테 원망도 못하고 본인 탓만 하는 애인데ㅠㅠㅠㅠㅠㅠㅠㅠ
서진혁이랑 이재석 대화 듣고 난 뒤에 서상무랑 아셀이 둘이 언성 높여서 싸우는 거 없이 대화한 것도 좋았음. 아셀이가 본인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거 이해했지만 그 배신감과 실망감이란 감정은 풀 길이 없어서 본인 탓으로 돌리는 것도 좋았고 그제서야 서상무가 아셀이 자기 곁 떠날까봐 불안에 떠는 것도 좋았음. 단순히 본인을 기만했다는 점이 아니라 사회적 격차가 너무 크니까 본인은 평생 서상무한테 감사하고 살아야 하는 ‘그런 애‘로서는 결혼생활을 계속할 수 없기 때문에 본인의 숨통을 틔어놓으려고 이혼을 결심하는 계기가 좋았음.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가 기어이 감추고 싶었던 밑바닥을 이미 헤쳐보았다는 것에서 오는 수치심과 기만에서 오는 배신감 이런 감정은 나중에 둘이 사이가 진정되고 나서 아셀이가 자기 감정을 기민하게 살펴본 후에야 어리광부리는 것처럼 서상무한테 털어놓는 것도 좋았음. 그리고 아셀이가 아직 자기 감정을 온전히 몰라서 서상무가 설득하니까 밀지도 못하고 당기지도 못해서 주춤하니까 결국에는 서상무가 순순히 시간 가지자고 한 거 간만에 어른 같고 좋았음ㅎ
후회파트 볼 때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뭐냐면 잘못해서 후회하는 주제에 후회공들 은연중에 내가 계속 이렇게 하면 언젠가는 받아주겠지 하는 게 밑바닥에 읽히는 거거든ㅠ 진짜 너무 재수없고 저딴식으로 굴거면 뭐하러 후회하지 싶었단 말이야 그래서 소금심장도 이럴까봐 되게 고민했단 말이야?
근데 서상무 아셀이 한 마디 한마디에 존나 휘둘리시고 심장 떨어지고 분리불안 와서 정말 만족했어 아셀이가 본인 마음 정리할 수 있게 들러붙지도 않고 옆에서 기다리고 잘되고 나서도 아셀이 말 한마디에 흠칫하고 타격감 엄청 받아서 좋았다^_^
그리고 나는 이게 일반적인 후회물이라기보다 신뢰 없는 연인들이 어떤 계기를 기점으로 이를 깨닫고 본인들의 입장을 되돌아보고 아주 천천히 신뢰를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 생각해서 여기서는 딱히 업보나 후회나 이런 거 잘 생각 안 하면서 본 거 같아. 내가 후기 쓸 때 귀찮아서 대충 후회라고 통칭하긴 했는데 후반부에 아셀이가 서상무를 밀어냈다는 관점보다는 아셀이가 검정고시나 수능을 통해서 본인의 컴플렉스를 해결하면서 자기혐오 감정을 희석시키고 극복할 수 없을거라 생각하는 서진혁과의 차이를 좁혀나가면서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봤거든. 그래서 둘이 이 부분에서 엄청나게 처절하게 감정을 뱉어내지 않아서 좋았음.
여튼 나처럼 고민하는 덬들 있으면 참고하라고 매우 긴 후기를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