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랑 언니랑 셋이서 살았는데
어릴 때부터 엄마가 언니만 예뻐했어
언니는 똑똑하고 좀 냉정한 성격인데
언니한테는 살갑게 말거시면서도
내가 한마디하면 늘 짜증을 내셨었어
한번은 명절 때 외가에 다 모였었는데
나는 뭘 해도 얄밉다고 하셔서 이모들이 말려주셨었어
쟤가 어려도 사람이라 그런 말 들으면 상처받는다고...
그래서 그때 엄마가 화내고 욕할 때마다
내 마음이 너무 아팠던 게 상처를 받아서 그런 거였구나 깨달았어
언니가 시큰둥하게 반응하거나 언니 기분이 좀 안 좋으면
그날은 꼭 무슨 건수를 잡아서 날 때렸던 거 같아...
초등학생 때까지는 엄마한테 매일 회초리나 빗자루로 맞아서
우연히 담임선생님이 내 몸에 피멍든 거 보고
아동학대로 신고하려고까지 했었어
그후로는 그냥 손이랑 주먹으로 뺨이나 머리만 때렸었고
그런데도 나는 엄마가 가끔 나 챙겨주는 게 좋아서...
그냥 계속 엄마한테 잘보이고 싶었던 것 같아
그러다 운좋게 나름 괜찮은 기업에 취직하고
나는 직장때문에 따로 나와서 사는데
그래도 월급의 절반은 꼬박꼬박 보내드렸거든
근데 그돈의 대부분이 언니한테 간다는 걸 알았어
엄마가 언니는 공무원이라 나보다 빠듯하니까
니가 심보를 곱게 써야 된다고 해서
그것도 그냥 덮고 넘어갔어...
그런데 올 추석에 엄마가 언니만 고기 반찬을 주고
나 먹을 때 되니까 다 치우시더라고
그때 갑자기 서러움이 터져서 처음으로 따져봤는데
엄마가 내 숟가락이랑 젓가락을 던지셨어
추석 전날 가서 온갖 요리 다 하고
추석 당일에 한끼도 못얻어먹고 울면서 혼자 집에 왔었어
그후로 거의 2개월간 연락이 없었는데
그런데 오늘 갑자기 카톡을 보셨더라고
임영웅 티켓팅해달라고..
그러고 나서 전화하시길래 안 받았더니
갑자기 너는 엄마를 얼마나 하찮게 생각하길래 이러나고
연 끊고 살자고... 나같은 건 필요 없다고
쌍욕 카톡을 한 서른 개 보내셨어
나도 홧김에 그냥 핸드폰 꺼버렸는데
정말 이대로 연을 끊고 살아도 되는 걸까?
부모와 연을 끊는다는 게... 가능한 건지
일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반차내고 나왔는데
마음이 너무 외롭고 슬퍼
어릴 때 엄마가 나만 경찰서 앞에 두고 간 적이 있었어
그때 내가 울면서 엄마 부르려고 하니까
엄마가 소리내지 말라고... 엄마 골목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소리내지 말고 있으면 다시 온다고 해서
가만히 기다리다가 엄마 안 보이고 나서야 울면서 엄마 불렀었어
경찰분들이 집 기억하냐고 해서 같이 경찰차 타고 동네 빙빙 돌아서
겨우 집에 들어갔었는데
자꾸 그때 엄마가 가만히 있으라고
그럼 다시 오겠다고 하셨던 게 생각나
사실 엄마는 내가 그대로 사라지길 바라셨던 거겠지
머리로는 어차피 여태 혼자였으니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고 다독이는데
왜 아렇게 막막하고 무서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