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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UJ보고서) 유제이는 도시, 사막, 환상 공간 등 장소나 지형지리에 대한 묘사가 너무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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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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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작중 배경인 쿠간시의 루벳가에 대한 묘사가 이렇거든.





    「초겨울 짧은 해가 긴 그림자를 끌며 고층 건물 저 너머로 기울고 있었다. 루벳 거리는 아직 영업개시 전이다. 이곳은 홍등가라기보다는 빈민가에 가까웠다. 어느 건물이고 할 것 없이 색색의 낙서로 가득 차 있어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보면 이름 없는 어느 길거리 화가의 작품 같아 보였지만 그 내용이란 실은 입에 담지 못할 상스러운 욕설이었고 아무리 지워도 누군가가 다시 그려 놓고 달아나는 낯 뜨거운 춘화에 불과했다. 


   길가에는 신문지며 깡통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녔고 몇 개 안 남은 거리의 쓰레기통은 어느 것 할 것 없이 오물이 흘러 넘쳤다. 어지러울 정도로 현란한 네온 간판은 어느 하나도 켜지지 않았고 가죽 재킷이며 빨간 스타킹을 신은 거리의 여자들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루벳 거리는 사람이라곤 살지 않는 버려진 영화촬영소 같은 기이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이것만 보면 그냥 흔한 도시의 빈민 지역 묘사 같지ㅇㅇ 그리고 이 거리엔 낡은 서점이 하나 있어.







   「마리우스의 서점은 파리 날리는 골목 귀퉁이 가게치고는 상당히 큰 편이었다. 하지만 마리우스가 우리를 데리고 들어간 가게 뒷방은 가게보다 두 배는 더 넓었다. 보통 집 2층 높이는 넘을 듯 높직한 한쪽 벽에는 수백 년은 족히 묵은 것 같은 장서들이 켜켜이 쌓여 있고 방 한 가운데 놓인 넓은 테이블 위에는 필사본 두루마리 양피지가 수북했다.


   몇 백 년을 단숨에 거슬러 중세 학자의 방에 초대 받은 기분이 들었다. 부식되어가는 종이의 큼큼한 냄새, 동물성 아교와 희미한 곰팡이 냄새가 한데 섞인 방안의 공기조차도 수백 년 전의 것 같았다. 혹시 무너져 내리지나 않을까 의심스러울 만큼 위태롭게 쌓인 책 더미를 올려다보고 있는데, 마리우스가 테이블 위에 놓인 두루마리를 한쪽으로 걷어치우고 빠른 손놀림으로 찻잔을 늘어놨다.」







그 서점의 내부. 여기까지도 아직은 평범함. 그런데 사실 이 서점...







   「“이게…… 다…… 뭐야?”


   비니가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지하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책이었다. 분명히 책인데…… 대체 이게 다 뭘까?



   마리우스의 지하실은 지하에 있다는 것만 빼면 어느 한 구석도 지하실다운 곳이 없었다. 격납고만큼이나 넓은 이 공간은 마치 수 만년은 족히 묵은 종유 동굴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사방의 벽 어느 한 곳도 반듯한 면이 없고 어지럽게 놓인 책장도 크기와 높이가 같은 것이 없어 보였다. 사무실에 놓고 쓸 만한 아담한 크기부터 높은 것은 거의 3, 4층 높이에 이를 정도인데다 벽면엔 그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온갖 크기의 책이 빼곡히 꽂히고 쌓여 있었다. 그중엔 이제 곧 쓰러지지 않을까 위태로운, 오로지 책으로만 이루어진 기둥도 수십 개에 이르렀다.


   어찌 보면 수백 개의 개미탑이 모여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머리 위엔 책장과 책장을 잇는 구름다리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발밑에는 돌계단과 복도가 미로처럼 어지럽게 연결돼 있었다. 아니, 이건 분명히 미로였다. 비니와 내가 서 있는 곳은 그런 이중 미로의 중간 지점이었다. 밑으로 2층 정도 더 내려가야 지하실 바닥이었다. 


   (중략)


   2층 높이에서 내려다볼 때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미로는 짐작보다 훨씬 더 지독했다. 바닥 높이가 제 각각으로 보인 것은 책장과 책장 사이사이에 2층, 혹은 3층 높이의 바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똑바른 길이라곤 애초에 없었고 가다보면 경사로 위로 2층, 막다른 길, 돌아서면 복도는 계단도 없이 뚝 끊어진 채 허공에 함정처럼 뻗어 있고 한참 떨어진 맞은편 위쪽에 3층이 불쑥 솟아 있는 형국이었다. 물론 그 아래쪽으로도 엉망진창의 미로가 뒤 엉켜 있어서 금방 지나오고도 어느 길로 왔는지 분간이 되질 않았다.」







천 년간 숨겨있던 라두칸의 장서각이었어. 라두칸? 장서각? 그게 대체 뭐야? 싶다면 유제이를 읽어보세yo







그 외에도 델 파소, 타리오스 12번가, 차이나 타운 등 쿠간시 곳곳에는 되게 특색있고 다채로운 동네들이 많고


이런 사실적인 도시 정경 묘사와 더불어 여왕의 천문대, 전사들의 무덤, 붉은 베르베라성 등 판타지 향기 물씬 풍기는 곳들에 대한 묘사 역시 나와서


현실과 환상을 계속 넘나드는 맛이 있음 ㅠㅠ 나는 진짜 이 작품의 사막 풍경을 특히 너무너무 좋아해...



ZnsciONrJzjj


첫눈 때 홀린듯 형광펜 칠한 게 거의 이런 종류...





유제이하세요 세상사람들아


이 글에선 어쩌다보니 벽돌 문단만 가져오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유쾌하고 대화문 템포가 매우 경쾌한 글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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