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장본 읽겠다고 했었지.
나직한 중얼거림은 꿈결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백상희가 서서히 몸을 기울여 왔다. 연이어 그의 입술이 슈장본 302쪽을 나지막하게 읽었다. 백상희는 핸들을 말아 쥔 서한열의 손가락을 가만가만 어루만지면서 조심스레 슈장본을 읽기 시작했다. 터지려던 숨이 안으로 말려 들어갔다. 어깨도 절로 꼿꼿하게 굳었다.
이내 기다리던 좌회전 신호가 떨어졌다. 백상희는 아쉽게나마 슈장본을 슬쩍 쓸다가 놓아주었다. 그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상체를 물렸다. 서한열의 손등을 덮었던 손도 덩달아 떨어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