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유달리 하얗고 또래에 비해 덩치가 컸던 그 아이와는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 되면서 친해졌다. 나는 그 아이를 '연'이라 불렀는데 그 아이 이름의 끝 글자가 연이라는 단순한 이유였다.
키 순으로 앉을 자리를 정했던 그 시절, 연이는 1분단 맨 뒤 창가 옆자리에 어느 삼류 인터넷 소설의 이름 모를 등장인물처럼 앉아있었다. 하루 종일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어서였을까 연이 곁엔 좀처럼 반 아이들이 다가가지 않았다.
연에게 어떻게 말을 걸면 좋을까, 하루는 그 고민으로 잠을 설쳤던 것 같다.머리만 닿으면 곯아떨어지던 나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다. 누군가를 생각하느라 밤을 꼴딱 새우다니.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아침밥을 깨작 대던 내 머리를 쥐어박으시고는 나보다 더 충혈된 눈을 비비며 현관을 나서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기억이 난다.
개학하고 며칠이 지났을까. 3교시 수업이 끝난 직후 쉬는 시간에 나는 용기를 내어 연에게 말을 걸었다. 1교시 쉬는 시간엔 너무 긴장을 해 타이밍을 놓쳤고 2교시 쉬는 시간엔 연이가 자리에 없었다. 3교시 쉬는 시간이 되어서야 나는 3분 단과 2분단을 지나 연이가 앉아있는 1분단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백육십 짜리 중학생 걸음으로 대여섯 발자국이면다가갈 거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