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시계를 보는데 12일 10시 11분이잖아?
담배를 꺼내무는 뮤인국이 제일 마지막 장면의 그 계단위씬에서 회귀한거야. 자기가 맞는 시간으로 돌아온건지 시계 보고 확인한 건 아닐까? 맞아. 그날이야 12년 전.
시간이 얼추 맞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담배를 무는데 그가 와.
시계를 보면서 맞게 회귀했구나 하고 이성적으로 계산은 했었지만 진짜 그가 살아있는 걸 보고는 정신없이 자기도 모르게 몸을 숨겨. 그리고 그의 모습을 훔쳐봐.
장례식장 안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를 보자니 그냥 너무 많은 생각이 밀려들어서 장례식장을 빠져나와 의자에 앉아 손바닥에 고개를 파묻어. 근데 누가 툭툭 쳐. 고개를 돌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닿을 수 있는 거야. 지금까지의 꿈 속에선 한 번도 만질 수 없었거든. 심지어 말도 걸어. 전화도 와. 내가 미친걸까. 여긴 꿈인가? 국은 허탈하게 웃어.
평범하게 전처럼 친구로 지냈어. 보고싶을 때 볼 수 있는게 죽을 만큼 좋았어. 손을 들어보여. 반지 낀 손을 들어보였던 때처럼 갑작스럽게. 안은 국에게 쉽게도 그 무거운 얘기(이혼)를 장난스럽게 해. 안에게 국은 그런 존재니까. 술을 마시고 안이 잠들어도 국은 차마 손끝 하나 댈 수 없어. 닿아보고 싶어서 몸을 당겨 앉고 입맞춤도 해보고 싶지만 닿을 수는 없어. 아니 닿아서는 안돼. 그렇게 그가 있는 꿈을 수만번 꿨고, 손을 뻗어 닿으려 하면 그는 사라졌거든.
(그렇게 터널씬으로 들어와 보면 터널 조명이 좀 이상해 보이긴 해. 되게 몽환적으로. 현실의 공간이 아닌 것처럼.)
안은 눈을 뜨고는 누가 봐도 이상한 국의 자세와 둘 사이의 가까운 거리를 애써 외면해. 술도 깰 겸 산책가자. 하고 나가 걷다가 터널에 들어가. 근데 전철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자마자 마치 그게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국은 급해 보여.(시간을 돌려 안을 살린 대신 떠나야 하는 시간? 터널 너머에 안이 죽은 사고가 있는게 아닐까?)
그리고 한 번만 안아봐도 되냐는 마지막 질문을 하지. 그리고 안아봐. 품에 한가득 잡혀. 그제서야 숨이 쉬어져서 국은 크게 울음같은 숨을 내뱉어. 네가 살았구나. 정말 살아서 돌아왔구나. 이제 됐어. 그래서 미련없이 뿌리치고 걸어. 그래야 네가 사니까. 계속 이 곳에서 정말 보고싶었으니까. 너에게 너를 지켜줄 시계를 남겼으니까.
국의 장례식장이야. 언제부터 내 손목에 있었을지 모를 시계가 있어. 어라 이건 인국이의 시계인데... 하고 만지는 순간 안은 회귀해. 터널 안에서 자기를 한번 끌어안고 흐느끼는 것처럼 느껴졌던 국이 사라졌던 그날로.
안은 자기도 무슨 상황인지 몰라 멍하게 서있어. 전철은 거꾸로 달려.(시간이 계속해서 더 과거로 돌아가고 있는 중임) 그러고는 국을 만나던 10년전 장례식장으로 돌아가. 국의 뒷모습이 보여. 아, 너구나. 어딜 가는 거지? 국이 죽었다는 사실도 잊은채 뒷모습을 보던 안은 현재(시계를 만지던 국의 장례식)로 돌아와. 그리고는 뭔가 깨달아. 혹시... 네가 나를...?
그렇다면... 나도 너를...?
자 다음 이야기는 월드게이 3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