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들은 드씨 중 도둑들이 트랙의 유기성이 끈끈하게 느껴지는 편이라 내 감상의 연유를 파악하려고 꼼꼼히 들었는데
각 트랙에서 정서적으로 또는 상황적으로 연결 된 장면이 삽입될 때
짝이 되는 소리들이 꼭 있더라고
예를 들어
도둑들의 스키장 실수의 밤은 벌어진 날 자체는 1부 123의 연속시간인데 실제 트랙은 회상의 형식으로 2부 202에 위치함
그리고 201은 이미 벌어진 실수가 일회인지 아닌지 파악하지 못하는 하선우가 열심히 일관련 얘기를 하는 트랙임
그럼 123과 202 사이에는 여백이 생기는데 도둑들은 하선우의 성적 긴장감 유지를 소리로 표현해줌
123에서 강주한의 제안 끝에 섹텐이 오른 채로 맥주 꿀꺽꿀꺽 마시는 소리는
201에서 하선우가 강주한의 존재를 의식한 후 구내식당에서 꿀꺽꿀꺽 생수 마시는 소리로 긴장감이 되살아남
그리고 123에서의 강주한의 대사가 202의 초반이 위치해서 진짜 선우의 의식의 흐름처럼 과거의 기억을 상기시킴
도둑들은 소리의 스펙터클한 연출이 필요한 드씨는 아님
판타지나, 액션이나, 폭력 등 청각적 타격감으로 귀에 화려한 폴리를 주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대신 도둑들의 연출은 일상적이라 스쳐지나갈 수 있는 순간이 성적 긴장감에 휘말릴 때 삼키거나 마시거나 걸음을 재촉하거나 머뭇거리는 모든 요소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거나 스냅으로 포착하듯 특별한 무언가로 주목하여 제시함
그래서 자꾸 신경을 끄는 작은 소리들을 쫓아가다보면 이 작품을 둘러싼 ‘분위기’가 더 생생하게 보이게 되는 것 같아
폴리나 브금의 사용도 큰 볼륨으로 이걸 들어라! 하는 느낌보다 (그런 웅장한 장르 연출도 좋아함) 중요한 때에 속삭여 집중도를 높이듯 미세하게 조율되어 있어서 그런 류의 연출을 선호하는 덬이 있다면 찍먹해보길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