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을 꼭 같이 들어주세요)
우리가 어쩌다 친해졌더라?
운이 나쁜 아침 버스.
마침 네가 거기에 있었던가.
아무튼 전부 우연이었다.
-시즌2 1화-
학교 밖에서는 어떤 인생을 살게 되는 걸까?
'평생 친구는 중학교 때 사귀는 거래.'
'선생님이 그러더라'
그런 말을 재인 누나에게 했더니,
누나는 크게 웃으면서
'고딩 때도 똑같은 소리 하던데?' 라고 대답했다.
정말일까?
학교 안에서 만났기 때문에
쉽게 친구가 된 거라면,
그랬으면,
학교 밖에서 만난 우리는 뭐가 되었을까?
우리가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었다면
분명 지금과는 또 달랐겠지?
어쩌면,
어쩌면,
우리는 오히려 타인이라서
울고 싶을 때마다
네 생각이 자꾸 나나 봐.
-시즌2 3화-
열쇠를 잃어버렸다는 말은 당연히 거짓말이다.
아마 국이도 알 것이다.
내가 열쇠를 잃어버린 게 아니라는 걸.
우는 이유를 물어보지 않아 확신했다.
어려서일까?
실금 같은 상처에도
엉엉 울고 싶어지는 이유는.
상처가 낫지 않을 수 있다면
아무것도 잊지 않을 텐데.
'나 사실 열쇠 잃어버린 거 아냐'
'알아'
어제는 그런 대화를 하다가 어느새 푹 잠이 들었다.
-시즌2 4화-
나는 이상하게,
이름 앞에 '처음'이 붙는 건
다 너랑 하고 싶어.
-시즌2 21화-
선천적인 거라고 했던가.
여난의 피부는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늘 서늘해서
닿을 때마다,
물놀이 직후의 어린아이나
물가의 인어를 자주 떠올렸다.
손바닥으로 쥐고 있으면
차가운 여난의 피부가
온기를 가지는 순간이 좋았다.
열아홉의 여난은
눈물도 웃음도 여전히 후했지만,
언제나 타인에게만 그랬다.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을
체할 때까지 억지로 먹거나,
괜한 영화 핑계를 대는 일은
결국 울고 싶다는 말이다.
누구도 이유를 묻거나 말하지 않지만.
올라간 눈가에 입을 맞추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아마 처음부터.
몇번이고.
왜, 항상
왜, 매번
너는 언제나
자기 몫의 눈물을 모르는 사람처럼.
-시즌2 23화-
미안해.
나 때문에 네가 속상한 게 기쁘다면 나쁜 거지?
-시즌2 24화-
사실은,
이 마음의 이름을 알게 될까봐
무서워.
확신하고 나면
이제 되돌릴 수도 없어.
-시즌2 29화-
너는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나도 네게
묻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변함없이 여전했다.
당기면 풀어지는
매듭 하나를 손에 쥔 채.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한 채로.
졸업 후에도 여전할 수 있을까?
그때도 우리는 지금 같을까?
확신 없이 쌓이는 질문은
졸업 뒤로 미뤄 두고서
우선은 모른 척 눈을 감았다.
풀린 끈을 쥐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라서.
-시즌2 30화-
국이 곁에서는
고민도, 걱정도 없이
이 아늑한 날들이
영원할 것만 같다.
...그럼, 네가 없으면?
미뤄 두라던 너의 말에 웃었지만
우리의 한 철이 과연 영원할까?
-시즌2 31화-
롤러코스터가 무서워 울어버린 적이 있다.
'익숙해지면 괜찮아'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고,
어린 나는 도무지,
떨어지는 순간을 견딜 엄두가 나질 않아
눈을 감고 숨을 꾹 참았다.
너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너의 다정함을 어떤 말로 설명할까?
무표정한 얼굴이 가지는 따뜻한 온도나
흔들림 없이 불러주는 목소리.
그런 것들.
아픈 걸 면죄부 삼거나,
슬퍼할 자격이 필요없는 상대.
너는 가족보다 가족같아.
이런 관계를 고작 연인이라고 부를 수 있어?
-시즌2 35화-
인정하기 싫거나,
혹은 모른 척 했을 뿐이다.
고작 열아홉의 내가 줄 수 없는
위로가 있다는 걸.
고작 열아홉의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많은 것들과
사실은 운이 좋았을 뿐,
누군가 너를 나보다 먼저 발견했다면-
그때도 나는 네게 유일했을까? 같은,
구차하고 구질구질한 두려움.
그러나
사랑에 빠진 누구나 으레 그러하듯,
그게 너라면.
바닥을 긁는 낮은 감정에
몇 번이고 기꺼이 침몰당해도 좋다고.
그게 너라면.
-시즌2 38화-
'왜 이렇게 잘해 줘?'
그런 말을 했었지.
지금 다시 생각하면-
사실은 그때,
날이 춥다며 옷을 가져다 주거나,
밥을 거르면 혀끝을 차는 작은 습관,
너에겐 별거 아닐지도 모를 작은 친절이
나에게는...
특별하고 유일한 기억이 될 것을
예감했었는지도 몰라.
-시즌2 40화-
당연하지 않은 일들이
너로 인해 당연해지거나,
익숙하던 일상이 문득 어색할 때.
허공에 혼자 건네는 인사보다
네 이름을 부를 수 없게 될 순간이
가족이 없는 일상보다
네가 없을 하루가
이제는 훨씬 아득하고 두려워.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나는,
나는 자신이 없어.
네가 없으면 무너질 내가 두려워.
-시즌2 42화-
국아, 나는
너랑 무슨 사이가 되고 싶은 걸까?
나는 네 연인이나 가족보다도
너랑 제일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어.
너와 내가 영원히
서로에게 유일했으면 좋겠어.
나는 차라리 네가 되고 싶나 봐.
-시즌2 43화-
우리는 해가 지기 전에
일상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고,
겨울에도 한낮은 제법 포근했다.
오래 끌기만 했던 짝사랑을
길 위에 전부 버렸으나
잡은 손이 따뜻해서 춥지 않았다.
-시즌2 44화-
고작 문자 한 줄에 지레 겁이 난 이유는
나는 여전히
상처가 낫지 않길 바라는
열 여섯의 나라서.
우리가 영원할 수 없을까봐.
-시즌2 45화-
몰아세워서 받은 마음에 무슨 의미가 있어?
그러니까 기다리는 거야.
불안보다 나를 더 확신하기를.
잡아봐.
그때처럼.
그때처럼 뿌리칠 수 없는 거 알잖아.
-시즌2 47화-
어이가 없는 것은,
이 와중에도 너의 언 발이 신경 쓰인다는 점이다.
널 만난 후 언제나 네가 나의 첫번째였으니
그것이 싫지 않다.
나는 언제까지 너를 사랑하게 될까?
언제까지 바라만 봐야 할까.
눈앞에 너를 두고.
언제까지.
인내심은 진작 말라붙은 지 오래인데.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르다가도 가라앉고,
휩쓸리고,
흩어지며,
끝내 수몰하고 마는.
잠겨죽을 것 같은 불안도
너로 인한 것이라면 기꺼운 나처럼,
너 역시 그랬으면 좋겠다고.
끝나지 않을 불안과
불확실한 영원 대신
우리가 쌓을 순간들을 믿었으면 해.
마침내 뭍으로 올라설 때까지.
-시즌2 50화-
작년 여름,
그때 딱 한 번 거짓말했어.
어떤 미친놈이 엘리베이터 싫다고
20층을 계단으로 올라가?
정류장 내리자마자
집 앞까지 계속 뛰어서 그랬어.
여난, 나는
너에게 달려간 그 여름을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
-시즌2 사이드 에피소드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