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뭔가, 예전에 잠시 느꼈던 위화감과도 닮은 의문이 얼핏 머리를 스쳤다.
여느 때와는 달리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굳이 말하고 간 일레이. 재차 확인하는 연락. 이곳에서 마주쳤을 때 놀람에 이어 떠오른 냉랭한 얼굴.
……. 그것만 갖고 가장 쉬운 결론을 내자면 이놈이 이 동네에 딴집 살림이라도 차려 둔 걸 텐데…….
둘이 유사 하고있는데도 일레이가 절제하는 모습 + 돌아가라는걸 종용하니까
태의가 바로 눈치채고 쎄해서 바로 다른 사람 생겼나...하고 의심함.
이전까지는 자기 옆에만 있으면 된다던 일레이였음. 그래서 베를린을 떠나지 말라는 식으로 말해왔던 일레이인데
지금은 엄밀히 따져서 태의가 자기 곁에 있는건데도 자길 두고 베를린으로 떠나라고 하니까. 태의 입장에선 얘 바람피나 싶을만 해...
“여기가 베를린이 아닌 게 문제인 거야, 아니면 드레스덴인 게 문제인 거야?”
태의가 모르는척 이렇게 질문 건네는데 일레이가 순간 멈칫하니까 태의는 더 의심이 깊어짐.
일레이 반응으로 보건데 일레이는 자기가 베를린을 떠났기때문에 저러는게 아니라 그냥 이곳에 자기가 있길 바라지 않는거니까...여기에 애인이라도 숨겨놨나 싶은거겠지.
정태의는 침대에 일어나 앉아서 일레이를 쳐다보았다. 뭔가 미묘하게 걸렸다. 개운치 않은 것이 뇌리 한구석에 남아 갉작갉작 소리를 낸다. 고개를 기울인 채 잠시 동안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그게 무언지조차 알 수 없어, 한숨을 쉬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일레이에게 시선을 주었다.
“…….”
그러고 보니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침대 위에서 들썩였었다.
어쩐지, 언제나 당연하게 이어지던 수순이 빠지자 뭔가 불안해졌다. 갑자기 일상이 휙 뒤집혀서 알 수 없는 곳으로 떨어진 것 같다. 저 인간이 저런 놈이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들면서 점점 의심에 가까운 고뇌가 깊어졌다. 이럴 바엔 차라리 해치우고 개운하게 끝내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어서 자기만 ㅅㅈ 시키고 일레이가 마무리할 기색 보이니까 약간 충격 비슷하게 받은것처럼 보임.
몇년간 줄기차게 성적으로 자기한테 동해하던 놈이 거진 3개월에 가깝게 못보다가 다시 만났는데 자기한테 성적인 관심을 끊은것처럼 보이니깐...
심지어는 자기가 먼저 하자는데도 일레이가 완곡하게 거절하니까. 언제 이런적이나 있었겠냐고...
물론 이 뒤에 자기가 상태가 안좋아보이니까 일레이가 배려해준거란걸 깨닫고 순간적으로 안도하긴 하는데
저런 분위기가 2권에도 계속 이어지니까 태의는 약간 얘가 정말로 바람 피우는걸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던거같음.
뼛속까지 게이인 자기랑은 다르게 일레이는 바이이기도 하고, 게다가 부잣집 도련님이니 결혼 상대가 있을지도 모르는거 아님.
그래서 자꾸 이놈이랑 헤어지면 뭐하지. 어디 가서 뭐먹고 살까 그런식으로 가볍게 생각하는척 불안하는거지.
지 입으로는 바람피냐 나한테 질렸냐 그런 말도 못할 정도로 사실 일레이가 너무 좋은데ㅠㅠ.....
크리스도 걱정되지만 일레이가 바람피는건지도 존나 신경쓰여서 오기로 남아있었던거 보인다고ㅜㅜ
그리고 다행히도 맘고생 더 깊어지기 전에 일레이 인내심이 바닥나서 다행이었던거같음ㅠㅠㅋㅋㅋㅋㅋㅋ
저 불안해하는 부분 처음 보면서는 태의 마음이 아직도 가벼운건가? 하고 느꼈었는데 재탕해보니 얘 걍 불안해 했던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