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 말고 일반 책 읽다가 나 혼자 벨렌즈 낀건가 싶어서 .... ㅎㅎ
같이 읽어보고 싶어서 가져왔어. 좀 길어도 소설 읽는다 생각하고 읽어줘!
책 읽다가 너무 간질간질하길래.... 참을 수 없었다..!!
1.
왕헌지는 중국의 유명한 서예가 왕희지의 아들이었다. 그도 역시 명필로 이름이 높았다. 그가 오흥 태수로 있을 때의 이야기다.
그 마을에 양흔이라는 열두 살 난 소년이 글씨를 아주 잘 썼다. 왕헌지는 양흔을 아주 아꼈다. 하루는 양흔이 보고 싶어서 그가 사는 집으로 찾아갔다.
그 때 소년 양흔은 마침 새로 해 입은 비단옷을 입고 글씨 연습을 하다가 붓을 한 손에 든 채로 곤하게 낮잠이 들어 있었다. 천진스레 낮잠에 빠져 있는
소년을 보던 왕헌지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장난을 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양흔의 붓을 빼앗아 들고, 양흔의 새 옷 위에다 글씨를 써 놓고 갔다.
이윽고 잠에서 깨어난 소년은 새 옷 위에 어지럽게 글씨가 써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처음엔 자다가 먹물을 엎지른 줄로 알았다.
정신을 차리고 가만히 살펴보니 다름 아닌 선생님의 글씨였다.
2.
멀리 함경도 안변이란 곳에 벼슬 살러 가 있던 양사언이 한양에 있던 친구 백광훈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오랜만에 친구의 편지를 받은 백광훈은 반가웠다.
편지 봉투를 서둘러 뜯었다. 그런데 편지가 어째 좀 이상했다. 딱 한줄, 한문으로는 열두 자만 씌어 있었던 것이다.
삼천 리 밖에서 한 조각 구름 사이 밝은 달과 마음으로 친하게 지내고 있답니다.
옛날에는 편지도 직접 사람을 보내 전달하는 수밖에 없었다. 보낸 편지가 받을 사람에게 도달하는 데도 한 달이 넘게 걸렸다.
그 먼 길에 그렇게 힘들게 보낸 편지인데, 고작 열두 글자만 썼다니 이상하다.
한참 그 편지르 읽어 보던 백광훈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양사언은 이 편지에서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일까?
자! 편지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먼저 그는 삼천 리 밖에 있다고 했다. 삼천 리는 두 사람이 떨어져 있는 거리다.
밝은 달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달은 구름에 가려 보일 듯 말 듯하다. 환한 달빛을 보고 싶은데 구름이 자꾸 방해를 한다.
그는 왜 달빛과 친하게 지낸다고 했을까? 달은 내가 있는 이곳이나 네가 있는 그곳이나 똑같이 뜰 것이다.
나는 여기서 너를 생각하면서 저 달을 본다. 너는 또 내가 보고 싶어서 달을 보겠지.
나는 네가 너무 보고 싶은데, 만나 볼 길이 없어서 매일 저 달만 쳐다본다. 그런데 그 달마저도 구름에 가려서 보일 듯 말 듯하니 너무 안타깝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양사언은 백광훈에게 멀리서 나는 네가 보고 싶어 죽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