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권에서 에드는 아우팅을 당하고 직장에서 짤려. 주위사람인 챙도 데렉도 그 사실을 알게 돼. 포르노를 찍는다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체감하게 되는 거야. 초반에 에드는 빚에 짓눌리던 상황에서 포르노를 선택했고, 더는 추락할 것도 없으니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아우팅을 당하고 나서 그건 자기합리화에 불과한 몽상이었다고 깨달아. 시궁창이라고 생각했던 현실에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진짜 추락을 경험한 거지. 그래서 포르노를 찍은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라는 걸 알지만, 후회스러운 마음도 있을 거야.
처음에 에드는 주변의 멸시나 질책, 격려나 위로를 들으면서도 맥퀸을 원망하지 않아. 그런데 라이언이 에드의 약한 부분을 날카롭게 파고들어.
“녀석이 어디까지 팔 수 있을 것 같아? 녀석이 몰랐을 것 같아?”“맥퀸은 네가 어떻게 될지 알고 있었어.”워크 온 워터 (walk on water) 5권 | 장목단 저
에드는 포르노 제작자로서 맥퀸이 원망의 대상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연인으로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원망하고 싶은 본심을 깨닫지.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타인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리는 건 가장 쉬운 도피 방법이잖아. 에드는 맥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폭력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의구심이 드는 걸 완전히 지울 수 없어. 이성적인 생각과 감정의 괴리를 느끼는 상태랄까.
그런데 맥퀸도 그때 일이 터져서 전화를 꺼 두고 연락이 되지 않아. 에드는 고독함과 불안함에 휩싸여. 언제나 그렇듯 고독과 불안은 의심을 키우지. 나를 내팽개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점점 감정적으로 몰려가.
그리고 하필 라이언의 DVD를 보던 도중에 맥퀸이 찾아오지. 상황과 타이밍이 참 절묘하달까. 에드는 연락이 되지 않던 맥퀸을 걱정하면서도, 맥퀸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라고 생각해. 에드도 대가를 치르고 있기도 하고. 현실에서 곤두박질쳐진 자신과 달리 비상하려는 맥퀸을 향해 비틀린 감정을 품는 것도 있어. 동시에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위선적이고 더럽다고 느껴. 에드는 맥퀸이 털어놓는 가족사를 들으며 그를 위로해야겠다는 생각하지만,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나 역시 내가 포르노를 찍은 것을 두고 옳다고 말할 수 없어서 그를 비난할 수도, 여태 살아온 당신의 삶이 정당한 것이라고 옹호해 줄 수도 없었다.워크 온 워터 (walk on water) 5권 | 장목단 저
그러다가 라이언의 DVD에 대한 얘기가 나와. 에드는 아마 라이언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상황을 투영하게 됐을 거야. 맥퀸은 자신을 비난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라이언과 지긋지긋한 관계의 환멸이 덮쳐오는 느낌이었겠지. 에드와 맥퀸은 둘 다 너무 지치고 피곤한 상태야. 그래서 포르노를 찍으면서 시작한 두 사람의 관계에서 덮어두었던 폭탄이 터져.
“라이언 얘기로 돌려 말하지 말고 그냥, 본심을 말해.”-맥퀸“포르노로 어디까지 팔 수 있는 거죠.”-에드
맥퀸은 포르노를 찍고, 제작하며 살아왔고 그걸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아. 부끄럽다고 하는 건 맥퀸의 인생을 부정하는 것과 같아. 반면 에드는 자신의 선택에 따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후회스럽기도 해. 그 간극이 서로를 위로하지 못하고 상처받는 말을 내뱉게 해. 맥퀸은 화가 나서 비꼬기 시작하고, 위로받기를 기대했던 에드는 이기심을 드러내며 원망과 분노를 표출하지.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상처주기 시작해. 얼마나 잔인하게 상대방을 후벼팔 수 있는지 경쟁이라도 하듯이 날카로운 말들이 오고 가. 말재주가 없는 에드가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포주라는 단어로 총을 쏘지. 맥퀸도 패배자라고 조롱하면서 혐오와 경멸을 내뱉으며 지지 않아.
맥퀸은 편견에 찬 시선을 많이 경험해봤어. 업계 외부에서는 포르노에 종사한다고 무시하고, 제작했던 영화에도 주홍글씨를 붙이며 물어 뜯어. 그리고 내부에서는 포르노를 찍은 것은 본인들의 선택이면서 자신을 탓하고 원망하는 사람들이 많았지. 특히 맥퀸은 업계를 떠나가면서 남겨진 자신을 보던 사람들의 역겨운 우월감을 싫어했어. 그런데 에드역시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에 상처받지.
에드는 흥분해서 원망과 분노를 쏟아내면서 맥퀸에게 상처 주고 싶어 해. 그래서 맥퀸에서 상처 주면서 자신도 상처받아. 말이 심했고, 잘못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모든 걸 쏟아내. 이성이 나가서 멈출 수 없어. 사람이 버티고 버티다가 극에 몰리면 순간적으로 핀트가 나가며 폭주하는 상황이 있잖아. 이때 에드가 그랬다고 생각해. 아우팅 당한 이후 벌어지는 상황을 자신의 책임이라고 수용하고 있었지만, 사실 엄청 힘든 상황이잖아. 당장 감당해야 하는 생활비와 빚에 억눌려 자신이 힘들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하고 그저 버티고만 있었을 뿐이지.
그리고서 일상으로 돌아오니 허망함이 찾아와. 에드는 자신의 이기심을 깨닫고 후회해. 죽고 싶다고 생각하며 눈물을 흘려. 괜찮다고 자신을 속이며 버티던 에드의 감정의 둑이 드디어 터진 거야. 시체같이 방전되어 버렸달까. 에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상황을 놔버렸던 것 같아.
그가 너무도 보고 싶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익숙한 무게와 체온, 감촉의 기억을 벗어 버리길 원했다. 그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이 모든 느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워크 온 워터 (walk on water) 5권 | 장목단 저
그렇게 에드가 퍽퍽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데, 맥퀸이 찾아와. 사과를 해.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고 싶으면서도 차마 사과하지 못했던 에드와는 다르지. 앞서 관계에서 감정을 인정하고 사랑한다고 고백한 게 에드였다면, 이번엔 맥퀸이 먼저 인정해. 맥퀸의 말과 행동에 에드 마음의 무장이 풀려. 에드는 비로소 모든 게 무너진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다시 살아갈 생각을 해. 맥퀸과 함께. 하지만 시간이 필요해. 에드는 챙에게 강간당한 직후잖아. 길고 지독한 챙과의 애증이나 빚도 그렇고 정리할 것들이 있으니까.
맥퀸과 에드는 격렬했던 다툼과 이별의 시간을 통해서 서로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봐. 할 수 있는 만큼 쏟아내고, 퍼부었기 때문에 오히려 남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졌달까. 서로 잔인하게 상처 주었던 만큼 다시 시작한 관계는 흔들리지 않고 굳건할 거라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