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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빅뱅과 대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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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0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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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이 돌아왔다. 마지막 음악 활동이었던 2018년 디지털 싱글 ‘꽃길’로부터 무려 4년여만의 컴백이다. 그리고 컴백 즉시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4월5일 0시 발매된 디지털 싱글 ‘봄 여름 가을 겨울(Still Life)’은 발매 8시간 만에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톱100 1위에 올랐고, 이어 일간차트 1위에도 올랐다. 24시간 이용자 수도 90만9666명을 기록, 역대 보이그룹 멜론 24시간 이용자 순위에서 10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제니, 플로, 벅스 등 여타 음원사이트에서도 동시에 1위를 차지하며 ‘차트 초토화’가 이뤄진 건 물론이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에 대한 몇몇 언론미디어 해석이 특이하다. 빅뱅에 대한 대중의 노스탤지어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빅뱅 자체는 ‘낡았지만’ 대중의 추억을 자극하는 측면 탓에 인기를 얻고 있단 식이다. 물론 발매 하루 이틀 정돈 그런 효과로 반짝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지금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차트점령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것도 압도적 수치로 말이다. 그만큼 새 수요층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단 얘기고, 한국이 아무리 ‘밴드웨건의 나라’라 해도 이 정도 흡수력은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맞다.

 

 한편 음원발매 초반 이용자 연령통계도 이를 노스탤지어 효과로 단정 짓기 어렵게 한다. 20대 이용자가 45%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그 다음이 30 대 20%, 10대와 40대가 함께 13%로 그 다음이다. 노스탤지어 효과라 볼 구석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활동이 멈춘 4년여 동안에도 신세대들 가운데 팬층이 꾸준히 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니 적어도 지금쯤이면 다른 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란 얘기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뉘어 진다.

 

먼저, 빅뱅 소비층 특이점부터 살펴보자. 한 마디로 줄이자면, 빅뱅은 애초 ‘남성층도 여성층과 동등한 수준으로 소비하는 보이그룹’의 사실상 마지막 주자였다. 위 음원 이용자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성비 면에서 남성 44%, 여성 56%로 나온다. 보이그룹 음원 이용자 성비론 거의 보기 힘든 구성이다. 보이그룹의 경우 2:8. 1:9 성비가 기본인 경우가 많다.

 

 당연히 이번 ‘봄 여름 가을 겨울’만 그런 것도 아니다. 멜론이 음원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집계된 역대 보이그룹 멜론 24시간 이용자 순위에서도 톱10 중 빅뱅 곡이 무려 9곡에 이른다. 빅뱅 외엔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더 들어갈 뿐이다. 1위는 빅뱅의 ‘5인 체제’ 마지막 곡인 2018년 싱글 ‘꽃길’이다. 무려 126만9105명 이용자 수를 기록했었다. 이를 일반적으론 ‘대중성’ 차원에서 해석하고 있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남성층 소비가 여성층 그것만큼 치솟아 있었기에 비로소 ‘대중성’ 개념으로 다가설 수 있었다고 봐야한다.

 

 사실이 그렇다. 걸그룹이라 해서 여성층이 소비하지 않는 게 아니고, 오히려 여성층에서 더 열렬하게 소비하는 경우들이 흔하듯, 보이그룹도 ‘남성층은 소비하지 않는 상품’이 애초 아니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이처럼 여성층과 남성층이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소비하는 보이그룹은 크게 봐도 단 둘, 지오디와 빅뱅뿐이었다. 나머진 트렌드를 탄 몇몇 곡들에 한해서만 그때그때 비등한 소비가 이뤄졌을 뿐, 남성층에서 탄탄한 충성도를 보이며 발표하는 곡마다 ‘컴백 즉시’ 소비하려 한 팀은 실질적으로 그 둘 정도였다고 봐야한다.

 

 그중에서도 빅뱅은 남다른 부분이 더 많았다. SM엔터테인먼트의 SMP 태동기부터 유독 여성층에서 반응 좋은 ‘칼군무’ 요소를 딱히 채용하지 않았고, 남성층에서 호응이 좋은 임의적 무대 연출을 보여줬다. 노래 가사 역시 남성 특유의 자기연민이나 낭만성, 삶의 고충 등을 다소 거친 언어로 털어놓은 것들이 많았다. 이를 굳이 남성향(男性向)이라고까지 보긴 어려워도, 분명 남성층 반응을 얻어내기 좋은 포지셔닝을 꾀하고 있었단 점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K팝 산업 향방은 달라졌다. 수익성 극대화 방향을 걸으며 보이그룹에 있어 훨씬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여성향(女性向) 노선을 전격적으로 취했다. 빅뱅 같은 팀은 점차 희소해졌다. 빅뱅이 취하던 노선은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 등이 흡수해갔고, 대중음악시장에서 ‘블록버스터’에 해당하는 K팝 보이그룹 차원으론 극히 희소해졌다. 결국 빅뱅 컴백의 ‘대중성’ 개념 히트도 이처럼 여성향(女性向) 노선을 걷기 전 K팝 보이그룹 모델에 대한 남성층 반응이 되돌아온 현상 정도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남성층에서도 남성아이돌그룹을 통해 남성들 얘기와 태도 등을 소비코자 하는 수요는 분명 존재한단 것이다.

 

 한편, 빅뱅이 K팝 ‘세대’상으로 현 주류와는 다른 음악적 노선을 걸었던 점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빅뱅은 탄생 시점의 주류 음악형태, 즉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어디까지나 멜로디컬한 본질에 바탕을 둔 팝을 주로 구사해왔다. 그 차원에서 발라드까지도 채용해왔고, 그 흐름이 ‘봄 여름 가을 겨울’에도 묻어나있다. 소위 ‘노래방에서 부르기 좋은’ 노래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이후 K팝 산업은 다른 길을 걸었다. 해외시장이 폭증하고, 특히 미국을 위시로 한 서구시장이 증대되면서, 서구 트렌드에 맞는 비트와 사운드 중심 댄스팝으로 대대적 이동을 꾀했다. 빅뱅 같은 멜로디컬한 팝은 인디 씬까지 넘나드는 솔로가수들 손으로 넘어갔고, ‘블록버스터’ 아이돌그룹 차원에선 보기 힘들어졌다.

 

 그러나 한국대중은 여전히 멜로디컬한 팝에 애착이 강하단 점이 문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렇다. 임영웅 등 신세대 트로트가수들이 3040세대까지 흡수하는 현상 역시 근본적으론 멜로디컬한 팝에의 애착이 주류 대중음악시장에서 보상받지 못한 탓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밖에 ‘롤린 현상’이나 싹쓰리 등 레트로 방송음원 대히트도 그 차원에서 해석되기도 한다. ‘빅뱅의 귀환’에 대한 열광 역시 이 지점에서 해석해볼 여지가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빅뱅 컴백 성공 원인은 ‘빅뱅에 대한’ 노스탤지어 차원이라기보다, 빅뱅이란 팀이 대변하던 대중음악상품의 특정 면면에 대한 애착 차원에서 해석될 필요가 있다. 수요는 분명 존재하지만 근래 보상받지 못해온 요구가 폭발한 사례다. 물론 그렇다고 빅뱅 컴백을 계기로 K팝 산업에서 이를 배려하는 상품을 만들어 내리란 기대는 여전히 난망(難望)이다. 글로벌 산업으로서 K팝은 생각보다 더 멀리까지 가버렸고, 한 번 바뀐 산업체질은 그리 쉽게 자리를 바꾸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한국대중음악시장은 하나의 경향으로서 빅뱅이란 팀을 좀 더 오래 필요로 할는지도 모르겠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스포츠월드>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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