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 아프다고 하면 약이 나오고 앞머리 죽었다고 하면
머리뽕이 나오고 여드름 났다고 해도 패치가 나오고
필요한 거 말할 때마다 술술 자꾸 나오는 가방이
신기해서 친구 허락 받고 재미로 낋여온 보부상
친구의 왓츠인유어백! 대충 겉으로만 봐도 터질 것처럼
빵빵한 게 벌써부터 가방이 비명지르는 것 같음

자크를 열었을 때 마주친 시점 혼란하다 대체 뭐가 든 거지..

이 하얀 봉은 뭣에 쓰는 물건인지 종잡을 수조차 없었음
호신용 봉인가 싶어서 물어봤는데

겨울옷에 먼지가 잘 달라붙어서 가지고 다니는
휴대용 먼지제거기였음 작고 휴대하기 편하다고
신나서 설명해줬지만 작지 않다고 말할 수 없어서
열심히 고개 끄덕거림 꽤 유용하긴 하더라 집에 고양이
키우는데 고양이 묻어서 나가면 친구가 챡챡챡 떼줌

넘치는 먹성을 자제시켜준다는 위고잇 두통째 먹고있는데
효과 좋다고 함 먹는것과 자기 관리에도 늘상 진심인 편

체하거나 감기 걸리거나 머리 아프다는 말만 해도
자동으로 나오는 작은 약국마저 가방 안에 품고 있음

마찬가지로 겨울이라 들고다니는 핫팩 붙이는 건데
다른 것들과는 다르게 금방 홧홧해진다고함 대신
인내심 없는 친구라 접착력이 끈덕지지 못 해서
따뜻만하고 툭 떨어진다고 신발 안에만 넣으라고 조언 당함

피부에 뭐 날 때마다 아이고 아이고 하고있으면
주섬주섬 다람쥐마냥 슥 꺼내서 매번 건네주던 여드름 패치
하나씩 들고다니면 가방 안에서 떨어지고 더러워진다고
저렇게 통으로 들고다닌다고 함

앞머리 죽을 때마다 건네주던 머리뽕 친구가 귀여운 걸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이런 깜찍한 그루푸는 난생 처음 봐서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니까 인터넷에서 열심히 찾았다고 함

얼굴에 유분기 돌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등장하던 파우더
소리소문 없이 나와서 조용히 퇴장함

릴바레 틴트랑 맥 립스틱인데 찐쿨톤뿐이라
내 화장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색조지만 쿨톤이 쓰면
얼굴톤 화사하게 형광등 탁 켜지는 느낌이더라
적당히 차분하고 색감 되게 오묘하게 예뻤음

모브톤 블러셔인데 크림 제형이라
바르고 나온거 보면 수채화 발색인듯

이건 왜 있냐고 물어보니까 속눈썹이 직모라
한 번씩 살짝 찝어주는 용이래

러쉬 고체향수도 야무지게 챙겨다님 향수를
안 뿌리는건 아닌데 한번씩 덧발라서 레이어링 해주면
폭닥한 겨울 느낌이래 살냄새가 섞여서인지는
모르겠는데 되게 산뜻했음

이건 생일선물 받은 탬버린즈 핸드크림 펌킨향인데
호박향보단 뭔가 파우더리하고 향 좋았슨 향덕이라
친구한테 항상 좋은 냄새 나는 이유를 가방 봉인 풀고 알게됨

뭐 먹을 때 머리 길면 방해된다고 완벽한
식사를 위해 챙겨다닌다는 집게핀

입 심심할까 봐 들고다니는 곤약젤리와

쥬스도 챙겨다닌다고 함 언제 목마를지 모른다고
들고다닌대서 미지근해지지 않냐니까 겨울에는
나가면 자연 냉장고라 괜찮대

이건 진짜 왜 들어있는지 영문조차 모르겠어서
물어보니까 회사 출근해서 점심시간에 너무 힘든 날은
알람 맞춰놓고 숙면용이라고 함

그녀의 취향과 대비되는 루이까또즈 반지갑
귀여운 걸 좋아하지만 지갑만은 품위가 넘치고
단정해야 한다는 신조를 가져서 심사숙고한 결과

제일 슬펐던 건 호신용 삑삑이인데 야근이 잦아서
장만했다는 말을 들음 사람 없는데서 잠깐 뽑아줬는데
뭐야..! 하면서 쳐다볼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소리가 컸음
불빛도 나오더라 짱 신기 더 신기한 건 이 많은 게
어떻게 저 작은 가방 안에 다 들어가있는지를 모르겠음
혼자 보기 아쉬워서 낋어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