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연속 꼴찌 프로농구 서울 삼성이 감독 선임에 앞서 막내 코치만 선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스포츠경향 취재 결과, 삼성은 용산중에서 선수들을 지도해온 이정석을 코치로 선임해 15일부터 진행되는 팀 훈련을 지휘한다. 감독과 수석코치가 공백인 상태에서 막내 코치가 먼저 선임되는 이례적인 경우다.
삼성이 마주한 현실은 기이함 그 자체다. 지난 시즌을 최하위로 마친 지 3개월이 넘었는데 감독 없이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이 지난 시즌 종료 후 곧바로 김효범 감독과 결별한 걸 감안하면, 새 감독 선임 작업에 쓸 수 있었던 시간은 차고 넘쳤다. 그러나 삼성은 현재 KBL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사령탑이 없는 ‘조타수 잃은 배’ 상태로 남아있다.
구단 사무국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 사무국은 일찌감치 베테랑 지도자 2~3명을 새 감독 후보군으로 압축해 그룹 윗선에 보고를 마쳤다. 이미 농구계 안팎에서는 새 감독과 수석코치로 활약할 인물들의 실명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며 ‘내정설’이 정설로 굳어진 지 두 달이 훨씬 넘었다.
문제는 모기업 윗선의 결재 라인이다. 재가만 떨어지면 곧바로 발표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마쳤음에도, 상부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계속해서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윗선의 이해할 수 없는 ‘늑장 행보’에 선수단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 삼성은 이미 지난달부터 새 시즌을 위한 소집 및 훈련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정식 코칭스태프가 없다 보니 선수들은 체계적인 전술 훈련 대신 개인 훈련 위주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농구계에서는 “모기업이 5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농구단에 일종의 ‘괘씸죄’를 적용해 사령탑 인선을 끝내놓고도 일부러 재가를 늦추고 있는 게 아니냐”는 소리까지 흘러나온다.
파행 운영이 장기화되자 구단은 결국 고육지책으로 윗선 재가가 필요 없는 막내 코치만 먼저 선임한 것이다.
삼성 선수단은 지난 9일 훈련을 마친 뒤 14일까지 이어지는 짧은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휴식이 끝나는 오는 15일부터는 정식 감독이 아닌, 새로 합류한 이정석 코치가 팀 훈련을 지휘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될 예정이다.
새 시즌 준비의 총책임자인 임근배 단장의 행보도 팀의 비상 상황을 대변한다. 임 단장은 새 시즌에 활약할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기 위해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출국했다. 임 단장은 오는 26일까지 현지에 머물며 외국인 선수 후보들을 만날 계획이다. 외국인 선수 활용법을 쥔 감독 없이 단장 홀로 미국으로 떠난 것이다.
정상적인 구단이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해프닝이 7월 한여름 맹훈련 기간에 벌어지고 있다. 모기업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속에서, 삼성 선수단과 사무국의 가슴만 타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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