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용인/최창환 기자] 사제지간으로 레전드의 마지막 시즌을 함께하는 것도 의미가 남다른 일일 텐데 2명이라면, 그것도 KBL-WKBL에 걸쳐 경험하는 것이라면 이 또한 지도자 입장에서 뜻깊은 경험 아닐까. 이상범 감독이 흔치 않은 사례의 주인공이 됐다.
4일 용인체육관에서 김정은(하나은행)의 은퇴 투어 첫 행사가 열렸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김정은이 용인체육관에서 치르는 마지막 정규리그 경기였다. 비록 부천 하나은행은 BNK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5라운드 용인 삼성생명과의 원정경기에서 54-74로 패했지만, 김정은은 “순위 경쟁 중이라 바쁘실 텐데 첫 은퇴 투어를 준비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라며 인사를 전했다.
이를 흡족하게 바라본 이가 있었다. 이상범 하나은행 감독이었다. 이상범 감독은 KBL 원주 DB 감독 시절에도 은퇴 투어를 치르는 제자를 지켜본 적이 있었다. 지금은 DB 감독으로 지도자 경력을 쌓고 있는 김주성 감독이었다. 이상범 감독이 DB 지휘봉을 잡은 2017-2018시즌이 바로 김주성 감독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것.

“(김)정은이도 기록을 많이 세운 만큼 은퇴 투어의 자격이 있는 선수다. 김주성 감독의 은퇴 투어 때도 내가 감독이었던 게 기억난다. 공교롭게 은퇴시키는 사람이 됐다(웃음)”라며 농을 던진 이상범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일 때마다 정은이에게 신발 끈 묶으라고 한다(웃음). 그만큼 제일 먼저 찾게 되고, 믿음이 가는 선수다. 선수들에게 정신적 지주이면서도 모든 걸 쏟아부으려고 한다. 다치지 않고 마무리를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2017-2018시즌 DB와 올 시즌 하나은행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단순히 팀을 대표하는 스타 김주성 감독, 김정은의 은퇴 시즌일 뿐만 아니라 하위권이라는 시즌 전 전망을 비웃으며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DB는 예상을 깨고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다. 최약체 이미지를 벗지 못했던 하나은행 역시 하위권이라는 전망을 깨뜨리며 청주 KB스타즈와 1위 경쟁 중이다.
“DB 때랑 상황이 비슷하다. 그때도 리빌딩 하라고 했는데 정규시즌 우승 후 챔피언결정전까지 갔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꼴찌 할 거라 예상한 이들이 많았지만 현재까지 1위에 있다.” 이상범 감독의 말이다.
이상범 감독은 또한 “다른 팀들의 전력이 완성되기 전, 우린 이미 완성이 된 상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어느 정도 운도 따랐고, 이기는 경기가 많아지면서 선수들의 자신감도 높아졌다. 사실 나도 이 정도는 예상 못 했다. 애초 목표는 5할 승률, 4위였다. 나도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 이 자리를 지킬 수도,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지만 어쨌든 플레이오프에 오를 가능성은 높다. 달성한다면 정은이가 마지막 시즌에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는 거니까 의미가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1위 하나은행은 최근 5경기에서 2승 3패에 그쳤다. 그 사이 2위 KB스타즈가 5연승을 질주, 양 팀의 격차는 1경기까지 줄어들었다. 양 팀에 남은 건 나란히 9경기. 진정한 순위 경쟁은 지금부터다.
이상범 감독은 “전력이 안정적이라면 분명한 목표를 말하겠지만, 우리는 백업이 제 역할을 못 하면 무너지는 팀이다. 탄탄한 팀이 되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나도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순위를 장담할 순 없지만, 선수들이 매 경기 초심을 잃지 않고 치르는 마음가짐만큼은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끌겠다”라며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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