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농구대표팀(FIBA랭킹 53위)은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인도네시아(77위)와 호주(7위)를 상대로 2차례의 A매치(2025 FIBA 아시아컵 예선 윈도우-2)를 펼쳤다. 인도네시아에게는 졸전 끝에 86-78로 승리했으며 호주에게는 75-98로 패했다.
결과를 떠나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부상자가 많아 제대로 된 전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둘째 문제다.
안준호 감독-서동철 코치 체제에서 치른 3번째 대표팀 소집이었다. 첫 번째 소집(2월)에서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두 번째 소집(7월)은 젊은 선수 위주의 선발을 통한 분위기 쇄신이 이뤄졌다면 이번부터는 점차 새로운 색깔이 나와야 할 시기였다.
언제까지 원팀-형제애를 강조할 수는 없다. 전략 면에서도 점차 완성도를 갖춰가야 한다.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낼 수 있는 스타일을 모색해야만 한다. 짧은 훈련기간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갈 수는 없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번 소집에서 별다른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호주와의 경기는 애초부터 승리가 어려웠지만, 내용에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안준호 감독은 우리의 약점이 ‘높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제는 아시아무대에서 조차 우리나라가 신장에서 우위를 가져갈 상대는 사실상 일본, 대만과 필리핀, 태국과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 정도다.
신장 열세인 남자농구대표팀은 과연 이를 극복할 만한 농구를 했는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2대2 공격법이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에서 1차원적인 2대2 공격이 이뤄졌으며 미스매치를 찾아 포스트에 볼을 넣는 전형적인 한국농구를 했다. 우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이걸 하다가 완전히 망했다.
상대의 스위치 수비에 이승현(197cm)이 데얀 비실리에비치(187cm)와 매치업이 되자 골밑에 볼을 넣고 포스트업을 하는 상황이 있었다. KBL에서는 공격수와 수비수의 신장 차가 5cm만 되고 미스매치라며 파울로 끊어버리거나 도움수비를 가지만, 세계농구는 그렇지 않다. 도움수비는 상대가 치명적인 스코어러가 아닌 이상 더더욱 안한다. 3점슛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포스트업을 막기 위해 도움수비를 갔다가 얻어맞는 3점슛을 더 위협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10cm 정도 차이는 미스매치로 여기지도 않는다. 가드들이 페인트존 진입 직전까지는 다 버티는 추세다. 심지어 이승현이 미스매치라며 포스트업을 하려고 했던 비실리에비치는 NBL(호주리그)에서 200cm의 포워드까지도 다 막아내는 선수다. 이것이 신장이 작은 팀이 해야 할 농구인가?
공간 활용 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오히려 신체조건이 훨씬 좋은 호주가 공간 활용을 더 잘했다. 골밑에 상대 수비가 몰리면 슛거리가 긴 크리스 골딩이 3점슛 라인 한참 뒤에서 슛을 쏴 버렸다. 다음 공격부터는 자연스럽게 상대 수비를 위쪽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 수비 간격이 벌어지면 곧바로 골밑에 볼을 투입해 쉬운 득점을 올렸다.
이날 호주는 75번의 슈팅 중 41개를 3점슛으로 던졌다. 반면 우리는 30개도 채 던지지 못했다. 28개의 3점슛을 쐈다. 체격조건이 훨씬 우위에 있는 팀을 상대로 74개의 슛 중 2점슛 46개를 시도했다. 확률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37.8% 밖에 안되는 2점슛을 왜 그렇게 고집해야 하는가. 심지어 속공 득점이 포함된 확률이다. 코칭스태프만 바뀌었을 뿐 아시안게임 때 폭망했던 전형적인 한국농구를 또 하고 있다.
국제대회 농구는 KBL 농구가 아니다. 용병 2인을 보유해 1명 씩 돌려쓰면서 몰빵 농구를 할 수도 없고 상대가 필리핀, 대만이 아닌 이상 미스매치를 찾아 포스트 공략 따위도 할 수 없다는걸 이제는 좀 알 때가 됐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안준호 감독은 “라건아가 있건 없건 이제 우리는 아시아 최단신에 속한다. 팀워크를 맞출 수 있는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수비에서 풀코트 프레스를 강조하려고 한다. 공격에서도 패턴 변화를 줘야한다”며 변화를 예고했다.
남자농구대표팀의 다음 A매치는 내년 2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