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박신자컵에서는 작년 3위에 올랐던 에네오스가 불참했지만 2023-2024 시즌 일본 W리그 우승팀 후지쯔와 작년 박신자컵 우승을 차지했던 토요타, W리그 7위팀 히타치 하이테크 쿠거스까지 일본에서 세 팀을 초청했다. 여기에 대만 리그 우승팀 케세이라이프까지 더해지면서 초청팀의 수준은 작년보다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전력이 갖춰지지 않은 WKBL 구단들이었다.
WKBL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여자농구의 대들보' 박지수(갈라타사라이 SK)와 대표팀의 주전선수 박지현(토코마나와 퀸즈)이 해외리그로 진출했다. 여기에 FA시장과 보상선수 지명을 통해 10명이 넘는 선수들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특히 작년 박신자컵에서 나란히 4강에 진출하며 WKBL의 자존심을 지켰던 우리은행과 KB는 주력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작년보다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WKBL 구단들의 불안 요소는 박신자컵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말았다. 작년 준우승팀 우리은행은 첫 3경기를 모두 잡아냈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토요타에게 14점 차로 패하면서 BNK에게 골득실에서 뒤져 4강진출에 실패했다. 우리은행과 함께 A조에 속했던 KB 역시 강이슬이 3점슛 8개를 포함해 33득점을 퍼부었던 히타치전에서만 승리했을 뿐 나머지 3경기를 모두 패하며 A조 4위에 머물렀다.
B조에서는 후지쯔와 나머지 팀들의 수준 차이가 너무 컸다. 후지쯔는 조별리그 4경기에서 상대와 경기당 평균 24점의 점수 차이를 보였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삼성생명이 일본 챔피언 후지쯔에게 전혀 상대가 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특히 삼성생명은 5일 후지쯔전에서 배혜윤과 이주연을 제외한 주전 선수 대부분이 출전했음에도 후지쯔에게 무려 97점을 허용했다. 여자농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스코어였다.
올해 박신자컵에서 보여준 후지쯔, 토요타와의 수준차이를 고려하면 내년에도 비슷한 레벨의 해외 구단을 초청할 경우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약한 팀을 초청해 인위적으로 대회의 수준을 떨어트리면 농구팬들의 관심을 얻기 힘들다. 어렵게 높인 박신자컵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국내 구단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한국여자농구연맹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 https://m.sports.naver.com/basketball/article/047/0002445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