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로 가게 됐는데 기분이 어떤지?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오묘한 감정이 든다. 트레이드 상대가 나와 가장 친한 (이)재도라서 마음이 좋지 못했다. LG 팬들도 걱정이 많으신 것 같다. 메시지로 허리 상태를 많이 물어보시더라. 팬들한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잘해야 될 것 같다.
이재도와는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트레이드 발표가 되고 나서 연락했다.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없다. 프로의 세계는 비즈니스다. 가서 다치지 말고 최고로 잘하자고 이야기했다. 재도와는 지금도 자주 연락을 한다. 서로 트레이드가 됐다고 해서 크게 개의치 않는다.
지난 시즌 아쉬움이 많을 것 같은데 돌아본다면?
내 농구인생에서 최악의 시즌이었다. 그 정도로 많이 좋지 못했다. 핑계지만 부상이 있었다. 이전부터 징조가 있었는데 몸 관리를 잘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 많은 연봉을 받고서도 경기를 반밖에 뛰지 못했다. 경기에 나서긴 했지만 내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LG 팬들이 더 걱정하시는 것 같다.
2022-2023시즌 워낙 잘했기에 더 아쉬울 것 같다.
맞다. 사실 시작은 좋았다. 지난해 오프시즌 결혼식을 올렸고, 남자농구 대표팀 일정을 소화했다. 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는데도 개막 첫 경기에서 나름 잘했다. 슛 컨디션도 괜찮았다. 그래서 지난 시즌도 기대를 했는데 안일했다. 이전부터 허리가 아팠다. 별일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탈이 났다.
허리 부상은 갑작스러웠는데?
사실 대표팀에서 훈련할 때부터 허리가 좋지 못했다. 나는 휴가 때 가벼운 운동만 하고 웬만하면 쉬는 편이다. 팀 합류 후 몸을 천천히 만들어서 개막전에 100%를 맞췄다. 10월 초중순에 100%를 만드는 게 내 루틴이다. 하지만 지난해 아시안게임을 뛰느라 준비를 하나도 못했다. 갑작스럽게 경기를 뛸 수 있는 몸을 만들다보니 허리에 통증이 왔다. 단순히 근육통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계속 피로가 누적되면서 디스크가 왔다. 내 루틴대로 시즌 준비를 하지 못한 것이 무리가 온 것 같다.
밖에서 본 LG는 어땠는지?
굉장히 조직적이고 팀 플레이가 단단한 농구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끈끈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수비가 워낙 좋아서 상대로 만나면 힘들었다. 특히 마레이가 수비를 너무 잘 잡아준다. 대부분 외국선수들이 매치업 상대한테만 점수를 주지 않으려고 하지 팀 수비는 신경을 거의 안 쓴다. 마레이는 투맨게임 상황에서 헷지도 적극적으로 나가고 토킹도 활발하게 한다. 골밑에 마레이를 믿기 때문에 LG 국내선수들이 수비를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조상현 감독과는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통화만 짧게 했다. 코트 안에서 내가 해야 될 역할을 짚어주셨다. 또한 선후배 사이에서 가교 역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감독님과는 예전에 대표팀에서 함께한 적이 있다. 그때는 굉장히 엄격한 이미지였는데 LG 선수들 이야기 들어보니 대화를 많이 하고, 공감도 잘해주신다고 하더라. 선수들이 믿고 따르는 분이어서 나도 기대가 된다.
현재 몸 상태는?
사실 트레이드 소문이 돌면서 운동을 내려놨다. 집중이 전혀 안 되고, 마음도 잡히지 않더라. 빨리 행선지가 결정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래야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계속 가벼운 운동만 하다가 며칠 동안 강도를 올렸다. 허리 상태는 괜찮다. 지난 시즌 막판에도 경기를 뛰었다. 문제될 건 전혀 없다.
두경민과의 공존에 우려의 시선이 있는데?
내 주변에서도 많은 걱정을 하셨다. 정현이와 뛰었던 것처럼 (두)경민이가 잘하는 부분에 내가 맞추고, 내가 잘하는 부분에 경민이가 맞춰주면 된다. 서로 양보하고 희생한다면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성적이 나야 둘 다 명예 회복을 할 수 있다. ‘아직 살아있네’라는 말을 들으려면 무조건 성적을 내야 한다. 나와 경민이의 득점이 떨어져도 승리만 하면 된다. 경민이한테 장난으로 패스 3번만 주면 3점슛 3개를 넣겠다고 했다. 그럼 경민이의 어시스트는 평균 3개가 유지 되지 않나. 여기에 마레이, (최)진수 형, (허)일영이 형, (유)기상이한테 패스 한번씩만 줘도 어시스트 평균 9개는 할 수 있다. 감독님을 비롯해 LG 관계자 분들도 트레이드 고민을 정말 많이 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경민이가 더 잘해야 한다.
2025-2026시즌에는 절친 양홍석과 함께 뛰게 된다.
아직 (양)홍석이와 연락을 하진 못했다. 워낙 친하고 홍석이가 잘 맞춰준다. 생활적인 문제는 전혀 없을 거다. 같이 훈련하지 않아도 서로 장단점을 워낙 잘 알고 있다. 사실 당장 이번 시즌이 더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홍석이가 오기 전에 우승하고 싶다. 하하하.
평소 전성현을 롤모델로 꼽았던 유기상도 있는데?
내 역할이 정말 중요할 것 같다. 나를 바라보는 후배가 있기에 잘해야 된다. 잘하는 걸 보여주고 가르쳐줘야 후배들이 따르지 않겠나. 기상이가 나를 롤모델로 꼽아줘서 고맙고 뿌듯하다. 올 시즌 둘 다 잘해서 나의 좋은 점만 빼갔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나보다 더 크게 될 선수라고 생각한다.
등번호는 계속 23번을 유지하는 건지?
신인 때부터 계속 달던 번호라 애착이 크다. LG에서 원래 (정)인덕이가 23번을 달았다. 송도중-송도고-중앙대 후배라 트레이드 발표가 난 후에 먼저 연락이 왔더라. 대화를 나누다가 조심스럽게 미안한데 23번 양보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대신 원하는 선물을 사주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난 후 인덕이가 23번 하시라고 연락이 왔다. 아직 어떤 선물을 원하는지 듣지 못했다. 내가 먼저 선물을 줄 수도 있지만 필요한 걸 사주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다. 진수 형도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23번을 달았는데 내가 23번을 달기로 했다는 걸 듣고 다른 번호를 고른다고 하더라. 인덕이와 진수 형에게 모두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올 시즌 목표는?
현재 LG는 목표를 높게 안 잡을 수가 없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를 했고, 4강 플레이오프에 갔기 때문이다.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개편했는데 내가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라고 할 순 없지 않나. 지난 시즌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건 우승이다. LG 스포츠단 사장님을 만났는데 올 시즌에는 최소 챔피언결정전에 가야 된다고 하셨다. 다음 시즌에는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이셨다. 사장님이 평소 애플워치를 차고 다니시는데 이유가 심박수를 체크하기 위해서라고 하시더라. LG 경기를 보면 4쿼터에 심박수가 엄청 높게 올라간다고 하셨다. 오래 살고 싶으니 4쿼터에 20점 이상 점수를 벌려달라고 하셨다. 코트 안에서는 감독님, 밖에서는 단장님, 국장님께 말씀드리면 다 지원해준다고 하셨다. 스포츠에 워낙 진심이셔서 든든하다. 최선을 다해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세바라기 분들이 재도가 떠나서 슬프고 서운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로 재도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러나 이제 LG의 가족이 됐고, 2년 동안 함께 해야 한다. 그러니 좋게 봐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 허리 상태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몸 관리 잘해서 시즌 때 좋은 플레이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https://m.sports.naver.com/basketball/article/065/00002647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