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김현호의 목소리에는 후련함이 느껴졌다. 행복하게 농구를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한다.
김현호는 "너무 행복하게 농구했어서 후회는 남지 않는다. 13년 동안 원주에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운동하면서 비록 챔피언 반지는 끼지 못했지만 정규리그 우승도 4번이나 경험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은퇴 소감을 밝혔다.
오뚝이처럼 일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역시 가족이 있었다.
김현호는 "아무래도 힘든 걸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가족이었다. 와이프랑 아이들 보면서 이겨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게 컸다. 혼자 가족 생각하면서 '여기서 무너지지 말아야지'라는 말을 많이 되새겼다"고 말했다.
김현호는 "시즌 초반에는 해보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늘 해왔던 일이다. 근데 시즌을 치르면서 나이를 먹다 보니까 부상도 많았고 현대 농구 스피드와 템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걸 많이 느꼈다. 그래서 시즌 말미에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중반 넘어가면서 마음의 준비를 계속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클럽맨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당장 어딜 간다고 한들 남들보다 열심히 할 자신이 없었다. 내가 버텨왔던 원동력은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인데 몸 상태도 그렇고 이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서 은퇴를 결심했다. 열심히 하지 않을 바에는 그냥 내려놓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13년 넘게 지내고 있는 원주는 이제 제2의 고향 그 이상이다.
김현호는 "고향은 전주지만 20살 전까지만 거기서 살았기 때문에 전주에 가면 내비게이션을 켜고 다닌다.(웃음) 20대 초반부터 원주에 와서 쭉 살고 있는데 집도 여기에 있다. 와이프도 원주 사람이고 장모님과 장인어른도 다 여기 계셔서 이제는 원래 고향보다 더 편하고 고향 같다. 제2의 고향이라는 표현을 넘어섰다"며 웃었다.
선수로서는 은퇴지만 김현호와 DB의 인연은 계속된다. 구단 전력분석 및 스카우터로 보직을 옮긴다.
김현호는 "일단 지금 (박)제용이 형이 계신다. 뒷꽁무늬를 많이 따라다닐 생각이다. 많이 귀찮게 해야 한다.(웃음) 대학 경기도 많이 보고 농구 영상도 찾아보려고 한다. 밑바닥부터 다시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로, 코치로, 감독으로 한솥밥을 먹은 김주성 감독과 나눈 대화에 대해서는 "안 그래도 감독님과 통화했다. 선수 생활 동안 정말 고생했다고 앞으로 열심히 해서 빨리 적응해서 잘 부탁한다고 해주셨다. 잘 부탁한다고 하시는데 제가 더 잘 부탁드린다고 그런 식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답했다.
끝으로 김현호는 "그동안 부족한 저를 많이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끝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선수로서 끝이지만 다시 시작하는 거니까 앞으로 많이 지켜봐 주시고 팀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할 테니까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며 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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