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건아는 KBL에서는 계속 애매한 외국선수 신분이었다. 라건아를 국내선수로 대우할 경우 팀간 전력불균형이 생긴다는 이유였다.
라건아와 대한민국농구협회의 계약은 오는 31일 끝난다. KBL이 라건아를 계속 외국선수로 볼지 아니면 국내선수로 볼지 확실히 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라건아가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라건아는 지난 챔피언결정전에서 5경기 평균 20.2점, 11리바운드, 2.6어시스트, 1.4블록슛으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야투율이 59.4%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골밑에서 그를 막을 자가 없었다. KCC의 우승에 라건아의 몫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더 애매하다. 라건아를 국내선수 취급하면 그를 영입하는 팀은 외국선수를 한 명 더 영입할 수 있다. 라건아를 외국선수 취급하면서 1옵션으로 쓰기에는 많은 나이와 높은 연봉이 걸림돌이다. 그렇다고 라건아가 스스로 몸값을 낮춰 2옵션으로 뛰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
KCC 우승축하연에서 라건아를 만나 직접 거취문제를 물어봤다. 그는 “난 당연히 한국에 남고 싶다. 가족들도 한국을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KBL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하소연했다.
KCC 우승을 축하하는 자리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라건아는 100% 기뻐할 수 없었다. 라건아는 “만약에 KBL에서 뛸 수 없게 된다면 일본프로농구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일본에서 뛰고 있는 숀 롱에게 B리그에 대한 정보를 많이 들었다. 많은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샐러리캡 제약이 없다. 성적을 내고 싶은 구단이 통 큰 투자를 할 수 있다. 한국국적을 가진 라건아는 아시아쿼터선수로 뛸 수 있어 이점이 크다. 외국선수 숫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설령 외국선수라도 일본국적을 취득하는 순간 국내선수로 본다.
반면 한국은 선수를 볼 때 기량 외에 국적, 부모의 국적, 혈통, 피부색까지 다양한 외적변수를 전부 고려해야 하기에 영입에 제약이 너무 많다. 농구협회 역시 라건아가 타 리그로 간다면 귀화선수가 없어 전력약화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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