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오늘 처음 만났어
그날도 일요일이라 가족들 성당간다고 나왔는데
집 마당에 눈도 못 뜬 새끼 고양이가 떨어져있었어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날이라 걱정돼서
박스에 수건깔고 넣어줬거든
엄마가 물고 가려나 했는데 사람 냄새 묻어서인지 안 오더라
아홉 살이던 동생은 동물 키우는 게 소원이었는데
하느님이 선물로 주셨다고 엄청 좋아하면서 우리가 키우자고 했어
엄마아빠는 반대했고
나도 싫었어
동물은 사람보다 먼저 죽잖아
나는 그때도 헤어지는 게 끔찍하게 무서웠어
그래서 다른 사람 준다고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그때만 해도 고양이 키우는 사람이 없어서 다들 싫다고 하는 바람에 우리집에 있었거든
일주일쯤 있다가 키우겠다고 하는 사람 생겼는데 그땐 이미 가족들도 나도 너무 정이 들어서 못 보내겠더라
그렇게 어제까지 진짜 딱 만 17년
어렸을 때 요로결석으로 수술하고, 처방 사료 먹기는 했지만
별다르게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잘 지냈어
올해 들면서 밥도 잘 안 먹고 하더니
9월 말부터 복수가 차더라구
병원에 가도 나이가 많아서 별다르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대
마취하면 못 깨어날 확률이 높다구
주사 억지로 2대 맞히고 약 처방 받아서 온지 2주일 채 안됐는데..
새벽에 엄마랑 거실에서 자는데
불편한지 몇 번 자리 옮기더니 엄마 옆에서 갔어
마지막 날 밤에 아픈지 못 만지게 해서 안아주지도 못하고
병원 데려가려고 옮기다가 계속 토하고 해서
일단 재우고 아침에 병원 가야겠다 했거든
근데 그냥 밤에 병원 데리고 갔으면 오히려 편하게 갔을까 한 번 안아주기라도 했을까 싶고
갈때까지도 고생 안 시키고 혼자 간 게 미안하고 그래
화장시키기 전까지 이미 떠나서 굳어버린 아이 데리고 있는데
정말 바보같지만 화장하는 시간이 영원히 오지 않았으면
이대로라돞시간이 멈췄으면 했어
그냥 자고 있는 거 같아서 그 모습이라도 계속 보고싶었어
귀도 발도 만져보면 그냥 다 똑같은 우리 애기 같았어
집안 곳곳에 놓인 작은 물그릇도
현관문 열고 들어오면 가족들 모두 이름 먼저 부르는 것도
계란 깨는 소리에 달려올 걸 알고 노른자를 덜어 놓는 것도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는데
오늘이 처음 만난 날인데
정말 딱 만 17년 같이 지냈네
중학생이던 내가 서른을 넘겼어
쉽게 죽고싶어지는 내가 지금까지 버티고 살아온 건 다 이 아이 덕분이었는데
고양이의 조그만 세상에도 좋은 기억과 아픈 기억 다 있었을까
고양이별이 진짜 있다면 아팠던 기억은 흘려보내고 좋은 기억만 모을 수 있겠지
나는 환생도 천국도 믿지 않아서 이 아이와 다시 만날 수 없겠지만
아픈 기억 없이 편안하기를
그날도 일요일이라 가족들 성당간다고 나왔는데
집 마당에 눈도 못 뜬 새끼 고양이가 떨어져있었어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날이라 걱정돼서
박스에 수건깔고 넣어줬거든
엄마가 물고 가려나 했는데 사람 냄새 묻어서인지 안 오더라
아홉 살이던 동생은 동물 키우는 게 소원이었는데
하느님이 선물로 주셨다고 엄청 좋아하면서 우리가 키우자고 했어
엄마아빠는 반대했고
나도 싫었어
동물은 사람보다 먼저 죽잖아
나는 그때도 헤어지는 게 끔찍하게 무서웠어
그래서 다른 사람 준다고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그때만 해도 고양이 키우는 사람이 없어서 다들 싫다고 하는 바람에 우리집에 있었거든
일주일쯤 있다가 키우겠다고 하는 사람 생겼는데 그땐 이미 가족들도 나도 너무 정이 들어서 못 보내겠더라
그렇게 어제까지 진짜 딱 만 17년
어렸을 때 요로결석으로 수술하고, 처방 사료 먹기는 했지만
별다르게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잘 지냈어
올해 들면서 밥도 잘 안 먹고 하더니
9월 말부터 복수가 차더라구
병원에 가도 나이가 많아서 별다르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대
마취하면 못 깨어날 확률이 높다구
주사 억지로 2대 맞히고 약 처방 받아서 온지 2주일 채 안됐는데..
새벽에 엄마랑 거실에서 자는데
불편한지 몇 번 자리 옮기더니 엄마 옆에서 갔어
마지막 날 밤에 아픈지 못 만지게 해서 안아주지도 못하고
병원 데려가려고 옮기다가 계속 토하고 해서
일단 재우고 아침에 병원 가야겠다 했거든
근데 그냥 밤에 병원 데리고 갔으면 오히려 편하게 갔을까 한 번 안아주기라도 했을까 싶고
갈때까지도 고생 안 시키고 혼자 간 게 미안하고 그래
화장시키기 전까지 이미 떠나서 굳어버린 아이 데리고 있는데
정말 바보같지만 화장하는 시간이 영원히 오지 않았으면
이대로라돞시간이 멈췄으면 했어
그냥 자고 있는 거 같아서 그 모습이라도 계속 보고싶었어
귀도 발도 만져보면 그냥 다 똑같은 우리 애기 같았어
집안 곳곳에 놓인 작은 물그릇도
현관문 열고 들어오면 가족들 모두 이름 먼저 부르는 것도
계란 깨는 소리에 달려올 걸 알고 노른자를 덜어 놓는 것도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는데
오늘이 처음 만난 날인데
정말 딱 만 17년 같이 지냈네
중학생이던 내가 서른을 넘겼어
쉽게 죽고싶어지는 내가 지금까지 버티고 살아온 건 다 이 아이 덕분이었는데
고양이의 조그만 세상에도 좋은 기억과 아픈 기억 다 있었을까
고양이별이 진짜 있다면 아팠던 기억은 흘려보내고 좋은 기억만 모을 수 있겠지
나는 환생도 천국도 믿지 않아서 이 아이와 다시 만날 수 없겠지만
아픈 기억 없이 편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