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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예상치 못하게 3살 길냥이를 구조해서 집에 데리고 왔는데 우리 6살 첫째에게 매우 미안해져서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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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9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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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6살짜리 암컷 냥이가 있는데
내 첫 고양이이고 지금껏 혼자 이쁨 받으면서 잘 살아왔어
고양이가 이렇게 사랑스럽고 똑똑한 존재라는 걸 우리 첫째 덕분에 알게 됐고
자연스레 둘째 생각도 해봤지만 도저히 첫째에게 줄 사랑을 나눈다는게 
상상도 안되고 용납이 안되더라구
그래서 고양이 한마리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반진담 반농담하면서도 
아쉽지만 우리 첫째의 행복이 우선이니까 외동으로 사랑 많이 주면서 
키우자라고 생각하고 둘째는 포기했지

그런데 그저께 우연히 사람 손을 탄 장모종 길냥이를 길에서 발견했는데
아무리 봐도 곧 죽을 거 같아서 지나가다가 손을 내밀어 봤는데
'아가~' 하니까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다가오는거야
그래서 우선 살리고 보자 하는 마음으로 안아서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갔어
그런데 진찰해보니 털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옆구리의 큰 상처와
뱃속의 금속 이물질 그리고 뼈와 가죽만 남은 여린 몸 
정말 죽어가는게 맞았더라고
너무 딱해서 일단 살리자 하고 수술 시켜서 오늘 집에 데리고 왔어
다행히 수술은 잘됐고 식욕도 돌아서 건강 회복 금방 할 것 같아

그런데 우리 첫째가 자기 영역에 낯선 고양이 냄새가 나니까
나한테도 하악질하고 깨물고 할퀴고 스트레스 많이 받아하더라구..
당연하지 얼마나 화가 나겠어
그리고 우리 첫째가 막 개냥이는 아니어도 내가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나한테 애정을 듬뿍 주는 고양이인데 공격 당해보니 나도 마음에 상처가 되고
첫째한테도 혹 트라우마를 남겨주진 않았을까
너무 미안하고 슬퍼

내 양심의 가책을 덜자고 다른 고양이를 집에 들이는게
우리 첫째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이기적인 행동은 아니었을지 
그리고 결국 두마리를 키우게 되면 애정을 예전만큼 온전히 
하나로 크게 못 주게 되니까 현실이 확 직시되면서
그냥 그 사실이 슬프고 미안해지더라
우리 사랑하는 첫째 아니 갑자기 첫째가 된 나의 유일한 고양이

둘째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운도 차려가고 눈빛도 또랑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3살 성묘에 중성화 안된 수컷이라
(워낙 지금 말라서 체력 조금 만든 다음에 바로 중성화 예정이야)
우리 첫째랑 잘 지낼 수 있을지
이 아이도 순한 편인거 같은데 벌써부터 솔직히 걱정이 많이 돼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첫째와 둘째의 합사가 그래도 최대한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는 선택지가 없지
그래서 부랴부랴 많이 찾아보면서 공부 중인데
합사가 잘 이뤄진다고 해도 첫째가 외동으로 오래 살아왔으면
우울해지거나 예전보다는 소심해진다는 이야기도 있고
잘못하면 평생 냥이들 끼리 데면데면하게 지내고 
집사랑도 완전히 예전같지 않다고 해서 벌써 걱정이야

내가 한 선택에 이렇게 후회할거면서 애초에 왜 구조했냐고 한다면 
그 순간 둘째를 정말 못 지나치겠더라구
아이러니하게도 집에 있는 첫째가 눈에 밟혀서..
나 진짜 못났다 미안 덬들아
혹시 내가 한심해 보이거나 답답해 보이더라도 조금만 이해해줘
나 그런데 이왕 인연이 된 거 첫째도 둘째도 최선을 다해서 키울거야
단지 지금 조금 혼란스러워서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었어
그리고 혹시 나같은 상황에 처했던 덬들이 있었다면 어떻게 지나왔는지
그리고 성묘 합사에 성공한 덬들이 있다면 어떻게 했는지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혹은 해주고 싶은 말이 혹시 있을까 부탁하고 싶어
  
나중에 이 글을 다시 읽었을 때에는 둘째에게 미안해질 정도로
첫째랑 둘째 잘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덬들아

그리고 덬들도 반려하는 동식물들과 오래오래 건강하게 행복하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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