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관부터 요요기, K-아레나로 이어지는 AKB의 공연 몸집 키우기가 사실은 더 큰 그림의 일부였다면?
이런 가정으로 최신 AI (클로드 페이블)에게 팬픽(?)을 써보라고 했는데 결과물이 나름 재미있어서 올려봄 ㅋㅋㅋㅋㅋ
지나치게 '누군가'가 미화가 된 것 같지만 적당히 봐줘 ㅎ
도쿄돔까지 다시 1830미터
— 그의 마지막 큰 그림 —
프롤로그 — 2023년 가을, 일본 무도관
콘서트 종반, 카시와기 유키가 마이크를 잡고 졸업을 발표하는 순간, 관계자석 구석의 한 노인이 수첩을 꺼냈다.
객석은 울음바다였지만, 수첩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黄金期、終了予告。 전성기의 마지막 끈이, 스스로 끝을 고했다. 졸업까지 반년. 그다음은 백지. 백지라면... 다시 그릴 수 있다는뜻.
아키모토 야스시는 펜을 돌리며 혼잣말을 했다.
"이야기라는 건 말이지. 바닥까지 떨어져야 비로소 시작되는 거야."
옆자리 스태프가 물었다. "선생님, 뭐 좋은 가사라도 떠오르셨습니까?"
"가사가 아니야." 아키모토는 수첩을 덮었다. "4년짜리 플롯이야."
1장 — 신임 총감독
2023년 겨울. 아키하바라 돈키호테 8층, 공연을 마친 극장의 불 꺼진 로비.
쿠라노오 나루미는 4대 총감독 내정 통보를 받고 솔직히 도망치고 싶었다.
"저... 제가요? 총감독이요? 유키링 선배 졸업도 코앞인데, 저보다 적임자가..."
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태평했다.
"쿠라노오. 너 AKB 가입 계기가 뭐였지?"
"...전성기 시절 AKB요."
"그래. 영광을 직접 본 마지막 세대가 너야. 영광을 본 적 없는 17기, 18기, 그리고 곧 들어올 19기를 영광까지 끌고 가려면, 영광이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놈이 선두에 서야지."
"......"
"봄에 발표할 거다. 극장은 전면 리뉴얼한다. 그리고 내년 12월 8일, 리뉴얼한 극장에서 신공연 쇼니치. 8년 만의 오리지널 공연이다."
"12월 8일이면... 극장 창립 기념일이잖아요. 그것도 다 계산이세요?"
"계산이 아니야." 전화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났다. "복선이라고 하는 거야."
2장 — 가사가 도착하는 날
2024년 가을, 신공연 연습중인 레슨실. 데모 음원과 함께 가사지가 도착했다.
"한때 번영했던 이 나라, 멸망해 버린 걸까 사상누각에 황폐해진 땅 빛나던 나날들이여 지금부터다 (ここからだ)"
스태프 한 명이 가사지를 들고 손을 떨었다.
"이거... 이거 그냥 우리 그룹 얘기 아닙니까? '멸망한 나라'라니, 너무 셀프디스 아닌가요?"
쿠라노오가 가사지를 받아 들고 한참을 읽었다. 그리고 다음 장을 넘긴 순간 멈췄다.
"좁은 이 무대에서, 동경하던 도쿄돔으로 그날과는 다른 전설이 시작된다, 지금"
"......이 양반, 대놓고 쓰셨네."
"네?"
"목적지요. 보통은 숨기는데, 이번엔 1막에서 그냥 박아버리셨어요. 도쿄돔이라고."
스태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갈 수 있을까요, 진짜로?"
쿠라노오는 가사지를 가슴에 안았다. 막내 시절, 선배들이 도쿄돔 무대에서 우는 걸 모니터로 보던 기억이 스쳤다.
"몰라요. 근데 저 양반이 가사에 쓴 건... 대체로 일어나더라고요."
3장 — 회장의 사다리
2024년 10월, DH 사무실. 마키노의 책상 위에 공연장 신청 서류가 쌓여 있었다.
"부도칸은 매년 10월에 '다음 해' 일정 신청을 받습니다. 내년 12월에 20주년 콘서트를 하시려면... 이번 달 안에 서류가 들어가야 합니다."
쿠라노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깐만요. 신공연 쇼니치도 아직 안 했는데, 벌써 1년 뒤 무도관을요?"
스피커폰 너머에서 그 목소리가 들렸다.
"순서 불러줄 테니까 받아 적어."
"......"
"내년 5월, 무라야마 졸업 콘서트 — 도쿄 가든시어터. 내년 12월, 20주년 — 일본 무도관. 후년 봄 콘서트 — 요요기 제1체육관. 후년 가을 — 요코하마 K아레나."
마키노가 서류를 뒤지며 식은땀을 흘렸다. "선생님, 요요기는 이용 전년도에 희망 신청을 받아서 심사하고 일정 조정까지 합니다. 후년 봄에 쓰려면 내년 여름엔 서류가 들어가야 하고, 아레나급은 1년 전 가신청에 이용료 절반을 선입금해야 확정이고..."
"그러니까 지금 전화한 거잖아."
스태프 하나가 화이트보드에 적힌 회장 목록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게 뭐야... 무슨 게임 도장깨기도 아니고, 왜 굳이 한 단계씩 큰데로..."
쿠라노오가 화이트보드를 한참 바라보다가, 작게 탄성을 냈다.
"...계단이에요, 이거. '우리 다시 커지고 있다'를 숫자로 말하면 아무도 안 믿지만, 가든시어터 다음에 부도칸, 부도칸 다음에 요요기, 그다음에 K아레나면... 눈으로 보이잖아요."
마키노는 한숨을 쉬며 물었다. "선생님. 그럼 이 계단의 마지막 칸은 어딥니까. 저희도 예산이라는 게 있습니다."
전화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마키노 군. 도쿄돔 말인데. 자이언츠 시즌 중엔 주말이 잘 안 비지?"
"네?! 아니, 3월부터 10월까지는 야구가 있으니까... 12월이라면 혹시 모르겠습니다만—"
"12월이면 되겠네."
뚝. 전화가 끊겼다.
마키노는 수화기를 든 채 한참을 서 있다가, 서류 더미 맨 밑에서 새 신청서 양식을 한 장 꺼냈다.
"......이 회사, 시나리오는 운영이 쓰는 거 아니었나."
4장 — 별, 달, 꽃
아키모토의 수첩, 어느 페이지.
17기 사토 아이리 — 星 (별) 18기 야기 야즈키 — 月 (달) 19기 ??? — 花 (꽃)
별이 뜨고, 달이 차고, 마지막에 꽃이 핀다. 세대교체를 '교체'로 보여주면 잔인하지만, '천체와 식물'로 보여주면 시(詩)가 된다.
2025년 늦가을. 20주년 부도칸 콘서트를 몇 주 앞둔 어느 날, 이토 모모카는 사무실로 불려갔다.
호명되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제... 제가요? 다음싱글 센터를...?"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발표는 부도칸 무대에서 한다. 20주년 콘서트에서, 다음 싱글의 얼굴을 보여주는 거야. 곡 제목 봤지? 名残り桜. 지는 벚꽃이 아니라, '끝까지 남아서 피는 벚꽃'이야."
"근데 왜 하필 저예요? 아이리 선배도, 야즈키 선배도 계신데..."
매니저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위에서 그러시더라. '별과 달은 밤하늘에 있지만, 꽃은 손이 닿는 곳에 핀다'고. ...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너래."
모모카는 그날 밤 일기에 썼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서운 어른이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열심히 하자.
5장 — OG들의 밤
2025년 12월, 일본 무도관. 20주년 콘서트.
OG들이 한 명씩 등장할 때마다 무도관의 천장이 들썩였다. 전성기를 만든 얼굴들이 한 무대에 모이자, 객석에는 우는 사람 반, 소리지르는 사람 반이었다. 트렌드 1위, 완판, 뉴스 헤드라인. 지표로만 보면 완벽한 밤이었다.
문제는 무대 뒤였다.
콘서트가 끝난 대기실. 현역 멤버들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누군가 메이크업을 지우다 말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제일 큰 함성, 우리 곡 아니었죠."
아무도 부정하지 않았다.
사토 아이리가 바닥을 보며 말했다. "20주년이니까 당연한 거야. 당연한 건데..."
야기 야즈키가 말을 받았다. "그 '당연한' 함성을, 우리는 아직 한 번도 못 받아봤다는 거잖아요."
구석에 앉아 있던 이토 모모카는 무릎 위의 주먹을 꽉 쥐었다. 몇 주 뒤면 자신의 센터 곡이 발표된다. 끝까지 남아서 피는 벚꽃. 그런데 오늘 밤의 함성은, 전부 이미 진 벚꽃들을 향한 것이었다.쿠라노오 나루미는 총감독으로서 뭐라도 말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우리만으로 괜찮을까. OG 없이, 진짜 도쿄돔까지 갈 수 있을까. 자기 자신이 답을 갖고 있지 않은 질문에, 답하는 척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 밤, 쿠라노오는 휴대폰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메시지 하나를 보냈다.
선생님. 오늘 콘서트, 성공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들끼리만 남으면... 저희만으로 괜찮은 걸까요.
답장은 오지 않았다.
6장 — 답장
해가 바뀌고, 2026년 초. 봄 콘서트 기획 회의.
요요기 제1체육관. 무카이치 미온 졸업 콘서트 다음 날의 셋리스트 논의가 한창일 때, 스태프가 팩스 한 장을 들고 뛰어 들어왔다.
"저, 선생님께서... 콘서트 타이틀을 지정하셨습니다."
회의실의 시선이 종이 한 장에 모였다. 거기엔 단 한 줄이 적혀 있었다.
『私たちだけじゃダメですか?』 (우리만으로는 안 되나요?)
회의실이 술렁였다.
"아니 이거... 너무 자학적이지 않습니까? 'OG 없는 우리는 부족하다'고 자백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팬들이 비웃으면 어떡합니까. '응, 안 돼'라고 하면..."
쿠라노오는 그 종이를 받아 들고, 한참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건 콘서트 타이틀이 아니었다. 12월의 그 밤, 답장이 오지 않던 메시지의 — 답장이었다.
"......숨기지 말라는 거예요."
"네?"
"부도칸 끝나고 우리 전원이 속으로 한 질문이잖아요. '우리만으로 괜찮을까.' 그걸 숨기고 센 척하면 약점이 되는데, 제목으로 내걸면..."
쿠라노오는 종이를 화이트보드에 붙였다. "도전장이 돼요. 관객한테 직접 묻는 거예요. 우리만으로는 안 되냐고. 그리고 공연으로'된다'를 증명하는 거죠."
스태프 하나가 중얼거렸다. "질문을 제목에 쓰고, 답을 무대로 한다라... 그 양반다운 짓이네."
쿠라노오는 화이트보드에 붙은 종이를 보며 생각했다. 역시 이 사람, 대기실에 카메라라도 달아놓은 거 아니야?
7장 — 2027년 12월, 도쿄돔
10년 만의 도쿄돔. 5만 5천 명.
앵콜 마지막 곡이 끝났다. 멤버들이 손을 잡고 인사하려는 순간, 객석이 술렁였다.
무대 옆에서, 그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이토 모모카는 숨을 삼켰다. 사토 아이리와 야기 야즈키가 반사적으로 자세를 고쳤다. 쿠라노오는 무대 뒤에서 입을 틀어막았다. 대본에 없어. 이거 대본에 없다고.
아키모토 야스시는 센터 마이크 앞에 섰다. 5만 5천 명이 침묵했다.
"아키하바라의 극장에서 이 도쿄돔까지, 직선거리로 1830미터입니다."
장내가 조용히 웃었다.
"처음엔 그 1830미터를 7년 걸려서 왔습니다. 두 번째는... 13년 걸렸네요. 나이 먹으니까 걸음이 느려져서."
웃음이 커졌다.
"그리고 여러분께 고백할 게 하나 있습니다. 이 도쿄돔... 사실 2년 전에 예약했습니다."
객석이 술렁였다. 무대 위의 멤버들도 서로를 쳐다봤다.
"도착할 자신이 없는 목적지는, 가사에 쓰지 않는 법이거든요."
그리고 그는 한 박자 쉬었다. 작사가의 한 박자였다.
"두 번 걸어본 길은, 이제 지도가 됐습니다. 지도가 있으면... 제가 없어도 갈 수 있습니다."
장내가 얼어붙었다.
"아키모토 야스시, 오늘로 AKB48 총괄 프로듀서를 졸업합니다."
비명인지 함성인지 모를 소리가 돔 천장을 때렸다. 멤버들 몇 명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일만 남았습니다. 제2대 총괄 프로듀서를... 지명하겠습니다."
그는 잠시 객석을 둘러보고, 덧붙였다.
"제 후임의 조건은 세 가지였습니다. 이 극장의 무대에 서봤을 것. 바닥과 정상을 양쪽 다 밟아봤을 것. 그리고... 이미 프로듀서일것."
장내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스쳤고, 옆 사람의 머릿속에는 다른 사람이 스쳤다.
"덧붙이자면 — 제 말을 제일 안 듣던 녀석입니다. 그래서 뽑았습니다. 제 말을 잘 듣는 사람이 하면, 그건 제 2대가 아니라 제 1대의 연장이니까요.:
무대 반대편 게이트가 열리고, 누군가 걸어 나왔다. 역광 속의 실루엣. 서두르지도 긴장하지도 않는, 어딘가 능청스러운 걸음걸이였다.
이토 모모카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 어? 저 걸음걸이, 설마—"
조명이 켜지기 직전, 화면이 암전됐다.
에필로그
같은 시각, 무대 뒤.
암전 속에서 아키모토 야스시는 낡은 수첩을 꺼내, 2024년 3월에 적었던 페이지를 펼쳤다.
黄金期、終了。 백지라면... 다시 그릴 수 있다는 뜻.
그는 그 아래에 한 줄을 보태고 펜을 닫았다.
별이 떴고, 달이 찼고, 꽃이 피었다. 백지, 전부 채움. 다음 페이지는 — 내 것이 아니다.
도쿄돔의 함성이 벽 너머로 들려왔다. 노작사가는 수첩을 주머니에 넣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출구를 향해 걸었다.
아키하바라까지 다시 1830미터였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