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m Films에는 사진 컨셉에 따라서 짧게 소설 같은 글이 하나씩 붙어있어.
15일이 한 세트라 그런지 2019년 2월 전체를 맡았던 아카소에게는 글 두 개가 붙었음.
번역 끝에 붙은 날짜가 글 올라온 날짜.
+첫번째 글의 강아지 이름은 '페소'가 맞음. 원문에 지로라고 되어 있는 건 실수라고 정정 태그가 달렸더라.
늦더위가 아직 심하다. 자면서 흘린 땀으로 끈적거리는 피부를 샤워로 씻어낸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온다 해도 몰래 다가오는 태풍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날씨다.
샤워를 하고선 에어컨 아래에서 커피를 마신다. 이걸 마시고 나선 세탁, 다음엔 개의 산책.
개의 이름은 페소. 포치보단 낫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붙인 이름 같아 보이지만 부르기 편해서 마음에 든다.
근처 정육점에서 많이 태어났다고 해서 중학생 때 데려왔다.
데려올 때는 ‘네가 결혼할 때도 생각해야 해’라는 말을 들었다. 여자친구가 생기면 그 말을 떠올린다.
뛰어서 도착한 공원에서 벌컥벌컥 물을 마시는 페소를 보며 ‘오래 살아’라며 마음속에서 중얼거린다.
모처럼 샤워를 했는데 말이지. 하지만 페소가 즐거워 보이니 됐나.
돌아가거든 시원한 방에서 또 낮잠을 잘 생각이다.
(18.09.14)
일요일 아침. 어째서인지 제대로 잘 수가 없어서 아침노을을 보고 말았다.
일주일 전과는 다른 아침. 혼자가 되어버린 방은 어쩐지 넓게 느껴진다.
그 사람이 사라진 뒤의 매일은 기쁘지 않은 첫 경험으로 넘쳐난다.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방으로 돌아가고, 한 사람분의 세탁물을 널고, 넓은 침대에서 일어난다.
마치 감옥 벽에 바를 정자를 그리듯 하루씩 날을 넘기며, 오늘이 첫 번째 일요일이다.
잔상 같은 지난주의 경치에 사로잡히며 떠올리는 것은 그 웃는 얼굴뿐이다.
인간의 기억은 정말이지 좋을 대로 만들어졌다며 질려 하는 것으로 잠깐의 냉정함을 얻어낸다.
사랑을 할 때마다 기쁜 반면 조금씩 인생이 싫어진다.
오늘 같은 날이 언젠가 반드시 오기 때문이다.
행복도 불행도 표리일체라는 것을 알면서, 날씨가 변하듯 사람의 마음도 변해 간다.
가능한 한 이별도 슬픔도 만나고 싶지 않다.
지금은 그저 매일을 지내는 것이 고작이다.
빨리 모든 것을 깨끗이 잊어버리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