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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꽤 지나버렸지만 반다나 얘기했던 덬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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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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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던뱃은 울지 않는다" Vol.3
엠스테 사건



"토츠카상은 머리에 반다나를 두르고 둥근 안경을 쓴 모습으로 '뮤직스테이션(이하 엠스테)'에 등장, 다른 출연자는 물론 멤버들 중에서도 상당히 튀는 모습이었는데요, 
그건 장난을 치신 건가요? 시청자로부터도 "새로운 팬을 모을 생각이 없다" 등 냉랭한 의견이 들려왔는데, 실제로는 어땠나요?"

얼마 전,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엠스테에서의 내 복장이나 행동이 큰 빈축을 산 것은 나 자신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 한 적은 없던 것이다. 기자분은 팬분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대표해서 질문해주신 거겠지. 돌연히 마주한 질문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지만, 경위를 설명하고 제대로 사죄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무일 터. 이번 기회에 이 곳에 모든 것을 적고 매듭을 지으려 한다.


2013년 8월 30일, 물의를 빚은 그 엠스테 당일, 리허설 순서가 첫 번째였던 우리들은 오전 10시에 테레비 아사히에 들어섰다. 
카메라를 한 대만 사용하여 스튜디오 내부부터 방송국 곳곳을 뛰어다니며 아크로바틱과 의상 빨리 갈아입기도 하면서 춤추고 노래하는 우리들의 퍼포먼스는 "원카메쇼"라 불리고, 화면에 비춰지지 않는 뒤편에서는 카메라 감독님, 조명 감독님, 음향 감독님, 의상 담당자분 등 많은 분들이 맹질주를 하고있다(귀여운 예시지만 장애물 달리기 같기도 하다). 스탭분들과의 연계 플레이가 생명인 이 쇼는, 세세하게 위치를 확인하는 "위치 지정"으로 시작하여 퍼포먼스하고 수정하기를 반복한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 오전 11시에 리허설은 일단 종료. 대기실에 돌아가니 매니저님이 "런스루 리허설은 17시니까, 16시 30분까지는 스탠바이 해줘"라고 하셨다. 런스루 리허설이란 스탭, 출연진이 모두 나와 실제 방송과 똑같은 순서로 진행하는 총리허설이다.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생방송에서 런스루는 가장 중요하다.
긴 시간이 비는 것을 알게된 나는 요동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주니어 시절 선배의 백댄서로 몇 번이나 신세를 진 엠스테지만, A.B.C-Z로서는 이번이 두 번째. 그것도 이전 출연은 1년 반 전이다. 집에 도착해서도 흥분은 진정되질 않았고, 몇 시간 뒤로 다가온 본방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있었다. 많은 분들이 볼 수있는 생방송, A.B.C-Z는 물론 나 개인에 대해서도 알릴 수 있는 찬스니까, 자기 표현의 의미로 좋아하는 패션 아이템을 하고 나가자고 생각했다. 생방송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평소에도 달변은 아닌 나는 과거 TV출연에서도 토크로 결과를 낸 적이 거의 없었기에, 이번에는 시각적으로 전해지는 패션으로 자기 어필을 하자고 생각한 것이다.
책, 악세서리 등의 소품이 어지러이 늘어져있는 방 안을 왔다갔다 하다보니 소파 위에 대충 방치되어있던 반다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어젯밤 우연히 들어간 빈티지 가게에서 산 할리데이비슨의 재고품(dead stock). 살려내주겠어(dead에 대한 말장난). 바로 전신거울 앞에 서서 반다나를 착용. 로큰롤의 향기가 풍기는 모습에 만족한 나는, 방대한 안경 컬렉션 중에서도 특히 아끼는 영국제 둥근 안경을 셀렉하여 써보았다. 거울에는 비틀즈의 존 레논과 롤링 스톤즈의 기타리스트 키스 리차드를 섞은 것 같은 스타일이 비춰지고 있었다. 좋아, 본방은 이걸로 가자! 그렇게 결심하고 집을 나섰다.


오랜만의 엠스테에 불타오른 나는 런스루, 본방 모두 최고의 퍼포먼스를 해냈다고 자부하고 있었으나, 돌아간 대기실에는 무거운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생각 탓인지 멤버들도 시무룩한 표정인 것처럼 보였다. 무대 중에 미스는 하나도 없었는데. 평소와 다른 점은 우리 다섯명이 맞춰 입은 자켓 스타일의 의상에 반다나와 둥근테 안경을 플러스 한 것 뿐. 그렇게 생각하던 중, 스탭분께서 나를 불렀다.
"톳츠, 큰일 났어. 반다나랑 안경, 반응 진짜 안 좋아."
"그래요...? 죄송해요"
왜?라고 생각한 것과 동시에, 역시나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어서 사죄했다. 
귀갓길, 매니저님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내일 빈 시간에 얘기 좀 하자" 오늘의 엠스테에 관한 것이라 직감한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녹화해둔 본방의 영상을 체크했다.
영상을 확인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나 너무 들떴잖아!" 다른 멤버들을 보고싶어도 너무나 이질적인 나의 존재가 시선을 빼앗어버려. 나쁜 의미로 눈에 띈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솔직히, 스스로도 기가 막혔다. 언제나의 A.B.C-Z를 기대하며 봐주셨을 팬분들이 놀라는 것도 당연. 그룹에 소속된 이상 최우선은 그룹 전체가 멋지게 보이는 것인데. 그걸 알면서도, 두 번째의 엠스테 출연에 들떠서 A.B.C-Z를 알릴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흘려보내버렸다.


"어제의 엠스테, 그 모습을 보고도 막지 못한 나도 나빴지만, 그건 진짜 안 될 일이었어. 
오랜만의 엠스테라 흥분한 건 알지만 그렇게까지 흥분한 토츠카의 모습은 도저히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프로 아티스트의 행동이라고 보여지지 않았어."
매니저님의 지적은 정말로 지당하신 말씀이었다.
"토츠카가 좋아하는 스타를 따라하고 무대에 오르는 건 의미가 없어, 그건 아무도 바라지 않아. 모두는 토츠카 그 자체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이 말에는 가슴을 관통당한 것 같았다. 나는 나 자신의 힘으로 승부하지 못하고 존경하는 락스타와 함께 무대에 선 것이다. 스스로에게 최고의 스타일이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건 내 사정일뿐, 보는 이에게는 상관 없는 일인 것이다. 그 전에도 사복으로 무대에 섰던 경험은 많이 있지만, 멤버들과의 밸런스를 고려해서 솔로 무대 한정으로 했었다. 그룹에게 있어 중요한 TV출연에조차 개인의 색을 내보이고만 나를, 멤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은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데, 왜 나는 지금까지 구분해왔던 선을 넘고야 말았을까.
그룹에서의 역할에 대한 고민,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분노, 스물여섯이라는 나이에 대한 초조함도 있었다. 그런 것들이 뒤섞인 덩어리가 흥분감과 함께 나의 등을 밀어준 결과, 그런 어긋난 자기표출이 되어버린 것이다. "A.B.C-Z를 알리고싶어"라는 마음이 대전제였다지만, 그룹으로서도 개인으로서도 인정받고싶다는 욕구가 다섯명 사이에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액션으로 변모하면 안 되는 거였다. 팬분들을 아쉽게 한 것, 스탭분들을 걱정시킨 것은 진심으로 사죄하고싶다.
그리고, 그 사죄의 기분을 가장 먼저 전해야만 하는 것은 A.B.C-Z의 멤버. 그렇게 생각한 나는 그날밤 카와이에게 사과의 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바로, 다음과 같은 답장이 도착했다.
"솔직히 놀랐어! 두번째의 엠스테니까 기합이 들어가는 건 이해해. 나도 뭔가 보여줘야해,싶어서 MC부분에서 헛발질해버려 반성하고 있어.
혼자가 아니라 다섯이서 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자구! 다들 방식은 다르지만, 그럼에도 그룹인건 잊지 말자. 우리들답게 해나가면 돼! 지금까지도 그래왔잖아! 나는 A.B.C-Z가 성공할 거라고 믿고 있어! 지금 내가 이렇게 주장한대도 아무도 몰라주겠지만, 앞으로 결과를 내서 놀래켜주자구!
혼자가 아니니까, 뭔가 고민이 있으면 말해줘! 나, 대단한 해결책을 내진 못할지 몰라도 제대로 들을테니까. 앞으로도 달려나가자."
"그룹 우선"이라는 멤버들간의 암묵적 룰을 깨버린 나에게, 카와이는 한없이 상냥했다. 스스로도 초조한 마음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나를 비난하는 대신 격려해주었다. 이런 따뜻한 반응은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로, 나의 폭주로 비난 받은 것은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나에대한 태도도 바뀌지 않아. 되려 은근히 마음을 써줬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내가 누구에게도 상담하지 않고 행동해버려 큰 빈축을 샀던 일은 그 전에도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2년 반 정도 전, 쟈니스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하고 머리를 빡빡 밀었던 일이다.
안무나 아크로바트, 콘서트의 구성 등을 스스로 짜고 있는 우리들은 각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거다 싶은 특기분야가 없는 나는 항상 지시받는 쪽으로, 무대 위에서 뛰어난 노래나 춤을 보여주는 것도, MC역할을 해내는 것도 아니야. 결국 무대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A.B.C-Z에게 기여하지 못하는 상황 속, 어느날 "내가 없는 편이 도움되는 건 아닐까"라는 마음이 끓는점에 도달했다. 그만두자는 충동이 들었다. 연습실이에서 짐을 챙겨 나와 머리를 밀어버렸을 때, 매니저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무소와의 대화 중 예상치 못했던 것은, 내가 그만두고 4인조가 됨으로써 A.B.C-Z의 존속이 불투명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10년 이상 고락을 함께 해온 멤버. 내가 빠지는 것으로 그들의 꿈이 깨어질 가능성이 있다니... 그런 일은 있어선 안 돼. 그것도 그럴 것이, 나는 멤버 네 명을 정말로 좋아하는걸. 그들의 노력을 가장 가까이에서 봐오며 이 네 명이 보답받지 못하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그들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신이 불공평하다고 소리 높혀 말할 수 있어.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그 꽃에게 내가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전 읽었던 오타 히카루상의 "환상 속의 새"에 나오는 구절이다. 내게 네 멤버가 빛나게 보였다는 것은 그들에게 내가 필요하기 때문일 지도 몰라. 그렇게 납득되어 결국 머무르게 된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마이너스 사고에 빠지기 쉬운 나에게, 그 때마다 "네가 있을 곳은 여기다" 끌어내주는 동료. 오랜 시간 함께해 말을 나누지 않고도 알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그들이 핀치에 몰렸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한다면 나 또한 이 말을 전하고 싶다.
"혼자가 아니니까, 뭔가 고민이 있으면 말해줘!"
고마워, A.B.C-Z.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당시를 되돌아보며
"반다나와 둥근 안경". 뭔가 하지 않으면 안돼!라고,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완전 헛발질이었네요. 
현재는 이렇게 돌이켜볼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 후의 토츠카를 지켜봐주신 여러분, 어떠신가요? 
그러고 보니 "환상 속의 새"는 그림책 버전도 겟 했답니다~.

추천의 변
"환상 속의 새"를 읽은 후 "이이토모"에서 오타상과 함께 출연할 기회가 있었다. 
용기를 내서 책, 재밌었습니다, 말을 걸었더니 "두 번째 작품도 재밌으니까 읽어줘"라고 하셔서 "문명의 아이"도 바로 읽었다. 
이번에 소개한 "환상 속의 새"는 단편집으로, 구절을 인용한 표제작도 멋진 이야기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쥐". 
내가 왜 이 작품에 끌렸는가,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금방 알 거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죠던뱃 읽다가 생각나서 번역해왔어!
톳츠 특유의 직구형 문장이나 행바꿈 같은 것도 최대한 원문에 가깝게 하려고는 했는데 여전히 어색한 ㅜㅜㅜ
그래도 당시 분위기나 후미토츠의 따수움도 전해지고 ㅠㅡㅠ 엠스테사건과 빡빡머리 사건이 같이 나온 에피소드니까 가져와봤당
정말 책 추천 에세이가 맞나? 싶지만ㅋㅋㅋㅋㅋ 죠던뱃은 역시 그게 매력이야
여유 있을 때 다른 에피소드들도 번역할 수 있음 해올게(੭ु´・ω・`)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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