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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벌써 24여 년 전이다. 내가 갓 세간난 지 얼마 안 돼서 의정부에 내려가 살 때다. 서울 왔다 가는 길에, 청량리역으로 가기 위해 동대문에서 일단 전차를 내려야 했다. 동대문 맞은편 길가에 앉아서 조각을 깎아 파는 노인이 있었다. 조각을 한 벌 사 가지고 가려고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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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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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조각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타야 할 차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https://img.theqoo.net/AHxAq
https://img.theqoo.net/NLNcD

“더 깎지 않아도 잘생겼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차시간이 없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사우.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차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조각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깎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곰방대에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조각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조각이다.

https://img.theqoo.net/Esokq

집에 와서 조각을 내놨더니 아내는 이쁘게 깎았다고 야단이다. 집에 있는 것보다 참 잘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아내의 설명을 들어 보니,

https://gfycat.com/ThatFluidBellsnake


눈은 사방신을 위협할 정도로 동서남북 모두 시원하게 트여있고 속눈썹은 제우스와 하데스에게 동시에 하이파이브를 청할 수 있을만큼 위 아래 모두 길고 촘촘하며, 콧대는 우주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아 있단다. 또 약간의 구릿빛 피부가 보라색 심장들을 미친듯이 자극하며 눈동자에는 일렁이는 호수를 담고 있는 듯하여 그 곳에 다이빙을 시도하고 싶단다. 그리고 입술은 사랑을 형상화한 러블리 그 자체의 모양이며, 적당히 짧은 앞턱은 투디미를 첨하여 아름다움을 더하고 옆턱은 적당한 각도로 각져있어 자칫 아기 고라니처럼 보일 뻔한 것을 자두 호랑이 이미지로 만들었단다. 눈썹은 나의 머리털까지 모두 앗아가 심었나 싶을 정도로 숱이 짙고 모양이 완벽하며, 살짝 마중나온 눈썹뼈에는 입을 맞추고 싶단다. 이렇듯 이목구비 워낙 또렷하며 조화가 좋아 어떤 시강쩌는 염색을 하든 존나대빵만한 장신구를 착용하든 모두가 그의 미모에 홀려 1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란다.


https://gfycat.com/MeagerSilentHornet


요렇게 꼭 황금비율인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니 그 정도를 넘어 생에 처음이란다. 나는 비로소 심장에 보랏빛 피가 도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감사했다. 그래서 나는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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