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후기(리뷰) 헤어질 결심 : 물 속에서 투명해지는 여자와, 바다와 뭍을 오가는 남자
6,527 35
2022.08.10 01:54
6,527 35

남편은 산을 좋아했지만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고 서래는 말한다. 해준은 나도 그렇다며 조용히 혼잣말을 한다.


해파리는 물 속에서 투명한 상태로 부유하지만 물 밖으로 나오면 반투명한 상태가 되고, 죽으면 그 투명성을 상실한다.


..


서래는 투병중이던 어머니를 위해 펜타닐을 구하면서 자신의 몫으로 4알을 더 구한다.


어머니를 죽인 후 자신도 따라갈 요량이었겠으나 어쩐 일인지 그녀는 어머니와 할아버지의 유골과 펜타닐을 가슴에 안고 밀항길에 오른다.



그녀에게 죽음은 유예된 것이며, 지연된 것이다.


언제든 손쉽게 죽을 수 있기 때문에 꼭 오늘 죽을 필요는 없는 삶.



그래서 그녀는 죽음을 가까이 둔 채 살아가는 남자들과 결혼을 한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스스로 말하는 남자들과.


가파른 절벽을 가장 난이도가 높은 코스로만 오르는 첫 번째 남편은 절벽에서 사고로 떨어져 죽는 것이 자신의 로망인 사람이다.


사기로 끌어모은 돈을 도피자금 삼아 해외로 도망치기보다는 결국 살해당할 걸 알면서 남은 돈을 탕진하며 살아가는 두 번째 남편 역시 


닥쳐올 죽음을 늘 등 뒤에 달고 살아가는 남자다.



왜 저런 남자들과 결혼을 하느냐고 해준이 물어보지만 사실 꽤나 서래와 닮은 구석이 있는 남자들이 아닐 수 없다.


펜타닐을 늘 갖고 다니는 그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남편들이 아닌가.



남편들이 연달아 죽었으니 아내를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지만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취미와 일을 하는 남자들과만 결혼하는 여자라면, 남편이 계속 죽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내 아내도 별로 놀라지 않을 것 같은데? 내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늘 말했으니까 


이렇게 말하는 해준 역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남자다 


당신은 피와 살인사건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그의 아내가 말할 정도로, 해준 역시 죽음과 가까이 살아가는 존재다.



그러나 서래의 남편들과 달리 해준은, 죽음과 삶을 오가고 바다와 뭍을 오가는 존재다. 마치 자라처럼.


늘 바다를 그리워 하기에 서래와 자신이 같은 부류라 말하고 그녀의 말을 번역기로 돌려 이해하려 하지만 


그 이해는 늘 조금씩 어긋나고 만다.


우는 줄 알았던 그녀는 웃고 있었고, 심장과 마음이 바뀌었으며, 사랑한다고 말했으면서도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당신과 내가 같다고 말하고


내가 왜 당신을 좋아하는지 궁금하지 않냐고 물으며 어떻게든 그걸 그녀에게 말하고 싶어하지만 그녀는 딱히 그걸 궁금해하지 않는다.




애초에 자라는 뭍으로 나와 알을 낳는 동물이 아니었던가.



서래가 해준을 사랑한 이유는 그가 자신과 함께 바다에서 죽을 남자가 아니라 다시 뭍으로 돌아가 살아남을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그의 마음 속에서 자신이 살아갈 것이기에.


...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다고 서래는 말한다.


그러나 그 때 해준이 끝낸 사랑은 서래에 대한 오해와 착각이 동반된 사랑이었다.


그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그녀를 사랑했고


서래가 바다에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된 이후에야 비로소 온전히 그녀를 이해하게 된다.



그가 다시 만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그녀의 말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마침내 죽을 수 있게 되었고


그제서야 그는 깨닫는다. 


그녀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여자였음을.


목록 스크랩 (0)
댓글 3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드라마 이벤트] 장기용X천우희 쌍방구원 로맨스! JTBC 새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릴레이 댓글놀이 이벤트 8156 05.03 27,077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848,948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395,992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161,31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570,767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649,910
공지 알림/결과 📺 2024 방영 예정 드라마📱 82 02.08 442,907
공지 잡담 📢📢📢그니까 자꾸 정병정병 하면서 복기하지 말고 존나 앓는글 써대야함📢📢📢 13 01.31 471,222
공지 잡담 (핫게나 슼 대상으로) 저런기사 왜끌고오냐 저런글 왜올리냐 댓글 정병천국이다 댓글 썅내난다 12 23.10.14 829,400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5 22.12.07 1,754,649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51 22.03.12 2,717,695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98 21.04.26 2,021,048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4/4 ver.) 153 21.01.19 2,150,263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7 20.10.01 2,154,285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239 19.02.22 2,213,543
공지 알림/결과 ★☆ 작품내 여성캐릭터 도구화/수동적/소모적/여캐민폐 타령 및 관련 언급 금지, 언급시 차단 주의 ☆★ 103 17.08.24 2,184,182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2,399,628
모든 공지 확인하기()
12928138 onair 히어로 상대방의 마음을 흔들 결정적 순간에 꺼내드는 필살기. “제 생명의 은인하고 닮으셨어요.” 23:40 1
12928137 잡담 눈물의여왕 아 시발 김수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사 노래제목 말하는데 1 23:40 46
12928136 잡담 종말의 바보 1회 볼만하면 쭉 그럴까? 23:40 3
12928135 잡담 슼에 올라온 기사 보는데 어하루때 섭남이랑 반응 더 좋았어? 3 23:40 41
12928134 잡담 선업튀 이클립스(사탕) 회사 매출이 좀 늘었겠구만 23:39 32
12928133 onair 히어로 연출 진짜 개좋다 23:39 29
12928132 onair 히어로 천우희도 그냥 일반 사람은 아닌가?? 1 23:39 83
12928131 onair 선업튀 카테 곧 조용해질 예정 2 23:39 79
12928130 잡담 이두나 6회 엔딩 보고 지금 한대 쎄게 맞은 기분임 미친 23:39 6
12928129 onair 선업튀 지금부터 숨 참습니다...살아서 만나 23:39 16
12928128 onair 히어로 아니 천우희 비에 젖을때마다 개이쁜데 23:39 18
12928127 잡담 수사반장 악에 받친 착한놈 입니다 엔딩 이제훈 2 23:39 14
12928126 onair 선업튀 온다 23:39 9
12928125 onair 선업튀 진짜 밤샌 얼굴들이여서 너무 너무다 23:39 14
12928124 onair 히어로 음악 진짜 좋다 1 23:39 51
12928123 onair 선업튀 갔었어. 그날 난 갔었다고. 23:39 15
12928122 잡담 수사반장 혜주 범상치 않은건 그 미친 여자 연기 한거 보면 알잖아 ㅋㅋ 혜주도 이제 영한화 되는거임 23:38 12
12928121 잡담 눈물의여왕 김수현 영숙이 에피 되게 잘살렸다고 생각했는데 1 23:38 133
12928120 onair 선업튀 맛 도 리 23:38 12
12928119 잡담 눈물의여왕 와 김수현 주방씬 ㄹㅇ 개킹받는다 ㅋㅋㅋㅋ 1 23:38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