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긴 글이 될 테지만 다들 뒤로 가지 말고 일단 속는 셈 치고 한번만 잡솨봐😊❗
니체요?
갑자기요?😮
나는 예전부터 방탄소년단 음악과 메시지를 관통하는 철학이 니체라고 늘 생각해 왔어.
이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니체 철학의 핵심과 방탄 메시지의 핵심이 많이 닮아 있고, 그동안 가사나 여러 컨텐츠를 통해 드러난 부분들도 상당히 많아. 그런데 융, 데미안 같은 것들은 피셜로 나온 바가 있기 때문에 분석글도 많고 많이들 알지만 디오니소스로 "우리 니체 얘기해!!!"를 거의 떠먹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언급되다가 사라졌고ㅠ 니체를 중심적으로 다룬 분석or궁예글은 잘 없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이런 글을 꼭 써보고 싶었어!
최대한 쉽고 재밌게 술술 읽을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했으니까 편하게 따라와줘. 하지만 나도 전문가는 아니라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 꼭 감안하고 봐줘. 내가 이렇게 내 문장으로 니체를 설명해도 좋은건지 약간의 두려움이 있어ㅠ
그리고 방탄이랑 연결짓는 부분들은 모두 저의 개인적인 궁예라는 점을 밝혀둡니당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게ԅ( ≖‿≖ ԅ)
https://gfycat.com/FatForsakenBat
"나는 인간이 아니다. 하나의 다이너마이트이다."
(― 이 사람을 보라 中)
니체는 자신을 다이너마이트라고 칭했어.
니체는 '망치를 든 철학자'로도 알려져 있을 만큼 공격적이고 거침없는 방식으로 서양적 사고 방식 깊숙히 뿌리박혀있던 이분법적 형이상학의 전통을 깨뜨리려고 노력했던 철학자야. 서양의 전통적인 이분법적 형이상학은 플라톤과 기독교로 대표될 수 있는데, 먼저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현실 세계 사물들의 원인이자 본질적인 형상'을 의미하는 이데아를 최고의 가치로 여겼어. 이데아는 이성으로 파악할 수 있고, 그 자체로 완벽하고 선한 것이야. 반면 우리가 감각으로 지각할 수 있는 현실 세계는 이데아의 모방이기 때문에 불완전하고 가치가 낮다고 여겼어. 니체는 기독교를 '대중을 위한 플라톤주의'라고 표현했어. 기독교도 마찬가지로 신이라는 완벽하고 전지전능한 절대자와 평화로운 천국을 상정하고 그와 반대되는 현실의 삶을 인간들의 죗값으로 여겼어. 기독교는 니체가 가장 표적삼아 비판했던 대상인데, 그 이유는 특정 종교에 대한 증오라기보다는 기독교가 유럽에서 자신이 깨부수고자했던 바로 그 사고방식의 기둥이었기 때문이야. 니체가 생각했던 기독교적 가치관의 큰 문제는 이 땅 위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이 지닌 생명력을 앗아간다는 거였어. 알다시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참 부조리하고 모순적인 일들로 가득하고 인간들은 불완전하고 연약하며 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이야. 그래서 우리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어.
사람들은 어떤 중요한 이유가 있어서 우리가 이 고통을 견뎌낸다고 생각해야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어. 그래서 사람들은 신을 만들어냈어. 가장 위대하고 전지전능한 절대자인 신이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는 거야. 인간인 나는 모르는 이유도 신은 다 알고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했어. 그러나 니체가 보기에 도무지 신이라는 건 없어. 인간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 같은 것도 없어. (니힐리즘) 그냥 살아 있는 거야. 그런데 사람들은 이유나 목적도 없이 날마다 반복되는 이 고통스러운 삶을 견뎌내지 못해 신이라는 절대자를 만들어내고 그 가상의 완전함에 기대어 마음의 평화를 얻었어. "신은 죽었다"는 유명한 문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여기서 신은 그동안 서양에서 절대적으로 여겨져왔던 형이상학의 가치들(=이데아)를 의미해. 신이 죽었다는건 그 가치들이 그렇게 맹목적으로 믿고 의지할만한 것들이 아니라는 거야. 니체의 최고 가치는 살아 있음(生, leben) 그 자체인데, 기독교는 죽음 뒤의 안식만을 바라보면서 생을 그저 괴롭지만 천국에 가기 위해서 견뎌내야만 하는 것으로 전락시켰다는 거야. 니체는 이런 방식이 그저 도피에 불과하며 사람들을 더 약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고 생각했어. 강한 인간은 의미없이 주어지는 고통을 스스로 극복하고 자기 자신만의 가치를 창조해 나가야 해.
여기까지가 니체의 주된 문제의식이야.
알기 쉽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아.
아폴론적 가치
이성, 지성, 영혼, 형상, 질서, 목적, 완전성, 무한함, 선 (善), 하늘, 태양, 낮, 신
vs
디오니소스적 가치
감정, 감각, 신체/육체, 질료, 무질서, 혼돈, 광기, 유한함, 불완전성, 악 (惡), 대지(땅), 밤
어떤 느낌적인 느낌인지 대충 감이 와? 기존의 서구적 사고방식은 위계적 이원론이였어. 아폴론적 가치들을 숭배하고 디오니소스적 가치들을 절제해야만 할 천한 것으로 여기는 거야. 그런데 디오니소스적 가치들을 배제하고서는 지상에서 육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의 현존하는 삶을 온전히 설명할 수가 없어. 그래서 니체는 그동안 철저하게 무시되었던 디오니소스적 가치를 중요한 것으로 내세운 거야. (선악의 가치전도) 그렇다고 아폴론적 가치가 필요없다거나 디오니소스적 가치가 더 뛰어나다고 한 건 아니야. 니체는 결국엔 이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며 서로 자극을 주며 공존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봤어.
지금까지 한 설명을 아주 잘 담고 있는 노래가 있어.
🎵
I'm the one I should love in this world
빛나는 나를 소중한 내 영혼을
이제야 깨달아 so I love me
좀 부족해도 너무 아름다운 걸
I'm the one I should love
조금은 뭉툭하고 부족할지 몰라
수줍은 광채 따윈 안 보일지 몰라
하지만 이대로의 내가 곧 나인 걸
지금껏 살아온 내 팔과 다리 심장 영혼을
-Epiphany
🎵
난 처음 에피파니 가사를 봤을 때 정말 니체 철학을 그대로 대중가요 가사로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이어서 조금 놀랐어. 이 곡의 작사를 한 셕'C'이 의도했는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내가 보기엔 상당히 의도적으로 보이는 몇 구절이 눈에 띄었거든.
'I'm the one I should love in this world'
'지금껏 살아온 내 팔과 다리 심장 영혼'
앞에서 니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던 건 죽어서 갈 수 있는 저 세계가 아니라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바로 여기 '이 세계(this world)'야. 그리고 이성, 영혼과 달리 그동안 천대되었던 '신체' 역시 무시해서는 안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어. 보통 노래 가사에서 심장과 영혼까지는 그럴 수 있는데 '내 팔과 다리까지 곧 나이기에 소중하다' 라는 표현, 팔과 다리, 이런건 굉장히 독특한 단어 선택 아니니?
(사실 이 곡을 온전히 니체로만 읽기에는 가사 전반에서 '영혼'이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상당히 어색해. 영혼 같은 정신적인 측면은 아폴론적 가치니까. 내 생각에는 이 곡이 럽셀에서 다음 시리즈인 맵 오브 더 소울, 영혼의 지도로 넘어가는 중요한 발판이었기 때문에 여러 측면이 섞여있는 것 같아)
비슷한 맥락에서 나한테 의미심장해보였던 가사가 또 하나 있는데,
🎵
세계의 평화 (No way)
거대한 질서 (No way)
그저 널 지킬 거야 난
...
니가 준 이카루스의 날개로
태양이 아닌 너에게로
Let me fly
- 작은 것들을 위한 시
🎵
이 가사에서 태양은 작은시의 앞 부분 가사로 미루어봤을 때 세계의 평화, 거대한 질서 같은 거시적 가치들이고, 방탄은 그런 커다란 것들 대신에 작은 것들, 곧 우리 아미 한 사람 한 사람의 눈을 맞추며 함께 하고 싶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어.
그런데 재밌는 건 태양은 아폴론적 가치의 상징이기도 해. 아폴론이 태양의 신이기도 하고, 플라톤이 동굴의 우화에서 이데아를 태양에 비유하기도 했었어. 또 평화와 질서는 대표적인 이데아적 가치이기도 하잖아? 이카루스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태양을 향해 날다가 밀랍으로 만든 날개가 녹아버려 바다로 추락하고 말았던 신화 속 인간이야. 니체의 철학을 바탕으로 보면 이카루스는 아마 이데아적 가치의 신봉자들=신을 믿는 사람들로 볼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작은시의 화자가 이카루스의 날개를 달고도 이카루스처럼 태양으로 가지 않고 '너'에게 가겠다고 하는 것은 어떤 집단의 거시적 목표보다는 각 개인의 구체적인 삶을 더 존중하고 그 각각의 삶의 현장에서 도출된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니체적 가치들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해 볼 수도 있어. 가사 전반에서 높은 하늘 - 태양 - 세계의 평화 - 거대한 질서의 한 축과 너(팬) - 너의 눈 - 너의 사소한 것들(관심사, 걸음걸이, 말투, 사소한 습관)의 한 축을 계속해서 대비시키며 앞의 가치들보다는 뒤의 가치들이 더 특별하며 내가 중시해야 할 것들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점도 마찬가지로 아폴론적 가치와 디오니소스적 가치의 대비라고 볼 수 있어.
이쯤 되면 뮤비에 이카루스가 등장하는 또 다른 노래가 하나 생각나지 않아?
선과 악, 두 세계의 공존을 보여주는 곡.
https://gfycat.com/NaiveGlumChick
(배경에 있는 그림이 바로 '이카루스의 추락' 그리고 추락하는 태형이)
(배경에 있는 그림이 바로 '이카루스의 추락' 그리고 추락하는 태형이)
유혹을 만난 소년들, 피 땀 눈물
'추락'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뉘앙스를 지니고 있는 단어지만,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추락을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곤 해. 추락이란 곧 '하늘'에서 멀어져 '땅'으로 가는 일이니까.
피땀눈물은 니체의 글귀가 직접적으로 인용되었던 콘텐츠이기도 해.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반드시 내면의 혼돈을 지녀야 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中)
(피 땀 눈물이 타이틀이었던 WINGS의 컨셉포토)
(피 땀 눈물 MV 속 한 장면)
피땀눈물은 데미안 아니냐고? 맞아. 그런데 데미안의 저자 헤르만 헤세는 니체의 사진을 책상 앞에 붙여 놓은 채 니체의 책들을 탐독했고 니체 관련 책을 냈을 정도로 그의 사상에 깊이 영향을 받은 작가래. (방탄 사진을 붙여놓고 방탄 노래를 들으며 방탄 글을 쓰고 있는 나ㅎㅎ) 그래서 에피파니가 노래로 부른 니체라면 데미안은 소설로 쓴 니체 같은 느낌을 줘. 줄거리는 다들 알다시피 도덕적인 선의 세계에 살던 싱클레어가 악의 세계를 상징하는 데미안(=싱클레어)을 알게되어 성장하고 결국 두 세계를 모두 아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이야기야.
묘하게도 방탄의 3부작 시리즈 중에 럽셀과 맵솔은 데미안과 비슷한 방식의 서사적 구성을 갖고 있어.
럽셀: DNA(HER) - FAKE LOVE(TEAR) - IDOL(ANSWER)
맵솔: PERSONA - SHADOW - EGO
두 시리즈 모두 처음엔 밝음 (사랑의 밝은 면, 나의 좋은 사회적 가면) - 어둠 (밝은 모습 뒤에 있던 진짜 나의 부정적인 면) - 그 둘의 합 (=진정한 나) 이런 식으로 진행되잖아. 이걸 니체로 생각해보면 아폴론적 가치가 숭배됨 - 디오니소스적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었다는 것을 깨닫고 긍정함 - 두 가치가 모두 조화를 이루는 이상향 이런 의미로 이해해볼 수 있을 거야. 융의 심리학 이론도 역시 니체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 그래서 비슷한 구조가 보이는 거겠지?
https://gfycat.com/CelebratedScalyGreatargus
이제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아모르 파티(Amor Fati)에 대해서 설명할 때가 됐어.
아모르 파티는 '운명애(Love of Fate)'야. 자신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꺼이 긍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야. 그런데 이 말을 '아 그러면 내 삶이 이렇게 된건 다 운명이고 나는 내 운명을 받아들일테니까 가만히 운명이 흘러가는 대로 내 삶을 맡길래' 이렇게 체념적인 태도로 이해하면 안돼. 그건 니체가 가장 싫어하는 태도야. 2018년도에 남준이가 인터뷰 답변으로 아모르 파티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걸 읽어보면 아모르 파티가 어떤 의미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거야.
(번역 출처: 감자밭할매 님)
(모바일 배려)
Q. 숙명이나 운명이라는 주제가 이 앨범 전체를 관통해요. 정해진 길이 있다고 항상 믿어왔나요?
RM : 니체...의 유명한 말 중에 '아모르파티', 그러니까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말이 있는데, 한국에서 태어난 저, 그리고 호주에서 태어난 테일러씨. 우리가 이렇게 태어난 건 바꿀 수 없죠. 똑같은 인생일 수 없어요. 아모르파티는 모든 걸 운명에 맡기라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우선 받아들이랴는 거예요. 운명과 우리의 환경을 사랑하면 이 운명을 어떻게 해 볼 수 있다.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는 거죠. 우리가 태어나면서 정해진 길 위에 서 있지만. 여전히 무언가는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제 신념(faith)을 믿지만 제 운명(fate)은 맹신하지 않습니다(웃음).
인터뷰 답변으로 니체를 설명하면서 faith-fate로 언어유희까지 구사하는 당신.... 유죄다
내 운명을 사랑한다는 건 남준이 설명처럼 내가 가진 환경이나 내 모습, 과거의 내 선택으로 벌어진 모든 일들처럼 내 힘으로 어쩔 수 없지만 이미 나에게 주어진 조건들을 부정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그저 나의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거야. 그건 체념도 아니고 자유를 억압당하는 것도 아니야. 오히려 이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고, 실제로 행할 수 있는 건강한 자유와 힘을 얻게 돼.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건 나의 좋고 반짝이는 면만 내 모습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야. 내가 끝끝내 외면하고 싶은, 초라하고 싫은 내 모습까지도 전부 나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거야. 그게 내가 내 손으로 저지른 잘못일지라도 말이야. 방탄이 러브유어셀프 시리즈를 통해서 하고자 했던 말이지. 방탄이 비교적 빛을 보지 못했던 초창기 곡들 무대를 지금까지도 자주 하고 방방콘 스트리밍처럼 예전 콘서트들을 자주 보여주는 건 그 시절들을 부정하지 않고 그 모든 과정들이 모여서 방탄을 만들었다는 걸 인정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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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택한 길이고
모두 다 내가 만들어낸
운명이라 해도
내가 지은 죄이고
이 모든 생이
내가 치러갈 죗값일
뿐이라 해도
- A Supplementary Story : You Never Walk Alone
🎵
남준이의 이 가사에서도 아모르파티의 사고를 엿볼 수 있는데, 앞서 설명했듯이 내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건 내가 겪은 어떤 것, 그리고 앞으로 겪을 어떤 것도 '빠짐없이 남김없이 모두 다 나'를 만들었다는 걸 알고 긍정하는거야. 여기서 남준이는 내 삶은 내가 만들어낸 운명이고, 그것이 비록 죗값을 치르는 것처럼 힘겹더라도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갈테니 함께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있어. 재밌는 포인트는 기독교의 원죄는 신이 인간에게 벌을 내려서 인간이 삶으로써 죗값을 치른다는 관점이지만 남준이는 내가 스스로 지은 죄의 죗값을 내가 치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 삶을 죄로 표현하는 것은 대표적인 기독교적 관점인데, 그런 표현을 인용해서 반전시킴으로써 관점의 대비가 잘 드러나서 좋아하는 구절이야.
그래도 아모르파티 파트에서 가장 상징적인 가사는 아무래도..
🎵
내 실수로 생긴 흉터까지 다 내 별자린데
- Answer : Love Myself
🎵
방탄이 러브유어셀프 시리즈를 통해서, 그리고 이 시리즈의 해답과 같은 곡 앤써를 통해서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거였지. 그리고 이 가사를 인용한 전설의 레전드, UN 연설!!! (건국아 남준해!!!!)
마음같아서는 전문을 적어두고 싶지만 너무 길어지니까 영상만 두고 넘어갑니다.
https://youtu.be/8VWSIoQfFWk
개인적으로 나도 내가 과거에 내린 결정에 대해서 수백번도 더 후회하고 자책하고 다른 선택을 내렸을 내 모습을 수만번 상상해 보느라 괴로워했던 적이 있어. 많은 덬들도 아마 비슷한 경험이 있었을 거야. 내가 만약 부자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텐데, 를 비롯해서 온갖 종류의 내가 ~했더라면~ 같은 부질없는 가정과 상상들 수도없이 해보게 되잖아. 나는 화양연화 세계관이 셀 수 없이 많은 타임루프를 통해 시간을 되돌리고자 하는 석진이를 통해 우리가 우리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 세계관 속 아이들은 각자 너무나도 힘든 환경에 있고, 심지어 석진이의 행동으로 아이들은 뿔뿔히 흩어지고 더욱 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었어. 석진이는 계속 시간을 되돌아가게 되는 루프에 갇혀서 모두의 행복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석진이만 더욱 더 지칠 뿐이야. 그래서 결국 석진이는 자신의 잘못과 아버지의 비리때문에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노력해. 그 결과 아이들은 다시 모이게 됐고 (정국이를 제외하고는) 다들 예전처럼 지낼 수 있게 되었어.
사실 석진이의 무한루프나, 석진이 아버지의 운명이 똑같이 석진이에게 되풀이된다는 점 같은 특징들에서 니체의 또다른 주요개념인 '영원회귀' 사상으로 읽어볼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이거는 세계관이 아직 다 진행되지 않았기도 하고 영원회귀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아직 해석이 분분할만큼 상당히 난해한 개념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실마리만 던지고 생략하도록 할게.ㅎuㅎ
그래도 쪼꼼 아쉬우니까 영원회귀가 무엇인지 맛볼 수 있는 정국이의 인터뷰들을 잠깐 보고 가자. 정구기에게서 같은 결의 답변을 여러번 들을 수 있었어. 시간을 되돌려 어린 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정구기는 기쁜 일이었든 힘든 일이었든 정구기가 살아온 삶을 하나도 빠짐 없이 그대로, 똑같이 살고 싶다고 말했어. 그 모든 순간이 모여서 지금의 정구기를 만든거니까.
https://twitter.com/975street/status/1279691023619244033?s=19
https://twitter.com/goldensnow613/status/1374734328626696193?s=19
영원회귀가 제시하는 것이 바로 이런 사고실험이야. 만약 지금까지의 내 삶과 1초도 다르지 않고 완전히 똑같은 삶을 영원히 반복해서 살아야만 한다면 덬들은 어떻겠어? 아마 많은 사람들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해질지 몰라. 한번 사는 것도 힘든데 이런 삶을 또? 그것도 영원히 똑같이? 니체는 지상에서 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의 무게를 무시무시한 '중력의 악령'이라고 표현했어. 하지만 나의 삶을 최고로 긍정할 수 있는 사람, 내가 숨쉬는 지금 바로 이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삶인가? 그렇다면 다시 한번!"이라고 기꺼이 외칠 수 있대. (그러니까 정구기는 나보다 한참 멋있고 강한 사람이야 (ू˃̣̣̣̣̣̣︿˂̣̣̣̣̣̣ ू) )
🎵
믿는 대로
가는 대로
운명이 됐고
중심이 됐어
힘든 대로
또 슬픈 대로
위로가 됐고
날 알게 해줬어
- Outro : 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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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O의 희망 호비 역시 내가 나를 믿고 걸었던 길이 곧 내 운명을 만들었고 나만의 가치가 되었으며, 힘들고 슬픈 일들도 다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자기긍정을 보여주고 있어.
여기서 다음 개념으로 넘어가볼 수 있는데, 바로 '힘에의 의지(혹은 권력에의 의지, Wille Zur Macht)'야. 이 개념 역시도 참 난이도가 있는 개념이라서, 깊은 설명은 건너뛰고 우리에게 필요한 핵심만 '스스로 삶의 주인으로서 주체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 정도로 간단하게 표현해볼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외부의 힘에 의존하거나 남들의 의견에 따르느라고 내가 가진 특별함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거리에 모여 있는 평범하고 흔한 행인1이 되기를 자처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야. 아주 쉽게 말해서 내가 진정한 나의 가치를 추구하는데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좌우되지 말라는 거야. 이걸 니체는 '주인 도덕'과 '노예 도덕'으로 구분했어. 주인은 본인이 원하는 것을 자신에게서 찾지만 노예는 자신의 의사가 없이 주인이 시키는 걸 그저 충실하게 이행한다는 거야.
🐱야 호바-
🐿
윤기 웃는 거 봐ㅋㅋㅋㅋㅋ ㄱㅇㅇ
팀의 정체성에서부터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고 당당하게 우리들의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 이들은 데뷔곡에서도...
🎵
지겨운 same day, 반복되는 매일에
어른들과 부모님은 틀에 박힌 꿈을 주입해
장래희망 넘버원... 공무원?
강요된 꿈은 아냐, 9회말 구원투수
시간 낭비인 야자에 돌직구를 날려
지옥 같은 사회에 반항해, 꿈을 특별 사면
자신에게 물어봐 네 꿈의 profile
억압만 받던 인생 네 삶의 주어가 되어 봐
네가 꿈꿔 온 네 모습이 뭐야
지금 네 거울 속엔 누가 보여, I gotta say
너의 길을 가라고
단 하루를 살아도
뭐라도 하라고
나약함은 담아 둬
- No More Dream
🎵
역시 상당히 반항적이고 주체적이다. (ㅋㅋㅋㅋ
웃을 일이 아니고 노몰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노예도덕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주인도덕을 가지라고 촉구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어. 정말 딱이야.
누가 뭐라 하든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내가 좇는 가치를 믿으면서 내가 하던 걸 계속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대표적인 곡이 또 있었지.
🎵
You can call me artist
You can call me idol
아님 어떤 다른 뭐라 해도
I don’t care
I’m proud of it
난 자유롭네
No more irony
나는 항상 나였기에
손가락질 해,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네
나를 욕하는 너의 그 이유가 뭐든 간에
I know what I am
I know what I want
I never gon' change
I never gon' trade
(Trade off)
뭘 어쩌고 저쩌고 떠들어대셔
I do what I do, 그니까 넌 너나 잘하셔
You can’t stop me lovin’ myself
- IDOL
🎵
휴우.. 지금까지 참 많은 내용을 이야기했어.
그래서 정리해보면 니체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상은 외부의 가치에 의존하지 않고 불완전하고도 목적 없는 나의 삶 그 자체를 긍정하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창조해내는 사람이야. 니체는 자신의 이상적 인간상을 '위버멘쉬(Übermensch)'라고 불렀어. 한국에서는 '초인 (超人)'으로 많이 알려졌는데, 초인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번역이라 지양하는 추세고 최근에는 '극복인'이라는 번역어도 제안되었다고 해.
위버멘쉬는 인간에게 주어진 엄청난 고통을 스스로 짊어지고 극복해낼 수 있는 아주 강인한 인간이야.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기꺼이 더 많은 고통을 스스로 요구할 수도 있어.
생각나는 곡이 있지?
🎵
Can’t hold me down cuz you know I’m a fighter
제 발로 들어온 아름다운 감옥
Find me and I'm gonna live with ya (Eh-oh)
가져와 bring the pain oh yeah (Eh-oh)
올라타봐 bring the pain oh yeah
Rain be pourin'
Sky keep fallin'
Everyday oh na na na (Eh-oh)
가져와 bring the pain oh yeah
- ON
🎵
가사가 담고 있는 각오에 맞게 퍼포먼스도 굉장히 빡센 온은 퍼포뮤비 이름이 생소했지.
Kinetic Manifesto Film.
동적 선언 영상.. 이라고 번역할 수 있으려나. 아무튼 나는 이 특이한 제목이 꽤 마음에 들었는데, 왜냐면 고통이여 내게 오라!는 선언을 광활한 대지 위에서 일곱 명의 몸을 움직임으로써 세상에 소리치는 듯한 그런 비장함이 곡, 영상, 퍼포의 삼위일체로 너무 적절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야. 어떻게,, 내가 느낀 뉘앙스를 찰떡같이 표현을 못하겠네😭😭
그리고 온에서 니체의 냄새가 느껴지는 부분들을 더 뽑아봤는데,
🎵
설령 내 무릎이 땅에 닿을지언정
파묻히지 않는 이상
그저 그런 해프닝쯤 될 거란 걸
- ON
🎵
📕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한다."
(― 우상의 황혼 中)
📕
나에게 주어지는 고통을 이겨냄으로써 내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관점이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어.
🎵
미치지 않으려면 미쳐야 해
...
Can’t hold me down cuz you know I’m a fighter
깜깜한 심연 속 기꺼이 잠겨
Find me and I’m gonna bleed with ya
- ON
🎵
📕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중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네가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너를 들여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 <선악의 저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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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인적으로 이 글귀를 좋아하는데, 미치지 않기 위한 싸움이라고 표현하던 준이도 생각나고ㅠㅠ 눈물이 나..
아무튼, ON과 같은 앨범에 심연의 이미지를 가진 곡이 하나 더 있지.
(개인작업물이지만 석지니의 abyss도 심연이라는 뜻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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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를 더 못 울린다면
내 가슴을 더 떨리게 못 한다면
어쩜 이렇게 한 번 죽겠지 아마
...
홀린 듯 천천히 가라앉아 nah nah nah
몸부림쳐봐도 사방이 바닥 nah nah
모든 순간들이 영원이 돼 yeah yeah yeah
- Black S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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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과 고통 속에서 스스로의 의지로 “가장 깊은 심연까지 내려갈 수 있는 영혼”[1]만이 자기를 따라잡으며 자기 춤을 추며 자기에 도달한다."[2]
(출처: [1] 니체, 「이 사람을 보라」, 430쪽, [2] 이주향. (2019).「운명애, 자기에 이르는 생명의 춤」)
여기서 내가 발견한 흥미로운 지점은 블랙스완의 화자가 '두 번 죽는 자'라는 거야.
(블랙스완 아트필름의 첫 장면)
더 이상 예술을 하지 못하게 될 때 한 번, 실제로 육신이 죽을 때 또 한 번.
그런데 우리는 '두 번 태어나는 자'도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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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 it 불러 다시
Drink it 마셔 다시
우린 두 번 태어나지
- Dionys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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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디오니소스야.
디오니소스가 두 번 태어나게 된 설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디오니소스는 한 번 죽었다가 부활한 존재야.
나는 블랙스완이 디오니소스로서의 방탄이 이미 한 번 죽었었던 경험에 대해서 설명하는 곡이라고 생각해.
블랙스완에서 방탄은 댄서 마사 그레이엄의 말을 인용해서 음악을 들을 때 더 이상 심장이 뛰지 않고 음악을 하지 못하게 될 때 죽는다고 말하잖아. 조심스럽지만 나는 이게 방탄이 18년 초에 멤버들이 많이 힘들어하면서 더 이상 방탄으로서 노래하고 춤추지 않을 미래를 그려보는, 해체까지 이야기했던 그 시기를 방탄의 첫 번째 죽음으로 설정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 하지만 방탄은 결국 방탄소년단으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기로 마음을 모았고 재계약 후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어. 이건 방탄의 두번째 태어남이라고 볼 수 있겠지. 방탄도 디오니소스처럼 두 번 태어난 존재인거야.
(흥이 다 깨져버린 뷔오니소스)
디오니소스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볼게.
앞서 계속해서 언급했듯이, 디오니소스는 니체의 신이야.
태양의 신인 아폴론은 빛과 대낮, 이성과 분별력, 형체와 개별성, 기억과 깨어 있음을 상징하고, 반대로 술(포도주)의 신인 디오니소스는 어둠과 밤, 감성과 무분별, 무형과 보편성, 망각과 도취를 상징하는 신으로 이해돼. 왜 니체가 디오니소스를 자신의 철학을 대변하는 신으로 내세웠는지 알겠지?
나는 방탄이 디오니소스라는 곡을 들고 나와서 디오니소스 컨셉으로 컨포도 찍고 커플링곡으로 무대도 많이 하고 그렇게 전면적으로 방탄소년단 = 디오니소스 라는 정체성을 내세운게 굉장히 파격적이었다고 해야 할까, 배짱에 놀랐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조금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왜냐면 디오니소스는 니체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대표 키워드들 중 하나기 때문에 우리가 니체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알려주는 꽤 노골적인 힌트였기도 하고(사실 디오니소스라는 키워드는 방탄 서사에서 그 이전까지는 연관이 없었던, 갑자기 튀어나온 이름이었잖아?), 특히 디오니소스가 현실의 방탄소년단과 마치 평행이론처럼 느껴지는 특징들이 있어서야.
내가 왜 방탄이랑 유사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는지와 연관지어볼 수 있는 몇 가지 특징을 알아보면
1. 반은 인간이고 반은 신인 유일한 올림푸스 신
탄생에 대한 설화가 여러가지이긴 하지만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내용은 인간 세멜레와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설이야. 올림푸스 12신 중 유일하게 인간부모를 가진 신이기도 하고 인간의 피가 섞인 자들 중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올라간 존재지. 그러다 보니 인간인 사촌이 그가 신이 되었다는 사실에 질투를 느껴서 디오니소스를 해하려고 했다는 일화도 있어.
2. 두 번 태어난 자
제우스가 인간여자인 세멜레 사이의 아이기 때문에 제우스 부인인 헤라의 질투를 사서 세멜레는 죽고 제우스가 세멜레 배 속에 있던 디오니소스를 구해 자신의 허벅지를 갈라 그 안에 넣고 태어날 때까지 길렀다는 설이 하나 있고, 또 다른 설로는 디오니소스가 제우스와 페르세포네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역시 헤라 때문에 어린 시절 타이탄들에 의해 처참하게 찢겨 죽었다가 그 몸을 다시 이어붙여 살아났다, 혹은 찢기지 않은 심장을 세멜레에게 먹여 임신하게 되어 다시 태어났다 등등 여러 설이 있어. 어쨌든 디오니소스는 이미 죽음을 경험하고 다시 태어난, 두 번 태어난 존재야.
3. 양성성
디오니소스는 남자지만 여자보다도 아름다운 굉장한 미소년 혹은 미청년으로 묘사되곤 했다고 해. 많은 고대 그리스 문학에서도 여성스러운 남자, 양성성을 지닌 자로 서술되었고, 많은 디오니소스 석상은 중성적인 모습을 하고 있대. 어린 시절 헤라의 눈을 피하려고 여장을 하고 여자아이처럼 길러졌다는 설도 있어.
4. 이국적인 신
디오니소스에 대한 신화는 유독 디오니소스 숭배를 박해당하는 내용이 많다는데, 이는 디오니소스가 이국적인 신, 외부에서 들어온 신이기 때문에 올림포스에서 침입자로 여겨졌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있대. 어느 지역에서 유래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지만 동방에서 왔다는 설도 있어.
이러한 특징들로 알 수 있듯이 디오니소스는 경계를 넘나드는 신, 경계를 허무는 신으로도 불려. 신과 인간, 삶과 죽음, 여성과 남성, 서양과 동양 등의 이분법과 그 사이에 뿌리깊게 존재했던 위계를 허물고 신, 남성, 서양 등으로 대변될 수 있는 전통적인 가치들에 의문을 제기하는 역할을 하는 거야. 디오니소스는 포도주, 음악, 춤으로 그의 신도들을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켰고, 그래서 디오니소스 신앙은 여성, 노예, 외국인 등과 같이 당시 사회에서 소외된 하층민들을 끌어들이고 그들에게 사회적 제약을 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대. 그중에는 특히 여성 신도들이 많았다네.
기존의 가치체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음악과 춤으로 편견과 억압에 의해 소외된 사람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존재,
어딘가 많이 익숙한 키워드 안니야?
https://youtu.be/d_5oDx8EQ3c
케이팝 남돌들은 예전부터 동양인이 가진 부드러운 선의 예쁜 외모, 진한 메이크업과 화려한 무대의상 때문에 서양이 추구하는 마초적 남성상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스럽다', '게이 같다'며 쉽게 조롱을 받곤 했어. 굳이 자료를 끌고 오진 않겠지만 방탄도 예외는 아니었고. 하지만 이런 편견과 관계없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질 때까지 방탄은 계속 방탄을 해왔고, 결국은 위의 뉴스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방탄은 풍부하고 솔직한 감정 표현을 전 세계 대중들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성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남성성을 제시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게 됐어.
음악과 퍼포먼스, 비주얼적인 요소들이 모두 종합선물세트처럼 얽혀 있는 케이팝은 서양에서 보기엔 낯설고 조금은 혼란스럽게 여겨졌어. 그래서 방탄이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쯤 인터뷰에서 케이팝에 대한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지. 거기다가 동양에서 온 7명이나 되는 보이그룹, 한 명 빼고는 영어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방탄의 모습은 상당히 이국적이고 낯설었을 거고. 그래서 비영어권 가수에게 굉장히 배타적인 미국 음악시장에서 방탄은 국내에서와는 또 다른 억압과 편견과 맞서 싸워야 했어. 결국은 점점 그런 미국시장도 더이상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방탄은 성장했고, 주요 시상식에서 상도 여러번 받고 인종차별 이슈로 유명한 그래미에 후보까지 들게 됐어. 보수적이고 타 국가 문화에 배타적이기로 유명한 영국 시상식에서도 수상하게 됐고. 케이팝 아이돌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당당히 내세우면서 말이야.
이렇게 방탄소년단, BTS는 원하든 원치 않든 여러모로 기존의 가치체계에 의문을 던지는 역할을 수행하게 됐어. 니체와 디오니소스가 그랬던 것처럼.
그런데 이런 역할은 부담스럽고 힘들 수밖에 없어. 이제껏 많은 사람들이 믿어왔던 생각을 변하게 만드는 일이 쉬울 수는 없으니까. 많은 편견과 억압의 표적이 되기 쉽고. 긍정적인 이유로든 부정적인 이유로든 인종적 이슈를 다루는데 방탄을 이용하는 양상도 생겨나게 됐어.
내가 방탄이 본인들을 디오니소스로 칭한 것에 놀랐던 이유는 이런 디오니소스로서의 역할을 우리가 하고 있음을 알고 있고, 그 역할을 기꺼이 맡겠다는 선언으로 들렸기 때문이야.
그 어려운 길을 자처하는 건 참 용기 있는 일이야.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하나 더 재밌는 공통점은 디오니소스는 광기어린 여성 추종자들로 유명했대. 미국에 처음 갔을 때, 현지 관계자들이 'crazy'라고 표현할 만큼 열성적인 팬들로 더 유명해졌던 방탄을 생각하면 참 신기하지 않니? ㅎㅎ
내가 사랑하는 남준이의 멋있는 로그를 인용하면서 글을 마무리해볼까 해.
https://twitter.com/hellokoook/status/1111922713151438849?s=09
방탄의 메세지와 니체의 철학이 유사한 지점이 많다고 해서 그 모든 걸 일부러 의도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워낙 남준이가 예전부터 니체를 읽었던 걸로 알기 때문에 스스로 체화한 부분도 있을 거고, 그런 남준이의 생각이 앨범 시리즈들에 많이 반영되면서 멤버들도 같은 결로 점차 가치관을 정립하게 된 면도 있어 보이고, 실제로 빅히트와 애들이 의도적으로 니체를 인용한 부분들도 있을 거야. 니체는 포스트모던에 아주 큰 영향을 준 철학자이기 때문에 후대 사상가들 뿐만 아니라 우리 같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가치관에도 알게 모르게 많이 스며들어있어. 그러니까 우리는 니체인걸 의식하지 못하고 니체를 이야기하고 있을 수도 있어 ㅎㅎ
이렇게나 길고 철학적인 글을 끝까지 읽어줬다면 정말정말 고마워!!😭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이 잘 전달 됐는지 모르겠어.
쓰면서 나까지 공부를 더 하게 됐네 ㅎㅎ
이 글을 쓰는게 내 덕질 인생의 숙원사업 같은 거였기 때문에 지금 굉장히 후련해 ㅋㅋㅋ 후하
내 글이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면 좋겠어.
니체의 철학은 일부분만 떼어내서 글자 그대로 읽으면 하고자 하는 말을 굉장히 오해하고 왜곡하기 쉽기 때문에 최대한 문제의식부터 시작해서 필요한 개념들을 설명하려고 했어. 하지만 내가 한 설명은 정말 축약형이고 내가 잘못 설명한 부분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혹시 니체에 흥미가 생겼다면 더 정확하고 자세한 지식들로 공부해보길 바라. 방탄의 메세지를 사랑하고 감동받은 적이 있다면 니체도 분명 좋아할 거야.ㅎㅎ (니체 바이럴 아님)
그리고 내가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은 곡에서도 니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노래들이 많고, 세계관이나 뮤비 오브제 같은 것들은 거의 얘기 못해서 아마 찾아보면 더 많이 나올거야. (ex. 이번 필름아웃 뮤비에 등장한 모래시계 - 니체의 '현존재의 영원한 모래시계')
하지만 이 이상은 내 능력 밖이니까 누군가 나 대신 해주기를 기대해보면서 이만 마칠게. ㅎㅎ
니체는 가장 디오니소스적 예술인 음악, 그리고 신체를 매개로 하는 예술인 춤을 사랑했어.
니체의 예술인 음악과 춤을 통해 니체의 철학을 닮은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세계를 변화시키고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고 있는 방탄소년단을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