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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리뷰북동의] 슈만 환상곡 op.17: 음악사에 있어 가장 은밀하고도 유명한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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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9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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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브람스는 교과서에 언급된 자장가랑 헝가리 무곡만 알고 있다가 일본 드라마 보고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랑 교향곡 매력에 감겨서 열심히 듣기 시작했거든. 그래서 우리 드라마도 제목 보고 달리기 시작했는데 관심 0에 가깝던 슈만 작품 특히 그 중에서도 환상곡에 뒤늦게 반해서 관련글 들쑤시고 다녔어. 근데 외국 어느 애호가가 자기 블로그에 이 곡에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러브레터가 은밀하게 숨겨져 있다고 적은 글 보고 호기심이 폭발해서 오랜만에 활자 열심히 들여다 봤다.

슈만 환상곡은
1. 베토벤 추모 기념사업으로 곡 작업 시작했다가

2. 클라라 아버지의 반대와 계략으로 둘이 헤어지고 클라라가 자기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오해한 슈만이 두문불출하며 곡 띄엄띄엄 쓰다가

3. 악보출판업자가 클라라에게 헌정하는 거 반대하자 최종적으로는 리스트에게 헌정한다고 이름 박아준 곡이야.

https://img.theqoo.net/BHhDC
그런데 리스트 헌정이라고 적혀 있는 오른쪽 옆에
1)네 줄 짜리 모토 내용과
2)작곡 기간 동안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내용 때문에
실질적으로 클라라에게 헌정된 곡이라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래.

베토벤 가곡 <멀리 있는 연인에게> 멜로디 차용이 이 글을 적게 만든 이유니깐 그것부터 먼저 이야기 하면

슈만이 <헌정>마지막에 클라라가 좋아하던 슈베르트 <아베마리아>멜로디를 심어 놨었잖아. 마찬가지로 비록 생전에 본인이 직접 밝힌 바 없지만 환상곡 1악장 마지막에도 베토벤 연가곡집 [멀리있는 연인에게] 중 마지막 노래 <그대에게 부르는 이 노래들을 받아 주세요 Nimm sie hin denn, diese Lieder> 도입부 멜로디를 숨겨 놓은 것 같다고 연구가들이 분석을 내놓기 시작했어.

https://m.youtu.be/XZ7hE4lQAYs

https://img.theqoo.net/BUWcf
동영상 10:47 1악장 마지막에 Adagio 라고 적힌 부분에 등장하는 선율이
https://m.youtu.be/xTy3z766_aA
10:09 부터 시작되는 노래 부분이야.
“그 곳에 보내주렴 이 노래들을”

11:34 에도 같은 선율이 다시 한 번 등장해.
“그대도 노래했으면, 내가 부른 노래들을”

(9:40에 시작되는 전주에서도 슈만이 차용해 간 멜로디 잘 들리네)

같은 선율인 거 잘 모르겠다고? 이게 밑에 깔아놓은 코드가 달라서 서로 멜로디가 비슷하게 안 들린대. 코드 때문인지 내 귀엔 오히려 슈베르트 가곡 <음악에게> 멜로디가 더 잘 들려서 자료 찾아 봤더니 그런 말도 있어서 다른 글에 따로 적어놨어. https://theqoo.net/1776815524

https://img.theqoo.net/PKoNB
이건 비교 쉽게 조성 똑같이 편곡해 놓은 간결한 악보야

그럼 누가 누구한테 노래하냐고?

https://img.theqoo.net/WCqhT
12월 17일 베토벤 생일날에 엄마랑 라면 먹고 준영씨 졸연 갈지 말지 망설이는 송아에게 서랍 속 박준영 음반 슈만 환상곡 안에 있는 베토벤이 노래 부르고 있음

———
*그곳에 보내주렴 이 노래들을*
나의 사랑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를
저녁에 다시 한 번 불러주렴
달콤한 악기의 소리에 맞춰
저녁노을이 질 때
잔잔하고 부드러운 호수를 향해서
그리고 마지막 광선은 잠드네
저 멀리 언덕 위로

그대도 노래했으면
*그대도 노래했으면 내가 부른 노래들을*
나의 온전한 마음 속에서
음악 없이 소리만 내며
오직 그리움만 의식한 노래들을
오직 그리움만 의식한 노래들을

이 노래들 앞에서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을 넘어
사랑의 마음은 전달될 것이고
사랑의 마음은 거룩하겠네

사랑의 마음은 전달될 것이고
사랑의 마음은
사랑의 마음은 거룩하겠네
———
그래서 송아가 노래 받으러 가잖아. 🤦‍♀️

https://m.youtu.be/hEuj8IT9RB8
결국 12월 17일은 베토벤도 태어나고 박준영도 다시 태어난 날로 치자.

슈만 환상곡이 클라라와의 이별로 인해 비탄에 빠진 슈만의 절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는 건 알았는데 슈만 앨범 레코딩 당시엔 송아랑 만나기 전이었으니깐 정경이가 먼저 떠올라서 내 머릿속엔 그냥 슈만 음반= 싸인판이었어.

그런데 5화에 둘 사이가 서먹해졌을 때 준영이가 들고간 것도 신발이 아니라 슈만 앨범이었고 둘 이별하고 나서 준영이 사진 한 장 없던 송아가 들여다 보던 것도 서랍 속 슈만 앨범이었는데 그 위에 적힌 바이올리니스트 채송아님 싸인 메시지만 생각하고 수록된 곡에 대해선 제대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거에 대해 아차 싶었다. ((((슈만))))

개인적으로는 환상곡에 관한 거 이리저리 찾아보면서 내가 설렜던 건 악보 첫머리에 적혀있던 네 줄 짜리 모토였어.

Durch alle Töne tönet
Im bunten Erdentraum
Ein leiser Ton gezogen
Für den, der heimlich lauschet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시에서 따온 네 줄짜리 구절이었는데 독일어 몰라서 나무위키에 나온 영역본이랑 독어 사전 대조해서 한글로도 옮겨 봤어.

Resounding through all the notes
In the earth's colorful dream
There sounds a faint long-drawn note
For the one who listens in secret

대지가 뿜어내는 갖가지 꿈 속에서
그 모든 음들을 뚫고 나즈막히 들리는
길게 끄는 한 음이
남몰래 귀 기울여 듣는 이에게 가서 울리네

F.A.E. 소나타에서 보듯이 슈만네는 모토 광공이었는데 슈만은 자기 모토에 등장하는 “음”은 클라라를 지칭한다고 했나봐.

모토 읽어보고는 1화에서 송아가 준영이가 치던 트로이메라이(꿈) 몰래 귀 기울여 듣던 거랑

https://gfycat.com/DeadHardtofindIcefish
“다른 사람 말고 준영씨 마음엔 드셨어요?”
송아가 건넨 말 곱씹어 보던 준영이 앞에 슈만 앨범 들고 나타난 송아 생각나서 기분이 좋아졌어.

갑자기 글 중간에 끊어서 미안. 다음 내용은 https://theqoo.net/1776815524 여기에 적어놨어.

https://gfycat.com/PinkPresentBelugawhale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슈만도 좋아하고 베토벤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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