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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악의꽃 현수의 정체성은 여태 타인의 악의로 만들어져왔는데 기억상실로 그걸 뒤엎어서 좋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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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4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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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아버지처럼 살인마가 될거라는 걱정을 빙자한 세뇌에 가까웠던 이장과 마을 사람들이 악의로 너는 이러하다던 그 말들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믿어왔잖아.

누나를 위해 누명을 뒤집어 쓰고 십수년을 살고도,
그 타인의 악의로 만들어진 정체성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았듯
지원이에게 비로소 사랑한다고 고백도 했지만,
그게 현수의 정체성을 완전히 뒤흔들진 못했다고 생각해.
여전히 현수에게는 죽은 사람이 보였으니까.
지원이가 죽었다고 했을 때는, 눈 앞에서 움직이고 말하는 지원이가 살아있는 걸 믿는 것도 버겁게 느껴지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기억상실이 오면서
현수는
스스로가 했던 말들을 단편적으로 떠올리고,
악의가 없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또 그들과 만나고.
지난 시간의 자신을 스스로 의심하며, 마치 제3자처럼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해.

한발자국 떨어져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했어.
재판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사람들이 누군가는 연쇄살인범을 잡은 영웅, 누군가는 누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불쌍한 동생, 또 누군가는 신분을 바꾸어 아내마저 속인 사람. 이라는 도현수에 대한 여러 가지 평에 대해 말하던 현수의 모습도 이 맥락이었다고 생각해.

결국에는,
스스로 떠올린 지원이와의 기억 속에서, 그리고 스스로 쓴 노트와 스스로 지은 공방 이름을 보며,
도현수 스스로 자신이 차지원을 사랑했음을, 자신 스스로를 신뢰하게 된거야.
반지 없이는 손이 자꾸 엇나가서 상처가 날만큼 몸이, 습관이, 말해주고 있었는데도 스스로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못하던 사람이, 기억을 잃은 후에도 감정은 고스란히 남아있었으면서도 그조차도 믿지 못했던 사람이 말이지.

도현수라는 사람의 정체성은 거기서부터 이제야 겨우 시작이라고 느꼈어.
해수가 말했듯, 그리고 해수가 그렇듯 이제야 자신을 찾아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다시 되돌아갈 시작점이 필요하고. 그 시작점이 자신에게는 차지원임을, 알았고.
조각처럼 떠오를 기억들 속 자신의 마음을, 감정을 신뢰할 수 있으니 언젠가 기억은 다 돌아오겠지. 이미 스스로 새로이 정체성을 확고히 했을 도현수에게로.

동영상을 보며 웃음을 연습하다, 그 감정에 심장이 아프다고 착각하던 사람이 이제는 자신의 가족을 품에 안고 행복에 겨운 웃음을 지었어. 나는 그걸로 충분한 것 같아.

그래서 멜로로 보면 나는 너무너무 좋은 엔딩이였다고 생각해ㅋㅋ
에필로그처럼 꽁냥대는 건 그냥 내가 보고 싶은 거지 저기서 끝난게 여운이나 메시지나 나는 더 좋은 아이러니한 마음도 있고ㅋㅋ
(유일하게 아쉬운 건 찐희성 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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